첫 출근, 그리고 한 달간 느낀 점

내적인 변화. 나 그리고 이 사회에서의 나.

by 정긍정

2019년 11월 4일, 월요일 첫 출근을 했다.


이 때는 임시로 비어 있는 친구 아파트에서 머무느라 브뤼셀 북쪽에 살고 있었는데, 출근을 위해서는 트램을 타고 기차역에 도착한 뒤, 30분 정도 기차를 타고, 또다시 회사까지 15분가량 걸어야 했다. 총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출근길인데 출퇴근을 모두 합치면 두 시간이라 여간 만만치는 않았다. 다행히도 우리 팀 내 출퇴근 시간은 자유로워서 기차가 지연되거나 트램이 예상시간보다 늦게 오고 가도 크게 스트레스가 되지는 않았다. 하루 업무시간을 8시간만 채우면 되기에 조금 늦게 퇴근할 생각이라면, 점심시간을 한 시간 이상 가져도 아무 문제가 없다.


열심히 걸어서 안내받은 곳으로 첫 출근을 했는데, 마침 우리 팀의 새로운 매니저도 나랑 같은 날 일을 시작한다고 한다. 내가 면접 때 봤던 팀 매니저는 더 이상 같이 일하지 않는다는 소식에 살짝 놀랬지만, 새로운 매니저에게 예의가 아닐까 봐 티를 안 내려고 노력했다. 우리 팀이 있는 건물로 같이 이동해 미팅룸으로 들어갔는데, 이미 전달받은 모든 팀원이 미팅룸에서 우리를 (사실은 새로운 매니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떨결에 좀 거창한 첫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모든 팀원이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고, 매니저도 꽤 길게 자기소개를 했다. 물론 모든 대화는 불어로 진행되었기에, 길어지는 매니저의 자기소개에 내 머릿속은 점점 더 하얘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것도 준비해오질 않았는데... 매니저의 소개가 끝나고 내 차례가 되었는데, 매니저가 했던 얘기들을 좀 빌려 다섯 문장 정도로 짧게 소개를 마쳤다. 우리 팀은 15명 정도로 작은 팀에 매니저 아래로 두 명의 코디네이터가 있긴 하지만 수직관계없이 모두 동등한 포지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한 명의 동료가 다른 포지션으로 가게 되면서 그 부분을 메꾸기 위하여 고용되었는데, 다행히 그 친구가 일주일 동안 업무에 대해서 알려주고 같이 일처리를 해주는 부분도 있어서 자연스레 업무에 바로 투입되었다. 품질 검사해야 하는 자재들은 크게는 기계와 전장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나는 떠나는 동료가 전장 쪽을 많이 다루었기에 자연스레 자신 없는 전자 기계들을 맡게 되었다.


업무적으로는 솔직히 말해서 3주쯤 지났을 때, 무료함을 느끼기도 했다. 첫 출근하고 3주 지났을 때 쓴 내 일기는 무료함을 느끼는 나의 오만함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에 대해 적고 있었기에 지금 생각해보면 짧은 시간에 많이 변한 내가 놀랍다. 또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산업 분야였기에 초반 한 달간 다른 취업공고를 살펴보며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 내가 보고 자란 것은 조선소고 10년 정도를 그쪽 산업만 고집했기에, 산업의 괴리가 나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시작하며 좋았던 점은, 이제야 내가 이 벨기에라는 나라에 좀 자리 잡은 느낌이 들었다는 거, 사회의 구성원이 된 느낌을 받았다는 거였다. 학생의 신분일 때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학생일 때는 워낙 아카데믹 일정에 맞춰 모든 것이 타이트하게 진행되었기에, 나 스스로 나의 속도를 찾아갈 수 있는 그 해방감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