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빅데이, 2019년 11월 4일
믿기 힘들 만큼 쉬웠던 나의 취업 이야기.
2017년 초반 벨기에에 도착해 공학 및 경영 석사를 시작했고, 너무나 다행히 2019년에 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석사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할 말이 너무 많을 듯한데 한 문장으로 적어보자면, 그저 하루하루 치열했고, 제 기간 안에 마칠 수 있음이 여전히 고맙고 소중하다.
한국에 잠시 다녀온 후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미 한국에 가기 전에 항상 꿈꿔오던 드림잡의 2차 면접을 봐 두었고, 한국에 다녀와서 3차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2차 면접을 하고 나서는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드림잡이라는 이유로 내가 그 자리에 끼워 맞추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음으로는 뒷걸음치는데, 머리로는 꼭 하고 싶다고 나를 설득시키고 있는 것 같았다. 드림잡이라고 생각했던 곳의 실상을 맞닥드리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이라 믿었던 것들에 대한 확신도 좀 없어졌다.
이 전에 일하던 산업과 관련된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문득 어떤 일을 하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산업을 조금 넓혀 내가 원하는 포지션이 보이면 지원을 했다. 한 날 3개 정도의 포지션에 지원을 했는데, 다음 날 바로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헤드헌팅 에이전시에서 올린 공고였는데, 클라이언트가 나의 이력을 마음에 들어한다는 것, 그래서 바로 만나보고 싶다고 한다는 것이다. 지원 한 다음 날 연락을 받고, 바로 그다음 날 면접을 보러 가게 되었다. 브뤼셀에서는 30분가량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인데, 기차역에서 또 15분 정도 걸어야 회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리바리하며 정문으로 들어가 리셉션에서 면접이 있다고 얘기를 하고는 리셉션에 앉아 기다렸다.
잠깐, 이해를 위해 벨기에에 대한 간단 정보를 적자면, 이 나라는 언어권으로 플레미시(네덜란드어), 왈로니아(프랑스어), 독일어권 총 세 부분으로 나뉠 수 있는데, (독일어권은 내가 잘 몰라 제외하고) 플레미시와 왈로니아의 온도 차이가 꽤나 크다. 개개인을 떼고 보면 성향 차이겠지만, 대게 프랑스어권 사람들이 친화적인 경향이 있다. 특히 면접을 보러 간 회사는 태생부터가 왈로니아인지라 동료들과도 아침에 만나면 남녀노소 모두 볼뽀뽀를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리셉션에서 받았던 첫인상을 잊을 수 없다. 리셉션에 있는 마리라는 동료가 큰 몫을 했다고 여전히 생각하는데, 모든 사람에게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볼뽀뽀를 하고 누군가가 프랄린 (필링이 된 초콜릿) 한 박스를 줬다며 모두에게 나눠주는 거의 마을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그 날을 떠올리면 여전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솔직히 내가 가진 리셉션의 인상은, 대게 젊고 옷을 깔끔하게 잘 차려입은 말끔한 여자를 앉혀놓고 거의 기계적인 응답만 오고 가는 그런 살갑지 않은 곳이었기에, 나의 선입견을 깨어 준 꽤나 센세이션 한 경험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들어가려고 하는 팀의 매니저가 도착했고, 면접실로 들어갔다.
면접은 자연스레 프랑스어로 보게 되었는데, 그냥 편안했다. 질문들은 뭐 다른 곳에서 볼 수 있는 것들과 비슷비슷했고, 중간에 인사과 사람이 와서 2대 1로 보기도 했다. 면접이 끝나고는 팀의 매니저가 나를 데리고 앞으로 일하게 될 곳이라며 사무실과 연구실 등등을 보여주며 간단히 설명도 해주었고, 팀원들도 미리 만나게 해 주었다. 꼭 벌써 붙은 것만 같이.
바로 다음 날, 면접을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고, 당장 일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드림잡의 3차 면접 일정을 기다리고 있던 터라 고민이 많이 됐다. 한 곳은 이상하리만큼 쉽고 뭔가 물 흐르는 듯 착착 진행이 되는데, 한 곳은 드림잡이지만 매 순간이 불편했고 3차 면접까지 보는 것이 이미 나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연히도 내가 면접 보고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남편이 한 동료가 내가 면접 본 회사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남편의 동료들이 가고 싶어 하던 회사인데, 너무 출장을 많이 보낸다기에 거절했다는 그런 얘기였다. 출장을 자주 가는 회사라면 나에게는 플러스라는 생각에 더 맘에 들어졌다. 이런 우연한 것들이 모여 꼭 인연인 것만 같았다. 이번에는 좀 흘러가는 대로 두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항상 아등바등하며 뭔가 쟁취해야 했기에, 너무 쉽게 얻어지는 것이 낯설었기에 주저했지만, 이번에는 좀 편하게 가보자 싶었다. 아마 첫인상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같이 일하고 싶다는 응답을 보냈고 일주일 후인 11월 4일부터 출근을 하라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