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주 고백하고 싶은 마음에 휩싸였다

알고 지낸 지 10년 된 친구를 좋아할 수 있을까

by 이긍정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길을 잃은 아이처럼 서러워 펑펑 울었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근데 그 사람이 내게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그리움과 외로움이 사무쳐 짙은 슬픔에 흐느꼈다.


지난 7월 초, 토요일 산행에서 그를 만났다. 일주일 만이긴 한데 얼굴을 보면 어떤 기분일까 만나기 전부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설렜다. 다른 때와 다르게 더욱 설렌 이유는 지난주부터 그를 좋아하는 마음을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남몰래 좋아하는 마음을 내색하지 않고도 이렇게 커질 수 있다니 신기한 기분이었다. 반가움에 환하게 웃어야 할까, 아무렇지 않은 척 마음을 숨겨야 할까 고민하다가 어색하게 웃어버렸다. 얼굴을 마주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좋아하는 반듯하고 건강하게 까무잡잡한 얼굴 그대로였다. 늘 같은 톤으로 “어 ㅇㅇ아 왔어?”하는 말투에서 옅은 반가움이 느껴졌다.

그에게 향하는 내 관심을 알아차린 뒤부터 주변 친구들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 같다고 조심스럽지만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고백했다. 어떤 사람이냐고, 물음표 가득한 얼굴에게 그를 설명하노라면 마음이 자꾸만 자라나는 기분이었다. 무슨 일 하냐는 질문 앞에선 목소리가 작아졌다. 학생? 취업준비생?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애매모호한 상황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뭔가 다른 사람 같다고, 그런데 오랜 친구로 여겼던 사람을 좋아하게 된 내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그래서 자꾸만 내 마음에 물음표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를 친구 이상으로 여길 만큼 지독하게 외로운 걸까? 아니면 정말 그와 나누는 대화가 특별한 걸까? 나만 이렇게 특별히 여기는 건 아닐까? 그는 일상적으로 배려하는 게 익숙한 거라 나에게도 똑같이 한 건데 나 혼자 오해한 건 아닐까? 하는 물음표가 매일 나를 따라다녔다. 나를 아끼는 친구들은 네가 아깝다는 반응이거나 혹은 네 마음에 대해 그만 이유를 찾고 행동하라고 조언했다. 7년 만에 느끼는 설렘에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댔다.


토요일, 산 아래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산을 조금 올랐을 때 그가 오늘 간식으로 곶감과 방울토마토를 싸왔다고 했다. 다른 친구에게 말하는 걸 앞서 걷다가 엿들었다. 지리산에 올랐을 때 올해 들어 곶감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이상하게 나이를 먹으니 어릴 때 싫어하던 걸 좋아하게 되기도 한다고 얘기했었는데. 내가 던진 말을 기억했다가 가져온 걸까? 그가 나를 생각해 가져온 거였으면 좋겠다고 빌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그가 나에게 무언의 신호를 보내는 걸까? 혼자만의 착각일까? 그와 산행을 하고 있으면서 그의 마음을 저울질하느라 바빴다. 내 마음에게 먼저 나대지 말자고 다짐하고 다짐해도 대책 없이 마음은 이미 그를 깊숙이 좋아해 버렸다.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그에 대해 알고 싶어 졌고 궁금해졌다. 그동안 알고 지낸 지 10년이 가까운데도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몇 가지 없었다. 연애는 하고 싶은지, 외로움을 타긴 하는지, 매력적으로 느끼는 이성은 어떤 스타일인지 궁금한 게 차고 넘쳤는데 정작 그 앞에서는 딱딱하게 굳어 전혀 관심 없는 듯 대하고 말았다.

그 앞에서 분주해진 마음 때문에 자주 피곤했다. 좋아하는 마음을 인정하기 전에는 대수롭지 않은 말투와 장난도 우습게 여겼는데. 좋아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자 그의 작은 행동 하나까지도 신경에 거슬렸다. 아무에게나 잘해주는 배려심도 가볍게 건네는 카톡 하나에도 마음은 방망이질 쳤다. 그를 하루 동안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 어느새 내 하루는 그의 생각으로 가득 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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