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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라르 Oct 20. 2022

[코스모스]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하여

과학분야 최고의 베스트셀러


코스모스 맛보기


아무것도 없는데 사과 파이를 만들려면 먼저 우주를 만들어야 한다.

 - 칼 세이건


오 로미오, 그대가 죽는다면 하늘이 당신을 도려내 밤하늘의 작은 별을 만들 것이고, 그 별은 세상을 빛낼 거예요. 그러면 밤하늘을 보는 온 세상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겠지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중에서


짐승을 사냥하여 날 것 그대로 먹고, 식물의 열매와 뿌리 역시 그대로 먹던 시절의 인간은 쉽게 죽었다. 정보가 부족하여 무엇이 해로운지도 몰랐으나 허기짐 때문에 먹어야 했다. 그러다 독이 포함된 열매라도 먹는다면 치료받지 못하고 죽었다. 그들이 죄가 있다면 아마 모르는 게 죄였을 것이다.


옛 조상들은 맹수의 습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맘 편히 잘 수 없었다. 지금처럼 조명도 촛불도 없으니 달이 비추는 빛에 의지해야 했다. 그믐달이나 초승달처럼 달이 작아지면 땅에 닿는 빛은 그마저도 적어 칠흑 같은 밤이었다. 하지만 시선을 하늘로 향하면 어두운 지상과 반대로 반짝이는 것들이 천지다. 항상 제 위치에서 빛나는 별은 계절에 따라 다르게 보이지만 언제나 제 위치에 있다. 밤하늘을 몇 년 동안 유심히 관찰한다면 언제 어디서 어떤 별이 뜨는지 예측할 수 있다. 두발을 딛고 있는 이곳이 도대체 어딘지도 모르겠고, 몸에 해로운 음식이 무언 인지도 알 수 없어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다. 죽기는 싫지만 죽음은 그림자처럼 드리워져있다. 세상에 대한 무지는 살아가는데 불안감을 조성한다. 이런 세계에서 밤하늘에 떠있는 저 별이 언제나 제자리에서 빛난다는 영원성과 규칙성은 우리 인간에게 위안을 주는 속성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은 위로의 존재였다.


아주 긴 시간이 흘러 인류는 농경을 시작했다. 농경은 많은 것을 바꾸었다 무엇보다 식량문제가 줄어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 철학, 예술, 과학, 문학과 같은 여러 영역에서 인간 정신의 확장이 일어났다. 그뿐만 아니라 하늘을 보는 것은 농경 그 자체에도 도움을 주었다.


해와 달과 별의 위치와 그들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알면 알수록 사냥을 언제 나가야 하는지, 씨앗은 어느 날 때쯤 뿌리고 익은 곡식은 언제쯤 거둬야 할지, 그리고 부족 구성원은 언제 모두 불러 모아야 할지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측정의 정확도가 향상됨에 따라 기록을 보존하는 일이 점점 중요시되었다. 관측과 수학과 문자의 발달에 크게 이바지했다.

<코스모스 - 지상과 천상의 하모니> 중에서


별은 문학에서도 뮤즈였다. 그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다가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흔히 죽으면 별이 된다고 하지만 소름 돋는 사실은 이런 문학적 표현이 과학적으로도 통한다는데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는 별의 탄생과 죽음으로부터 생겨난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코스모스>는 우리가 모두 별에서 온 그대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덕분에 내 몸을 구성하는 물질은 내가 죽더라도 사라지지 않으며 시간이 흐르면 누군가의 구성요소가 될 수도 있다. 더 많은 시간,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르면 내 몸을 구성했던 물질은 다른 별을 구성하는데 쓰일 수도 있다. 


수렵채집 시대의 인류에게도, 농경사회에 접어든 인류에게도, 문화생활을 즐기는 지금에도 하늘의 별은 언제나 제자리에서 우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우리는 언젠가 별이 된다.


비록 최신 연구 결과를 반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책은 언론에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새로운 과학적 발견과 그것이 이야기한 정치적·윤리적·사회적 논쟁을 이해하는 데 충분한 기초 지식을 제공한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이 책이 훌륭한 점은 최긴 연구보다 본질적인 우주와 지구환경에 대해 다룬다. 과학적 사실은 몇 년만 지나도 무너질 수 있다. 과학은 언제나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학문이기에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니다. 존 스튜어트 밀이 쓴 <자유론>에서도 인간 발전 이유를 종의 우월성이 아니라 '잘못을 시정할 수 있는 능력'이라 한 것처럼 덕분에 인류는 발전할 수 있었다. 과학은 지식보다 태도와 밀접하게 관련되었다. 코스모스는 1세기의 글을 인용하기도 하지만 그 글은 지금 우리가 읽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진리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하나씩 그리고 조금씩 서서히 밝혀지게 마련이다. 우리 먼 후손들은, 자신들에게는 아주 뻔한 것들조차 우리가 모르고 있었음을 의아해할 것이다. 

<코스모스>의 머리말 맨 앞 인용문 (세네카, 『자연학의 문제』 제7권, 1세기)


<코스모스>는 세상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과학, 역사, 철학, 예술, 문학을 인용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불안감을 달래주는 책


어떠한 알고 싶은 대상이 생겼다, 이를 통해 대상을 알아가게 된다. 그리고 상대방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게 되어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배워 나는 게 연애의 장점이다. 나를 알기 위해서는 나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보금자리는 지구요. 지구는 우주에 있다. 나를 알려면 지구의 관점에서 볼 수 있어야 하고, 지구의 관점에서 보려면 우주의 관점에서도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구에서 살다가 사라진다. 잠시 우리가 살았던 지구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코스모스>가 건네준다.


<코스모스>를 읽으면 불안감이 줄어들고, 묘한 안정감을 갖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나는 그 이유를 아는 것에서 오는 느낌이라 생각한다. 버스를 타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버스를 무서워하지 않지만, 버스를 처음 본 사람이라면 무서워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내가 사는 곳이 어디에 위치해 있으며 별, 나무, 꽃, 공기와 같은 주위 물질이 나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온갖 지진, 태풍, 중력, 계절과 같은 현상들에 대한 규칙을 알게 되면 평온이 찾아온다. '이 현상이 이런 이유로 일어나는구나!' 앎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힘을 준다. 


신이시여,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을 주시고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를 주시고
이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라인홀드 니버


홍승수의 <나의 코스모스>


<코스모스>에는 아름다운 문장이 많았지만, 내가 읽은 책은 번역서였다. 멋진 번역이었지만 칼 세이건의 글 자체가 느껴보고 싶어서 원서를 찾아 읽었다. 과학서적이다 보니 모르는 단어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네이버 사전에 검색하며 읽었다. 그렇게 읽은 원서는 오히려 번역가를 궁금해하게 했다. 이미 멋진 영어 문장을 더 멋지게 만든 사람이 도대체 누군가? 지금은 돌아가신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천문학부 홍승수 명예교수였다. <나의 코스모스>는 그가 코스모스를 번역하며 겪은 과정과 감정을 담아낸 책이다.


사실 번역 제안을 받을 때 거절했다고 한다. 당시 코스모스는 출판된 지 20년이나 된 과학책이었는데, 과학 그것도 천문학 지식은 금방금방 바뀌는 일이었다. 그럴수록 주석을 덕지덕지 달아야 하는데 누가 읽겠는가? 그러나 당시 사이언스북스의 권기호 편집장의 설득으로 번역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절대로 수명이 다한 책이 아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지가 않다. 앞으로도 긴 수명을 누릴 것이다.

<나의 코스모스> 중에서


홍승수 교수는 칼 세이건이 구사하는 '사실에서 진실 찾기'를 강조했다. <코스모스>의 내용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과학적인 사실이라던가, 유행을 타는 정보보다 좀 더 근본적인 사실들을 인용했다. 그 덕분에 주석을 달 일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칼 세이건이 사실을 엮어 진실을 찾아낸 창의적인 글로 넘쳐났다.


뻔한 사실에서 찾아내는 진실이 칼 세이건만의 고유한 것이었고, 그 진실이야말로 차원 높은 의미를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나의 코스모스> 중에서


홍승수 교수는 <코스모스>를 번역 후 자신이 좀 변했다고 언급한다. 코스모스는 단순히 과학적인 지식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역사, 철학, 문화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었다. 덕분에 <코스모스>는 천문학으로는 한국 최고의 위치에 있던 분이 번역하는데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번역이 끝나고 그는 읽고 한자와 동양 고전을 공부하겠다는 결심을 세웠다고 한다.



환경감수성


환경파괴의 경고를 알려주는 <침묵의 봄>은 바다를 사랑하는 레이첼 카슨의 최고의 저서로 평가받는다. 이 책을 통해 환경정책이 검토되었고, 저자 레이첼 카슨은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되었다. 한마디로 인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책이다. 또한 망가져가고 있는 환경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 앞으로의 미래를 위한 책이기도 하다.


<침묵의 봄>을 읽고 레이첼 카슨의 다른 저서를 읽으면서 내가 깨달은 것이 있다면, 환경을 아끼고 보호하는 마음은 미디어의 경고보다 자연에 대한 경의로움을 먼저라는 점이다. 자연과 떨어진 도심 속에서 숲과 곤충과 동물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는데 자연을 아끼는 마음은 들 수가 없다.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을 통해 거대한 자연이 어떻게 나와 연결돼있는지 생각할 기회가 요즘은 없다. 그런 점에서 <코스모스>는 우주의 경이로움, 지구의 신비로움을 알려주고 우주와 지구를 거울삼아 비친 모습, 우리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과 분리교육을 받고 있는 한국인에게 <코스모스>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과학적 사실을 인문학적 지식과 연결하여 인류 보편의 가치가 무엇인지, 바람직한 우리의 미래상은 무엇인지 생각할 양분을 건넨다. 이 양분은 윤리의식과 도덕적 양심을 키우기는데 도움을 준다.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 없이 자연을 아끼겠다고 말하는 이를 나는 믿지 않는다.


환경이나 인구 과잉 등 우리가 부닥치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자연 과학적 지식과 인문사회과학적 지식이 총합되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다

- 에드워드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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