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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라르 Apr 17. 2023

[가짜 모범생] 교육학대가 아이에게 주는 영향

교육학대 가정의 이야기

전교 1등 영재 코스만 밟아온 일란성쌍둥이 형이 사고를 쳤다. 농구를 하던 중 시비가 붙은 아이의 목을 조른 것이다. 이야기 의식을 잃어 병원에 실려 간 사이, 형은 도망치듯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날 밤, 엄마는 내방으로 찾아와 말했다.  

"선휘야, 형 대신 네가 그 애의 목을 졸랐다고 말해줄 수 있니?"

엄마는 '완벽한' 형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형이 죽었다. 나는 살고 싶었다. 형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

-책 소개문 중에서-


* <가짜 모범생>을 가지고 독서모임을 한 내용과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다.


짧은 줄거리 요약 


재 1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손현주 작가의 책이다. <가짜 모범생> 주인공은 형은 1등, 자신은 2등을 하는 공부 영재 일란성 형제 중 동생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쌍둥이 형제를 가진 엄마는 소위 '극성엄마'라고 불릴 정도로 공부에 완벽한 아이를 가지려고 했다. 이러한 집착은 교육학대로 이어졌고, 아이들은 감정을 억압받은 채 살아갔다. 


어느 날, 쌍둥이 형 건휘가 늦은 밤이 되어도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쌍둥이 동생 선휘는 엄마의 말을 듣고 형을 찾아 나섰다. 공원에서 농구 게임을 하고 있는 형을 찾았지만, 형은 시비가 붙은 아이의 목을 조르게 되고, 아이는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갔다.


형 건휘는 도망치듯 현장에서 달아났다. 엄마는 완벽한 형을 위해 주인공인 선휘에게 네가 대신 목을 졸랐다고 말해달라 했다. 동생 선휘는 건휘 대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되지만, 의식을 찾은 아이는 자신의 목을 조른 아이가 선휘가 아닌 건휘라 말하며 사실이 드러났다. 


건휘는 보호 소년이 되고, 방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형의 죽음에도 엄마의 교육에 대한 집착은 여전했다. 이 책은 억압된 환경에서 자라는 선휘의 마음 상태를 따라간다. 독자는 선휘의 마음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이끈다.


짧은 감상문


이 책의 아쉬운 부분은 부모의 서사가 빈약하다는 점이다. 단편적으로 묘사되었고, 인물의 심경변화 또한 이해가 어려울 정도로 급변했다. 주인공 선휘의 마음은 다채롭게 나아가는데,  아빠는 무관심(등장자체가 굉장회 적다)하고, 엄마는 단순 교육학대 가정의 부모로만 비친다. 왜 부모가 방치 또는 집착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알려주었으면 했다. 그래야지 나 또한 잘못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 행동을 경계할 능력이 생긴다. 부모의 빈약한 서사로 인해 자칫 부모를 악인으로 밖에 해석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물론 이 책에서 엄마는 쌍둥이 형이 자살할 정도의 심한 교육학대가 이어졌기에 나쁜 엄마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또는 독자 대부분이 엄마를 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중 누군가는 "왜 엄마는 그렇게 불안하고 집착했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적어도 이 책은 그 의문을 해소하지는 못한다. 청소년 문학은 청소년이 세상을 흑과 백, 이분법으로 바라보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인공 선휘의 마음을 따라가는 일은 몰입이 잘 되었다. 억압된 감정에서 자신을 살피는 선휘가 기특할 정도다. <가짜 모범생>을 읽는 독자는 선휘의 마음이 어떻게 변하고 성장하는지 집중하며 읽는다면 자신의 감정도 돌이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발제문에 따른 생각정리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다. 모임에서 나온 발제문 중 개인적인 이야기는 줄이고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중점으로 고쳐 나의 생각을 정리했다.


발제문 1.  작중 속 과일가게에 묶여 있는 개 이야기는 주인공 가족을 비유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이 장면을 통해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생각은 무엇일지, 그리고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과일가게 아저씨는 자신의 걱정에 개 목에 목줄을 묵었지만, 정작 목에 생긴 상처는 보지 못했다. 주인공 선휘는 그런 개가 안타까워 목줄을 풀었다. 이 장면이 시원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이 행동이 찝찝했다. 개를 아끼는 아저씨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않았고, 결론적으로는 개도둑으로 몰렸다. 그리고 엄마와의 사이도 더 나빠졌다. 아직 어린 선휘를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지만, 청소년이 읽는 문학이니 좀 더 현실적이고 건설적인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터였다. 


(기타 의견)

너무 뻔한 이야기 흐름이라 굳이 이 부분을 넣어야 했을까?

작위적인 느낌이지만 청소년 문학을 읽는 이 가 감당해야 할 불편인가?

이 부분이 소설의 기승전결 중 전에 해당하는 느낌이었다.


발제문 2. 가짜 모범생에서는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가 중요한 소재로 나옵니다. 수레바퀴 아래서에서는 플라이크 아저씨가 한스에게 인생을 즐기며 살 것을 조언합니다. 그럼에도 건휘가 한스처럼 죽음을 택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으면 좋겠습니다.


자살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건휘는 엄마가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자살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인간은 자기 존재의 긍정이 필요하다. 감정이 억압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가 자기 존재를 긍정할 여지는 너무나 좁다. '인생을 즐기며 살 것'은 건휘가 의지했던 조언이었고, 덕분에 스스로 의지를 키웠더라도 어린 건휘로서 현실적인 문제를 헤쳐나가기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결국 이 조언은 건휘에게 공허해졌지 않았을까?


(기타 의견)

이 죽음이 동생 선휘에게 메시지를 주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자살은 살아남은 사람에게 평가를 쉽게 준다.


발제문 3. 쌍둥이의 어머니가 쌍둥이에게 했던 교육처럼, 과일가게 아저씨가 혼자서는 외로워할까 봐 강아지를 데리고 와 짧은 목줄 아래 묶어둔 것처럼 사랑이라는 이름은 때로 학대가 되기도 하는데요.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진 잘못된 행동을 경험하거나 보고 들은 적이 있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그리고 좋은 교육이란 무엇일까요? 


대부분 그렇게 자라온 것 같다.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다.', '공부는 꼭 해야 한다'식의 말은 흔히 들어왔다. 하지만 선휘의 가족은 그 정도가 심한 편이다. 아이가 없는 내 생각이지만, 좋은 교육은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잘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이끄는 게 아니가 싶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바라보며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관철하며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 한걸음 내딛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며,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면, 타인의 감정 또한 존중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좋은 교육은 쉽게 결론내기 어려운 주제다.


(기타 의견)

요즘은 부모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강요한다. 엄마가 정신을 붙들지 않으면 불안해질 수밖에 없기에 바짝 긴장하는 역할이다


발제문 4. 선휘는 힘든 상황이 오면 콜라를 먹으면서 위안을 받는데 다른 분들은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헤쳐나가나요?


어떻게 힘드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달리기를 하던가, 심호흡을 한다. 심호흡을 하면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걸 느낄 수 있는데 이런 현실적인 감각이 과거와 미래의 불안을 지금 이곳으로 가져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만드는 것 같다. 달리기도 비슷한 이유다. 


(기타 의견)

심호흡과 비슷하게 명상을 한다

매운 걸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발제문 5. 선휘와 건휘의 엄마는 둘을 훌륭한(?) 인재로 키우기 위해 정성을 쏟습니다. 사랑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건휘와 선휘는 엄마의 이런 사랑을 바라진 않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있나요? 혹은 무엇인가를 사랑해 본 적이 있나요? 어떤 사랑을 주고받았나요? 도는 앞으로는 어떤 사랑을 주고 혹은 받고 있나요?


집착은 사랑하기 때문에 생긴다. 그래서 집착은 사랑을 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집착을 한다고 해서 질책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하지만 집착으로 타인과 자신이 힘들어진다면 노력이 필요하다. 타인이 원하지 않는 것을 해주면서 보상을 바라는 것은 서로를 힘들게 한다. 사랑이 온전히 그 가치가 전달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특히 아이들에게 '다 너를 위해서 그런 가야', '너를 사랑해서 그런 거야'라고 말하며 아이의 감정을 억압한다면, 아이는 사랑을 잘못 이해할 가능성이 높다. 사랑을 받아도 부정하거나 타인에 대한 태도를 부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는 '부모는 나를 이렇게 사랑하는 데  나는 왜 거짓말을 하게 되고, 잘못된 행동을 하는 걸까?'라고 자책을 할 수도 있다. 그러다 심해지면 이 세상과 내가 맞지 않는다 생각하고 건휘처럼 죽음을 선택하지 않을까?


(기타 의견)

아이를 키우면서 이렇게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존재를 처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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