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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라르 May 01. 2023

담배는 끊어야겠다

담배를 통해 읽은 인간

 사과부터 해야겠다. 사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최근 담배에 대한 커다란 생각변화가 찾아왔고, 이 생각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쓴 제목이다. 비흡연자가 바라보는 담배는 어떤 것인지 (사실 비흡연자랑은 상관없는 얘기지만) 대화하고 싶다. 내가 할려는 담배에 대한 말은 담배가 주는 건강악화, 냄새와 같은 뻔한 이야기는 아니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흡연적 유전자'라고 할까? 내 생각을 이야기 하는 것이지만, 나는 비흡연자이니 흡연자의 입장도 들어보고 싶다. 내 글에 이상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먼저 비흡연자로서 느끼는 나의 감정부터 잠깐 언급하고 지나가자면, 20대 초반에는 내가 비흡연자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 여기에 자부심을 느낀다면 당연히 반대로 흡연자는 낮게 보는 습성도 있었다. 이들은 왜 돈을 쓰면서 건강을 망칠까? 이해가 안 되지만, 당시는 이해가 중요하던가? 누군가를 까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들의 세금이 고마웠고, 또한 비흡연자를 부러워하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면 재밌기도 했다. 조언이랍시고 건강과 돈을 들먹이며 간접적인 공격과 저주를 주기도 했는데, 이럴 때 나는 즐거움을 느꼈다. 아마 내 자존감을 여기서 조금 챙기려 한 게 아니었을까. 


흡연자에 대한 나의 오만하고 보잘것없던 생각은 최근 어떤 사건으로 인해 바뀌게 되었다. 


 친척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2023년 설날에, 이제 막 20살이 된 사촌 녀석이 흡연사실을 오픈한 것이다. 사촌의 흡연사실에 약간 놀랐지만 더 놀란 것은 누구 한 명도 뭐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제 어른이니까 필 수 있지 식으로 넘어갔지만, 어른들의 착착함을 나는 느껴졌다.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분명 사촌의 부모는 아들의 흡연사실이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아들의 흡연을 용인했을까? 그리고 녀석은 왜 담배를 피우게 되었을까?


 나의 짧은 생각으로는 아마 어릴 때부터 보고자란 아버지의 흡연이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한다. 그 어린 녀석이 담배 유혹 앞에서  같이 다니던 친구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우리 아빠도 피는데 아직 건강하다'라는 생각을 안 해보았을까? 분명했을 것 같다. 성인이라고 하지만 (아마 더 어릴 때부터 피지 않았을까) 아직 어린 20살이었으니 아버지의 흡연모습은 꽤 큰 영향을 주었을 거라 본다. 아들의 흡연에 대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자면 결국 마지막 행동은 본인 스스로 하는 것이니 전적으로 자기 잘못이다. 모든 것을 부모탓으로 돌리도록 결론지으면 당사자의 잘못은 아무것도 남지 않고, 타인만 탓하니 행동의 개선이 어렵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부모의 흡연은 자식의 흡연에 영향을 주며, 이를 통해 내가 자식 앞에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지 고찰해 보는 것이다.


 사촌 녀석은 성인이 되었고,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기 위해 나갈 때 자신도 같이 피며 흡연 사실을 오픈했다. '아빠도 담배 피우니까 나를 이해해 줄 거야.' 평소 엄하기보다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아빠였기에 용기를 내어 흡연을 숨기기보다 당당히 들어냈다. 아버지는 자신이 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아들의 흡연사실에 뭐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기도 했다. 엄마 또한 유쾌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남편의 흡연을 오랫동안 용인했으니 아들을 혼낼 수 없다. 혼내는 순간 '아빠도 피자나!'라는 말을 꺼내면 모든 논리는 무너진다.


 흡연은 대물림되는구나! 이렇게 쭉 담배를 피우게 된다면 사촌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나면 그 아이 또한 담배를 필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처럼 '아빠는 이해해 주겠지?'라고 오픈하게 될 것이고 지금 아버지의 찹찹한 기분을 그때 똑같이 느끼게 되지 않을까.


 이제 나는 내가 대단하고 특별해서 비흡연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지 않기 때문에, 담배를 피기에 충분한 돈이 없었기 때문에 비흡연을 이어온 거라 생각한다. 나도 충분히 담배에 흔들릴 수 있는 사람임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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