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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실 Nov 13. 2019

저작권 단속 나선 KBO, 과연 '움짤'도 고소할까?

[아마추어 취재노트] - ①

시간이 없으신 분들은 맨 아래 요약만 읽으시면 됩니다.



(이미지 출처 : KBO 저작권 보호 홈페이지)

얼마 전부터 팬들 사이에서 'KBO가 올해 11월부터 팬들이 올리는 중계 영상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팬들이 중계 영상의 녹화본이나 중계 영상을 활용한 자체 제작 UGC 영상을 유튜브 및 SNS에 업로드하면, KBO에서 해당 업로더에게 찾아가 1차적으로 경고를 한 뒤 2일 안에 영상을 삭제하지 않을 시 고소를 한다는 풍문이었습니다.


이는 실제로 수많은 팬분들께서 유튜브 'KBO뉴미디어컨소시엄저작권보호팀'이라는 유저에게 경고 댓글을 받으며 사실로 알려졌습니다(참고 링크). 비슷한 시기에 올해 여름 즈음 개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KBO 저작권 보호 홈페이지가 발굴되기도 했습니다. 당연하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반발이 심했습니다. 주된 주장은 "팬들이 아무런 금전적 이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팬심으로 하이라이트 장면을 SNS에 올리는 것인데, 이를 고소하는 KBO는 스스로 리그의 흥행을 퇴보시킬 속셈이냐"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뉴스코리아 이정민 기자는 기사를 통해 'KBO가 4차 산업 시대를 역행하는 중'이라며 수위 높은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유튜브 등 영상 저작권 다속 나선 KBO, 4차 산업 시대 역행 하는 행보일까).


안타깝지만 KBO가 지금과 같은 단속을 멈추는 것을 바라는 일은 어려워 보입니다. KBO는 올해 초 유무선 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통신-포탈 컨소시엄(네이버, 카카오,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과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이들 통신-포탈 컨소시엄에게 있어 가장 거슬리는 이들은 바로 유튜브, SNS 등에 야구 중계 영상을 무단으로 업로드하는 일개팬들일 것입니다.


KBO의 무단 녹화 영상 단속을 규탄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저는 위와 같은 사태를 지켜보며 두 가지 궁금점이 생겼습니다. 첫째. MLB파크, 디시인사이드 등 야구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가는 움짤(움직이는 짤방)이라는 이름의 gif 확장자 이미지 파일 또한 제재하고 이를 올리는 이들 또한 고소할 것인가? 둘째. 단순 무단 업로드 영상이 아니라 팬들이 정성을 다해 제작한 UGC 영상(예시)도 모두 고소할 것인가?


다음과 같은 궁금점을 해결하고 싶었으나 KBO측에서는 법적 제재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고, 때문에 이에 대한 답을 얻으려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져 본 포스팅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 11월 8일 - 연락을 받지 않는 KBO 뉴미디어 저작권보호팀

여기에 연락하셔봤자 아무런 답변을 받으실 수 없습니다. (사진 출처 : KBO 저작권 보호 홈페이지)

가장 처음 생각했던 방법은 KBO 저작권 보호 홈페이지에 적혀있는 이메일 및 대표번호로 문의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사용하던 핸드폰이 고장나면 핸드폰 제조사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문의 연락처에 전화를 걸고, 마트에서 구매한 상품에 하자가 있으면 마트 고객센터로 찾아가거나 고객문의 전화를 거는 게 왕도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11월 8일 금요일 오후 3시 48분경에 guard@kbo-copyright.com으로 문의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2분만에 이메일을 읽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 시간 정도 뒤에 수신 확인을 해보니, KBO 뉴미디어 저작권보호팀에서 2분만에 이메일을 확인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빠르게 답변을 얻을 수 있겠구나 하고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5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답장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SNS에서 다른 유저님들과 소통하던 도중 알게 된 정보에 따르면 저 외에 다른 분들의 이메일은 아예 읽지도 않았다는데, 대체 홈페이지에 문의 이메일을 왜 적어 놓았는지 의문입니다.


이 날 오후 다섯 시 즈음에 홈페이지에 적혀있는 대표번호(1811-9072)로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KBO 뉴미디어 저작권보호팀에서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 11월 11일 - KBO 사옥에 찾아가다

좌측은 KBO 클린 베이스볼 팀과의 통화 내역, 우측은 에이클라와의 통화 내역.

월요일 오후가 되었음에도 답장 메일이 도착하지 않자, 저작권보호팀에서 평생 답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홈페이지에 적혀있는 대표번호(1811-9072)는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KBO에 전화를 건 뒤, 그나마 가장 저작권 단속과 가깝지 않을까 싶은 클린 베이스볼 팀에 중계 저작권 관련 문의를 하고 싶어 전화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담당자분께서 에이클라(2018년까지 KBO와 중계권 게약을 체결했으며 올해에도 중계 라이센스를 보유중인 업체)에 문의해보라 하셔서 에이클라에 전화했습니다. 에이클라는 이번 저작권 단속과 관련해 아무런 관련도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KBO 뉴미디어 저작권보호팀은 연락을 안 받고, KBO의 다른 부서에 문의해봤자 답변을 기대하기는 힘들고, 에이클라는 본인들과 관련되지 않았다 하고... 통신-포탈 컨소시엄에 모두 문의하기에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원하는 대답도 얻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직접 담당자를 만나고자 KBO 사옥을 찾아갔습니다.



KBO 사옥은 일반인은 출입이 불가능하다. (사진 출처 : 본인 핸드폰)

그리고 KBO 사옥은 외부인은 출입할 수 없다는 사실만 알게된 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 11월 13일 - 드디어 담당자와 연락이 닿다


12일 저녁에 자려고 누웠다가 '혹시 KBO 뉴미디어 저작권보호팀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조금 이상했습니다. KBO에서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저작권 단속을 하고 있는데 막상 KBO 홈페이지에는 관련된 아무런 보도자료나 공지사항도 없고, 언론에서도 야구와 전혀 관련 없는 인터넷 신문사의 기사 하나를 제외하면 아무런 말이 없다? 게다가 KBO 홈페이지에 명시되어 있는 조직도에도 뉴미디어 저작권보호팀은 적혀있지 않다? 사실 누군가가 KBO를 사칭하여 장난질을 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KBO에 전화를 걸어 뉴미디어 저작권보호팀의 직통번호를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만약 이번 사건이 할 일 없는 누군가의 짖궂은 장난이라면, 분명 직원분께 그런 부서는 KBO에 없다는 대답을 들을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KBO 뉴미디어 저작권보호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부서의 전화번호를 받았습니다. KBO가 아니라 KBOP 쪽에 있는 팀이었습니다.



오후 1시 40분 즈음에 1차 전화를 하여 저작권 단속 범위와 관련해 물어볼 게 있다고 말씀드렸으나, 담당자가 잠시 어딘가에 나갔다며 2시간 뒤에 연락하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오후 4시 23분경에 다시 전화를 걸어, KBO 뉴미디어 저작권보호팀 담당자로 추정되는 사람과의 통화에 성공했습니다. 다음은 당시 이야기한 내용을 간추린 것입니다.


나 : 저작권 보호 단속 관련해서 범위가 궁금한 점이 있어 문의드리려고 전화 드렸다.


직원 : 실례지만 어디서 전화 주신 것인지?


나 : 저는 그냥 프로야구 팬이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영상을 단속하시는 것은 잘 알겠는데, 야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짤방이라고 불리는 GIF 파일들도 법적으로 단속을 하시는지 궁금해서 문의 드렸다.


직원 : 일단 그건 이제 저작권이라기보다는 저희가 중계권 안의 영상을 쓸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부분이다. 영상 권리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직접적으로 움직이지는 않고, 관련된 대행사와 계약해서 진행하고 있다.


그러니깐 유튜브 및 SNS에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던 사람들(불법 업로드 영상을 단속하며 고소하겠다고 으름장 놓던 사람들)이 크보 직원이 아니라 크보랑 계약 맺은 어딘가의 대행사 직원이라는 뜻 같았습니다.


직 : 그래서 통상적으로 저희가 문제삼을 수 있는 부분들은 다 삼고 있는 걸로 알고 있고,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것까지 문제삼는지는 정확히는 모르겠다. 어떤 것 때문에 그러세요? 관련 문제가 있으신가요?


나 : 팬들 사이에서 영상을 이미지 파일로 만들어서 공유하는 것도 고소가 당하냐 하고 얘기가 많은데 저작권 보호팀에서 정확한 가이드라인 명시가 없어서 궁금해서 전화드렸다.


직 : 제가 중계권 담당자가 아니고 (중계권 담당자는) 휴무중이다. 답변을 오늘 드리긴 어려울 것 같다. 이건(단속은) 대행사 쪽에서 하고 있고 판단은 저희가 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중계권 담당자 분이 하셔야할 것 같은데요, 지금 자리에 안 계셔서...


나 : 그럼 혹시 언제쯤..


직 : 오늘은 안 계시고요, 내일이나 내일 모레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지금 분쟁에 관련 있으신 건가요?


나 : 저는 관련이 없는데 팬들 사이에서 얘기가 많아서.. 사이트에 써있는 메일에 문의 메일을 드려도 답장이 없으시더라고요.


직 : 제가 저작권 보호 쪽은 아니여서... 영상 관리 쪽은 완전히 다른 쪽이여서요.


나 : 그럼 이런 것을 문희할만한 곳이 있을까요?


직 : 추후 연락하셔서 중계권 담당자분과 통화해보세요


3줄 정리를 하자면


- 지금 유튜브 및 SNS에서 KBO라는 닉네임을 달고 고소한다고 댓글 다는 사람들은 모두 대행사 직원이며, 본인들 판단 하에 댓글 달고 (아마도) 고소 진행하는 것으로 보임


- 고소 범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존재하지 않음. 즉 디시인사이드나 MLB파크, SNS 등에 움짤 파일을 올리는 것까지 고소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의 문제를 KBO에서 정할 수 있음.


- 관련 문의 할 수 있는 사람이 지금 휴무중이라 목~금에 물어볼 수 있을 듯함


다음과 같습니다.


이제 내일이나 내일 모레 즈음에 제가 원하는 대답을 얻을 수 있을 듯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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