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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실 May 06. 2020

어린이날 강호 키움, 역대 KIA와의 경기 결과는?

(feat. 5월 괴물 박병호)

키움 히어로즈가 코로나 19로 인해 어린이날에 열리게 된 개막전 경기에서 11대 2로 승리했다. KIA 타이거즈의 에이스 양현종 선수를 공략하는 데 성공하며 초반부터 기세를 가져오고, 김하성과 박병호는 2년 연속으로 개막전에서 동반 홈런포를 쏘아 올렸으며, 김재웅 선수가 데뷔 무대에서 2019시즌 컨택률 1위였던 김선빈을 삼진으로 잡는 등 완벽한 경기를 치렀다. 이로써 3년 연속 개막전 경기 승리, 그리고 4년 연속 어린이날 경기 승리를 기록했다.


키움 히어로즈는 역대 어린이날 경기에서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 중인 팀이다. 2008년 우리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이후 13번의 5월 5일 경기를 치르는 동안 10승 3패, 0.769의 승률을 기록하였다. 단순히 타 구단에 비해 적은 경기 수를 치렀기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어려운 성적이다. 키움보다 나중에 창단한 NC 다이노스는 5승 2패 승률 0.714, KT 위즈는 6패 승률 0.000을 기록하고 있다. 1990시즌부터 1999시즌까지 KBO리그에 참가했던 쌍방울 레이더스는 어린이날 경기에서 6승 5패를 거뒀다.


재미있는 것은 총 13번의 어린이날 경기 중 무려 여섯 번을 KIA와 맞붙었다는 것이다(SK 3회, 삼성 3회, KT 1회). 그리고 키움이 어린이날에 겪었던 총 세 번의 패배 중 2패 또한 KIA가 안겨줬다. 연고지, 모기업, 팬덤 등 그 무엇하나 엮일만한 거리가 없는 양 팀이다. 5월 5일만 되면 두 팀은 명경기를 연출하곤 했다.



● 2009년 5월 5일 : 난타전 끝 끝내기 안타로 승리! <KIA 6 - 7 히어로즈>

이택근의 끝내기 안타 때 홈에 들어온 직후 기뻐하는 김일경.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양 팀이 어린이날에 처음 맞붙었던 것은 히어로즈의 창단 2년 차였던 2009년의 일이다. 당시 히어로즈는 메인 스폰서의 부재와 장원삼의 부진 때문인지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7위)에 머무르는 중이었으며, KIA 타이거즈 또한 6위에 그치며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했다. 그러니 양 팀에게 있어 어린이날 시리즈는 하위권 팀을 누르고 치고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것이다.


경기 초반부터 중심타선이 불을 뿜었다. 1회 말 클리프 브룸바가 선발투수 이범석의 140km 후반대 강속구를 받아쳐 백스크린을 직격하는 선제 투런포를 쏘아 올리자, 2회 초 나지완이 히어로즈 선발 장원삼을 상대로 동점 장외 투런포를 쳐냄으로써 맞불을 놓았다. 이후 장원삼은 역전 투런포를 허용하며 2.1이닝 4실점, 이범석은 이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한 뒤 강정호와 황재균에게 연속 적시타를 얻어맞고 3.2이닝 5실점으로 강판됐다.


경기 후반에 이르러 불펜의 수준 차이가 갈리며 히어로즈는 가장 큰 위기를 맞이했다. 4대 5로 앞서고 있던 6회 초 강윤구와 조용훈이 볼넷과 몸에 맞는 공으로만 무사만루의 위기를 초래했고, 이후 나지완과 차일목이 희생타를 쳐내며 2점을 냈다. 히어로즈는 유동훈과 윤석민에게 꽁꽁 틀어막히며 8회 말까지 점수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9회 말, 기적이 일어났다. 원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9번 타자 강정호의 대타로 나선 오윤이 안타를 쳐냈고, 중견수의 후속 플레이가 느슨한 틈을 타 2루까지 파고들었다. 다음 타자 황재균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2아웃까지 물렸으나, 이 직후 정수성이 우전 안타를 쳐내며 동점. 그리고 3번 타자 이택근이 1루수 옆으로 빠지는 날카로운 페어볼로 경기를 끝냈다.



● 2011년 5월 5일 : 문성현 데뷔 첫 선발승! <KIA 0 - 3 넥센>

2011년 어린이날 경기 종료 후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고 있는 문성현.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9년 전의 어린이날 경기는 현시점에서는 정말 '의외'의 인물들이 승리를 이끌었다. 우선 2번 타자로 선발출장한 장민석이 첫 타석부터 KIA의 선발투수 서재응의 변화구를 잡아당겨 우월 솔로포를 만듦으로써 선취점을 만들었다. 이는 장민석의 2011시즌 마수걸의 홈런이자 통산 2호 홈런이었다. 덧붙여서 장민석은 이날 경기 직전까지 32타수 4안타, 타율 0.125를 기록하고 있었다. 7회 말 승부에 쐐기를 박는 2타점 적시타의 주인공은 2013시즌 이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IA로 이적한 김민우. 선두타자 송지만의 중전 안타, 9번 타자 김민성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1사 1, 2루 찬스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만들어냈다. 이 날 경기까지 김민우선수는 3할 4푼 4리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선발투수로 출장한 문성현은 당시 최고 147km/h의 강속구와 '싸움닭'이라는 별명을 만들어준 공격적인 피칭을 앞세워, KIA의 강타선을 봉쇄했다. 이날 문성현의 기록은 6이닝 6탈삼진 무실점. 데뷔 첫 선발승을 거뒀음은 덤이다. 직전 두 경기까지 합해 세 경기 연속으로 좋은 활약을 펼친 문성현은 2011시즌 붙박이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30경기 130.2이닝(팀 내 2위) 평균자책점 4.34 5승 12패를 기록한다. 당시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경기 전 선배들이 '어린이가 어린이날에 던지니 잘 던질 것'이라며 격려해줬다고 이야기했던 문성현. 20대 초반의 영건은 어느덧 30대를 목전에 두고 있으며, 2020년의 어린이날 또한 이렇게 지나갔다. 과연 올 시즌에는 침묵을 깨고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 2012년 5월 5일 : 히어로즈, 창단 첫 어린이날 경기 패배! <넥센 2 - 3 KIA>

한명재 "공의 위치를... 놓쳤어요~"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짜릿한 끝내기 승리, 유망주 투수의 데뷔 첫 선발승 등 여러 가지 멋진 기록을 선물했던 KIA. 하지만 창단 후 어린이날 승률 100%를 달리고 있던 히어로즈에게 처음으로 패배의 아픔을 각인시켰던 팀 또한 KIA였다. 숱한 실책성 플레이 끝에 연장 끝내기 패배를 당했던 2012년 어린이날 경기가 바로 그 사례이다.


당시 양 팀의 선발투수는 2012시즌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하게 되는 브랜든 나이트와, 2011년에 MVP를 수상했던 윤석민. 5회 초까지만 해도 경기는 두 선수의 이름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명품 투수전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5회 말 장기영이 선두타자 이준호의 타구를 놓쳐 주자를 2루까지 진루시키고, 다음 타자 윤완주의 3루수 방면 번트 타구를 나이트가 악송구하여 허무하게 선취점을 내줬다. 이후 김선빈이 적시타를 쳐내면서 스코어는 0대 2가 되었다.


'어린이날'의 히어로즈는 그 어느 때보다 끈질겼다. 8회 초 선두타자 서건창과 1번 타자 정수성이 각각 안타와 2루타를 쳐내며 무사 2, 3루의 찬스를 만들었고, 부담을 느낀 윤석민이 2루로 견제를 시도하다 공을 빠뜨려 한 점을 얻는 데 성공했다. 9회 초에는 강정호와 오재일, 그리고 지석훈이 마무리투수 유동훈을 상대로 연달아 안타를 만들어 기어이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10회 말에는 팀의 세 번째 투수 박성훈이 일사만루의 위기에 몰렸으나, 구원등판한 이정훈이 대타 송산을 상대로 3루수 앞 땅볼을 유도하며 무실점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1루수 박병호가 서건창의 원바운드성 송구를 포구하지 못해 병살 유도에 실패했고,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다.


● 2013년 5월 5일 : 난타전! <KIA 13 - 9 넥센>

KIA의 선발투수 소사를 상대로 2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며 원맨쇼를 펼쳤던 박병호.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제아무리 야구가 투수놀음이라 할지라도, 결국 직관을 간 팬들이 봤을 때 점수가 나지 않는 경기는 재미없는 경기일 뿐이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경기. 그런 경기야말로 어린이날에 부모님을 졸라 오목교역에서 내려 목동 야구장을 찾아간 어린이 팬들에게 있어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해주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2013년 5월 5일 KIA - 넥센전은 '갸린이'와 '혀린이'들에게 꿈만 같은 기억을 선사해 준 경기였다. 당시에 시골집에서 인터넷 중계로 봤던 나도 아직까지 기억나니까 직관 갔던 어린이 팬들은 분명 그랬을 것이다.


경기 시작과 함께 점수가 나왔다. 1회 초 2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선발투수 나이트가 사구와 안타, 볼넷으로 이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이후 밀어내기 볼넷과 중전 안타를 허용하며 3실점. 지켜보던 KIA 팬들은 먼 길 찾아와 직관하는 경기가 시작부터 '대박'이 나니 신이 나서 돈을 펑펑 썼을 테고, 넥센 팬들은 어이가 없어 속이 타 매점을 찾았을 테니 가장 기뻐하던 사람은 선동열 감독 및 KIA 선수단도 기아 팬들도 아닌 목동구장 명물 통감자와 떡볶이를 판매하던 아주머니일지도 모르겠다.


히어로즈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1년 전 광주까지 내려갔던 혀린이들을 울린 박병호가 그들에게 작년과 같은 악몽을 만들어주지 않기 위해 날뛰었다. 2점 차로 뒤지고 있던 3회 말 1사 1, 3루의 찬스에서 소사의 149km 강속구를 걷어 올려 역전 쓰리런을, 5점 차로 밀리던 5회 말 1사 1, 3루의 찬스에서 소사의 152km 강속구를 밀어쳐 추격의 연타석 쓰리런을 쏘아 올렸다. 이날 히어로즈의 타선은 총 9점을 뽑아냈는데, 이 중 박병호의 방망이에서 나온 점수만 총 7점이니 그의 활약이 얼마나 굉장했는지를 알 수 있다.


한편 헨리 소사는 총 8실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5회까지 마운드에서 꿋꿋이 버팀으로써 승리투수가 되었는데, 다행히도 31년 KBO 역사에 그보다 부진한 선수들이 있었기에(1984년 MBC 청룡 오영일 9이닝 9실점, 2010년 롯데 자이언츠 이재곤 5이닝 9실점) 자신의 이름을 불명예스러운 기록과 함께 남기지는 않았다.



● 2014년 5월 5일 : 2년 연속 난타전, 이번에는 영웅들이 웃었다! <넥센 16 - 8 KIA>

(원본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1회부터 승부가 결정 났다. 선발투수 한승혁이 선두타자 서건창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고, 2번 타자 비니 로티노와 3번 타자 이택근을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무사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이후 5번 타자 강정호에게 밀어내기 볼넷, 6번 타자 김민성에게 2타점 적시타, 7번 타자 이성열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한 뒤 강판됐다. KIA의 두 번째 투수 송은범은 8번 타자 유한준을 상대로 얕은 플라이볼을 유도했으나, 중견수 이대형이 햇빛을 눈부셔하다가 타구를 놓쳐 2점을 더 내줬다. 이후 1사 2, 3루 상황에서 허도환이 스퀴즈 번트에 성공하고 서건창이 중전 적시타를 쳐냄으로써 스코어는 7대 0이 되었다.


'어린이날 괴물' 박병호가 2년 연속으로 대활약했다. 2회 초 원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송은범의 변화구를 걷어 올려 솔로 홈런을, 9회 초 1사 주자 2루 상황서 김지훈의 직구를 받아올려 투런포를 만들어냈다. 이미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영양가 없는 홈런포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뭐 어떠한가? 1회에 사실상 승패가 결정됐다 할지라도 팬들은 나머지 8이닝 동안 타자들이 다음 경기를 위해 빠르게 아웃되는 것보다는,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을 원한다. 다소 지루해질 수도 있는 상황을 박병호는 홈런 두 방을 날림으로써 즐거움을 선사한 것이다.



● 5~6월에 중심 타선 강한 키움, 2020시즌에는 우승 거머쥐길

(이미지 : 내가 만듦)

꼴찌를 한 시즌에도, 상위권을 달리던 시즌에도 어린이날만 되면 미쳐 날뛰는 키움. 이들의 어린이날 선전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이 글을 쓰기 이전 5~6월에 중심타선이 강한 구단이 어디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① 각 구단의 조정 득점 창출력(Weinghted Runs Created, wRC+) 상위 4걸 타자들을 팀 타선의 핵심으로 보고 ② 이들의 2014년부터 작년까지의 통산 OPS(On-base Plus Slugging, 출루율+장타율)와 동일 기간 5~6월 OPS를 구한 뒤 ③ 5~6월 OPS가 통산 OPS보다 높은 타자는 ‘오뉴월에 기세를 타는 타자’로, 낮은 타자는 ‘해당 기간에 기세가 꺾이는 타자’로 판단한 결과, 키움 히어로즈는 5~6월에 가장 중심타선이 기세를 타는 팀으로 밝혀졌다. 원래 5~6월만 되면 타선이 절정을 달리는 팀이기 때문에 어린이날에 많이 이겼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개막이 연기됨으로써 초반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2020시즌. 오뉴월에 막강한 방망이를 자랑하는 영웅군단이 올해야말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지 않을까? 제발 그래 줘 부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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