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성실 Nov 10. 2020

영웅군단은 이용규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그가 가진 3가지의 확실한 강점


키움이 외부 영입에 1억 이상을 사용한 것은 김병현 이후 약 9년만의 일이다. (사진 출처 : 한화 이글스,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키움 히어로즈가 베테랑 외야수 이용규를 연봉 1억 원, 옵션 최대 5천만 원 등 총액 1억 5천만 원에 영입했다. 키움  히어로즈가 외부 영입에 1억 원 이상의 비용을 사용한 것은 2017년 미네소타 트윈스 소속이었던 박병호와 15억에 계약한 이후  처음이며, 이를 제외하고 보면 2012년(김병현, 계약금 10억 연봉 5억 옵션 1억) 이후 약 9년 만이다. 타 구단 팬들이 봤을 때는 수많은 방출 선수 영입 사례 중 하나로 보일 수도 있지만, 히어로즈 팬들로서는 그야말로 1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대사건인 것이다.

   이는 키움 구단이 외부 수혈을 통한 전력 보강에 대해 얼마나 소극적인 태도인지를 보여주는 사례임과 동시에, 키움이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이용규라는 선수를 데려왔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용규가 익일 스포티비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그가 한화 이글스에서 방출된 이후 가장 먼저 연락해온 구단이 다름 아닌 키움이었다. 리그 최고의 외국인 타자를 두고도 이듬해 연봉에 대해 고민하다 어이없게 놓치고 말았던 팀이, 이용규에 대해서는 어떠한 셈법도 제쳐두고 러브콜부터 보냈던  것이다.

   오주원과 함께 팀 내 최고령에 해당하는 30대 후반의 나이. 연봉 3800만 원의 박준태와 크게 다를 바 없었던 시즌  성적(박준태 .245 .389 .331 wRC+ 102.3 swar 1.91, 이용규 .286 .381 .337 wRC+ 103  swar 2.23). 그리고 매 시즌 페이롤 줄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팀이 맞나 싶은 높은 연봉까지. 과연 키움은 그에게  얼마나 커다란 매력을 느꼈기에, 모두가 예상치 못한 '히어로즈 이용규'를 탄생시킨 것일까?




● 습자지 외야 뎁스, 전직 국가대표 외야수로 메꾼다

한때 영웅 군단의 가장 큰 자랑거리였던 외야진은 20년대 들어 가장 큰 근심거리로 변하고 말았다.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타자 밴 헤켄'이 될 줄 알았던 외국인 타자와의 결별. 탑 프로스펙트 유망주의 더딘 성장. 한때 팀을 구했던 영웅들의 잇따른  쇠락. 그 모든 일이 벌어진 끝에, 2019년 리그 swar 2위(11.68)를 기록했던 영웅 군단의 외야진은 단 1년 만에  중하위권(6위, 8.27)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이마저도 이정후가 국가대표급 활약을 펼쳤기에 기록한 성적이다.

   다행히 스토브리그 기간에 트레이드로 영입한 박준태가 자신의 잠재력을 터뜨리고, 허정협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면서 우려했던  '외야 붕괴'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기적은 2년 연속으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수년간 외야의 중심을 책임졌던 임병욱이 군 입대 예정이다. 박준태와 허정협이 주전 외야수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으나,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이었던 만큼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만 한다. 가능성을 보여준 변상권은 정말 가능성'만' 보여줬을 뿐, 아직은 보완할 점이 많은 미완의 대기다. 결국 이정후를 제외한  모든 요소에 물음표가 붙는다. 요행으로 일낼 생각이 아니라면 만약을 대비해야만 한다.


   이용규는 이러한 고민의 짐을 한 덩어리 덜어줄 수 있는 확실한 선수이다. 지난 시즌 감독과의 불화로 인해 1년을 통으로  쉬었음에도 올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균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마찬가지로 1년을 쉬고 온 이택근이 올해 57타수 11안타  타율 .193으로 완전히 무너졌음을 생각해보면, 아직 빛이 바래지 않은 이용규의 클라스에 기대를 걸어봄 직하다.



9월 27일 잠실 두산전에서 좌익수로 선발출장한 김혜성.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만약 허정협과 박준태가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우려를 딛고 내년에도 훌륭한 활약을 펼쳐준다면, 여기에 이용규까지 가세해 히어로즈의 외야 뎁스가 두툼해짐으로써, 김혜성이 좌익수 알바를 뛰는 일이 사라질 수 있다.  매년 경이로운 성장 폭을 보이며 차세대 주전 유격수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선수가, '타 포지션에 구멍이 뚫려' 외야 겸업을 하는  모습은 팬들에게 얼마나 큰 슬픔을 안겨주었나. 이용규의 키움 히어로즈 입단이라는 소식은 이 문제로 하루가 멀다 하고 코치진을  욕했을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소식이기도 했다. 어쩌면 김치현 단장의 이번 결정은 그저 키움 팬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 김하성 빠진 테이블 세터진, 이용규가 해결한다

용규놀이라는 말이 생긴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투수들을 괴롭히고 있는 이용규. (사진 : 2015년 8월 25일자 한국일보)

   2번 타순에서 21개의 홈런과 0.937의 OPS를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2번 타자로 대활약했던 김하성이 해외에 진출할  예정이다. 이 문제는 2번 타자로 106타석에 들어서는 동안 3할 8푼 4리의 고타율을 기록했던 김혜성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1번이다. 올해 키움의 1번 타순 팀 타율과 OPS는 각각 8위와 7위로 모두 리그 최하위였다.  전반기에만 해도 큰 부침 없이 제 역할을 수행했던 서건창이 후반기 들어 부진하면서 이상이 생겼다. 시즌 후반 들어 1번 타자로  출장하는 일이 잦아진 박준태가 해당 타순에서도 3할 6푼 1리의 출루율을 기록했으나, 여러모로 아쉬웠던 것이 사실이다. 박준태는  선두 타자로서 투수를 끈질기게 괴롭힐 컨택, 출루 후 루상에서 상대 배터리를 뒤흔들 주력 등의 요소를 갖추고 있지 않다.

   이런 점에서 이용규의 합류는 내년에도 영웅군단의 상위 타순이 중심 타자들에게 안정적으로 밥상을 차려줄 수 있을 것임을 기대할 수  있는 요소다. 어느덧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국가대표 1번 타자의 두 다리는 올해에도 17번이나 베이스를 훔쳐냈다. 이  과정에서 여덟 번의 도루 실패가 있었지만, '뛸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극명하다. 용규 놀이라는 말이  생긴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꾸준히 투수들을 괴롭혔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들 중 P/PA( P(Pitch)/PA(Playe Apperance), 타석당 투구 수) 4위를 기록했다.

  30대 중후반의 노익장에게 '풀타임 1번 타자'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용규는 분명히 서건창의 체력 안배를 도와가며 영웅군단의 1번 타순에 대한 문제점을 메꿀 수 있으며, 김하성이 빠지게 된 상위 타순을 김혜성과 함께 지켜낼 수 있다.




● 어린 영웅들의 버팀목 되어줄 이용규

이장석 전 대표가 건네준 85억으로 눈물을 닦아낸 베테랑 선수는 훗날... (이미지 : 매일 경제 기사 캡쳐)

   히어로즈는 어린 선수들의 역동적인 에너지로 매년 호시탐탐 대권을 노리는 '젊은 피의 팀'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나 NC 다이노스의 양의지처럼 '거목' 역할을 해줄 선수가 부재한 구단이기도 하다. 2016년, 베테랑 역할을  기대하며 4년 총액 35억에 재계약했던 이택근은 모두의 기대에 후배 폭행으로 화답했다. 송신영, 김민성 등 선수들을 휘어잡는 한편  벤치클리어링 등의 돌발상황이 벌어졌을 때 방패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파이팅 넘치는 베테랑'들은 대부분 팀을 떠났다.

  구단에서는 이용규에게 팀에서 찾아보기 힘든 '파이팅 넘치는 베테랑'의 역할을 기대하는 듯하다. 김치현 단장은 처음 이용규 영입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보냈을 때부터 "풍부한 경험과 실력, 열정을 가진 선수와 함께 해서 매우 기쁘다"며 "연령대가 낮은 선수단에 실력있는 베테랑 선수의 합류로 뎁스와 선수단 분위기 강화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기자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스포츠 경향의 하경현 기자는 키움의 이용규 영입에 대해 '10개 구단 중 평균나이가 가장 어린 팀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정신적 지주'라는 생각을 적기도 했다.

   누군가는 구단에 순응하며 말년을 편히 보내려 할 때, 몇 번이고 자신의 선수 생활을 거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온 이용규.  지금까지의 히어로즈에서는 분명히 찾아보기 어려웠던 그의 특색이 2021년의 영웅군단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기대된다.




(사진 출처 : 뉴스1)

   외야진 뎁스 강화. 김하성이 빠지고 서건창이 체력 문제를 겪는 테이블 세터진의 붕괴를 막아줄 카드. 여기에 확실한 실력이  뒷받침되는 파이팅 넘치는 리더십까지. 어찌 보면 키움 히어로즈에게는 그에게 지불하는 최대 1억 5천만 원의 금액이 조금도 아깝지  않게 느껴졌을지 모르겠다.

  키움 구단의 이용규 영입은 김하성과 에릭  요키시의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영웅들은 우승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2016년  박병호, 밴 헤켄, 유한준이 한꺼번에 이탈했을 때에도 낙심한 팬들에게 믿기 힘든 기적을 선보였던 그들이다. 과연 2021년에는  어떠한 요술이 히어로즈 팬들을 매료시킬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