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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실 May 31. 2018

'매서운 외풍 부는'히어로즈, 선수단은 무너지지 않았다

  주전 선수들이 줄부상을 당했다. 팀의 주전 포수와 마무리가 성폭행 혐의로 전력에서 이탈함과 동시에 선수단 분위기를 흔들어놓았다. 최근 며칠 동안에는 경기에서 승리해도 다음날 구단의 존위에 대한 기사가 더 많을 정도로 매서운 외풍이 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웅들은 쓰러지지 않았다.


  최근 넥센 히어로즈는 경기 외적인 일로 연일 야구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수요일(5월 23일)에는 팀의 주전 포수였던 박동원과 마무리투수 조상우가 성폭행 혐의를 받으며 팀을 발칵 뒤집어지게 만들었다. 22일 경기 종료 후 선수단이 머물던 인천 시내의 모 호텔에서 피해 여성과 23일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가,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것. 15일에는 학교폭력으로 인해 입단 전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안우진이 1군에 콜업되며 여론과 야구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구단 측은 안우진의 1군 콜업을 '박동원, 조상우 사건으로 인해 어렵게 내린 급작스러운 결정'이라고 해명했으나, 29일 올라온 기사에서 이는 사실이 아니며 한 달 전부터 정해졌던 일이었음이 밝혀졌다. 28일에는 넥센 히어로즈가 타 구단에게 뒷돈을 받고 현금이 끼지 않은 양 트레이드를 했었음이, 30일에는 이런 식으로 받았던 뒷돈이 무려 131억 5천만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뒷돈 트레이드는 KBO와 sk를 제외한 9개구단이 모두 이를 묵인했었음이 알려지면서 비단 히어로즈 구단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 프로야구 전체의 문제로 커지기도 하였다.

  넥센 히어로즈에게 닥친 악재는 요 일주일 간 연이어 터진 이 사건들만이 다가 아니었다. 선수단 외적인 문제들이 터지기 이전에는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히어로즈였다. 테이블 셰터 역할을 해주던 서건창과 이정후가 각각 오른쪽 정강이 부상과 왼종아리 근섬유 미세손상 부상으로, 중심타선에서 활약해주던 박병호와 김하성, 김민성이 종아리 부상과 자상, 발 뒤꿈치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나오지 못했다. 5월 셋째주에는 사실상 '1.8군' 타선으로 경기를 치렀다. 일 년에 한두 번 터질까말까한 일들이 시즌 전반기에만 몰아서 터지고 있다. 당연하지만 선수단의 분위기는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히어로즈의 추락은 불가피한 것처럼 보였다.




5월 16일 고척 넥센전. 9회말에 선두타자로 나와 끝내기 홈런을 쳐낸 초이스가 선수단의 물세레를 받고 있다. (사진 출처 : 넥센 히어로즈)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불구하고, 넥센 히어로즈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주전 멤버 중 여섯 명이 빠진 상태였던 5월 셋째 주에도, 성폭행 논란과 안우진 콜업 논란으로 매일 경기 시작 전부터 더그아웃이 시끄러웠던 지난 주에도, 넥센 히어로즈는 5할 승률을 기록했다. 이번주는 아예 구단 존립의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선수들은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일찍이 위닝 시리즈를 예약하였다. 다른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단이지만, 특히 지난 두 경기에서는 선수단이 얼마나 경기에 집중해서 임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부상에서 돌아온 중심 타자 박병호와 김하성의 4홈런 합작, 타격에서는 좋은 모습을 기대할 수 없던 김재현의 멀티히트와 주효상의 역전 솔로포, 한 이닝에 연달아 나온 3개의 호수비. 몸을 던져가며 경기에 임하다보니 부작용도 생겼다. 화요일 경기에서는 경기 도중 김하성, 김규민, 임병욱 등이 다리에 통증이 생겨 교체가 되기도 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팬들을 우려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넥센 히어로즈의 선수단은 부상을 입을 각오를 하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넥센 히어로즈)
"솔직히 말하면 경기에 집중하는 게 편하지만은 않다. 솔직히 좋은 기분으로 그라운드에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나. 하지만 그럴수록 일부러라도 경기 자체에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다행히 우리 선수단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다들 최선을 다하고 있다" - 스포츠조선 기사 中


  29일부터 서건창 대신에 주장을 맡게된 김민성이 인터뷰에서 밝혔다시피, 팬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경기 외적인 악재들은 확실히 선수단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분 좋게 그라운드에 나오는 것이 이상한 상황이고, 그런 만큼 경기에 집중하는 것도 편하지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단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고 있다. FA를 앞두고 있는 데다가 부상으로 인해 시즌 초반부터 주춤했는데 주장까지 맡아 부담이 클 김민성부터 선수들에게 "우리가 어쩔 수 없는 건 신경 쓰지 말도록 하자"고 말하고 있다. 지금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 하자며 격려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넥센 히어로즈)
"지금 분위기에 성적까지 떨어지면, 선수들이 더 힘들어한다. 경기는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 5월 30일 경기 종료 후 가졌던 인터뷰에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답한 이택근의 말대로, 팀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의 연패는 안그래도 선수들을 더욱 더 힘들게 만든다. 힘들다고 해서 자신들이 야구 외적으로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다. 성적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선수들은 그 어떤 때보다 힘겨운 5월 한 달을, 현재까지 14승 10패라는 성적을 기록함으로써 꿋꿋하게 이겨내고 있다. 매서운 외풍이 매일 불고 있지만, 선수단은 아직까지 무너지지 않았다. 결국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고, 영웅 군단은 이번 시즌에 그 말의 의미를 곱씹게 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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