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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실 Apr 04. 2021

11년 만의 개막 시리즈 스윕, 그리고 1호·1호·1호

  키움 히어로즈가 2010년 3월 27일~28일 사직 롯데전 이후 11년 만에 개막 시리즈를 스윕했다. 비시즌 동안의 전력 유출 및 부상이 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였으며, 동시에 수많은 '1호' 기록도 쏟아냈다.




● 1호 안타

"팀이 이길 수있는 좋은 장면을 만들고 싶다."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4월 3일 토요일에 서울, 수원, 문학, 창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2021 KBO리그 개막전은, 전국에 비가  내림에 따라 고척 스카이돔을 제외한 모든 구장의 경기가 취소되었다. 이로써 고척돔에서 경기를 치른 삼성과 키움의 선수들이 대부분의  '시즌 1호' 기록을 가져가게 되었다. 그중 1호 안타와 1호 득점은 모두 이용규가 가져갔다.


   이날 1번 타자로 출장한 이용규는 1회 말 첫 타석에서 삼성의 선발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과의 승부를 7구까지 끌고 간 끝에  뷰캐넌의 7구 체인지업을 외야로 날렸다. 외야 수비의 달인 중견수 박해민이 몸을 날려가며 안타를 지우려 했지만, 타구는 한 끗  차이로 글러브가 아닌 그라운드에 닿았다. 이로써 이용규는 2021시즌 KBO리그 시즌 1호 안타를 신고하게 되었다. 



● 1호 타점·1호 2루타·1호 득점

"(외부 평가에 대해) 크게 동요는 안 한다. 저희가 가진 기량이 최대한 나와야 하므로 서로 격려하면서 올시즌을 보내자고 말했다."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선두 타자부터 안타를 치고 나가며 좋은 흐름을 가져가나 했지만,  마운드 위에 올라와 있는 선수가 삼성의 에이스 뷰캐넌인 만큼 생각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2번 타자 데이비드 프레이타스는 5구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3번 타자 이정후도 3루수 앞 땅볼로 주자를 2루까지 진루시키는 데 그쳤다.

  2사 2루, 타석에는 4번 타자 박병호. 생애 첫 홈런왕을 거머쥐었던 2012년부터 최악의 부진을 겪었던 2020년까지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낸 타자이지만, 한편으로는 2012년부터 단 한 번도 시즌 첫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12년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 13년 볼넷, 14년 외야 뜬공, 15년 내야 뜬공, 18년 삼진, 19년 내야 뜬공, 20년 땅볼).  게다가 마운드 위의 투수는 2020년 박병호를 5번 상대하는 동안 세 개의 삼진을 잡아낸 '천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병호는 지난 7시즌 간의 시즌 첫 타석 결과가, 상대 투수가 자신과의 상성이 어쨌든 아랑곳 않았다. 뷰캐넌의 초구  커브를 밀어쳐 외야 우중간을 갈랐다. 타자 주자가 2루까지 들어가는 데 충분한 타구. 그 사이에 2루 주자 이용규가 홈으로  들어오면서, 박병호가 2021시즌 KBO리그 1호 타점과 2루타를, 그리고 이용규가 1호 득점을 올리게 되었다.



● '데뷔 첫' 안타, 타점, 멀티히트

"아버지께 기분 좋게 전화하겠네요"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정규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팬들은 주전 우익수로 박준태를, 주전 3루수로 전병우와 김웅빈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시범경기에서의 성적이 어쨌든 지난 시즌 적잖은 경기에 출장하는 동안 각각 자신의 강점을 확실히 보여줬던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원기 감독은 "자신의 플레이에 확신이 안 서는 것 같다"는 이유로 두 선수를 엔트리에 포함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 시즌에 처음으로 1군에 올라와 열 타석 남짓 들어왔던 '초짜' 김수환과 송우현을 개막전 선발로 기용했다.

   송우현이 먼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개막전 첫 타석에서부터 뷰캐넌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까지 끌고 간 끝에 볼넷으로  출루하더니, 두 번째 타석에서 좌익수와 유격수 사이에 떨어지는 안타를 쳐냄으로써 프로 통산 첫 안타를 신고했다(데뷔 7년 차,  1군 통산 17타석만의 첫 안타). 이사 만루의 찬스에서 들어선 세 번째 타석 때는 유격수와 2루수 사이로 타구를 보냄으로써  2타점 적시타를 만들었다(데뷔 첫 타점, 멀티히트). 4일 경기에서도 선발 우익수로 출전한 송우현은 두 개의 볼넷을 얻어  출루함으로써 선구한 또한 나쁘지 않음을 보였다(송우현 2019시즌 2군 출루율 0.407, 2020시즌 2군 출루율 0.374).  



● '데뷔 첫' 홈런·1호 '한 이닝 멀티 히트'

홍원기 감독 “좀 더 경험이 필요하겠지만, 앞으로 한동희나 노시환처럼 KBO리그 거포 3루수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시범경기에서만 홈런 두 개를 쳐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던 김수환 또한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펼쳤다. 개막전에서는 3타수 무안타  1삼진에 그친 뒤 경기 후반 전병우와 교체됐지만, 수비에서는 핫코너에 걸맞은 빨랫줄 송구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4일 경기에서는 경기 중반까지 석 점 차로 무기력하게 끌려가던 분위기를 단번에 뒤집었다. 5회 말 선두타자로 나와, 4회까지  59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밴 라이블리의 123km/h 커브를 잡아당겨 좌월 솔로홈런을 만들어낸 것이었다(개인 통산 첫  홈런, 데뷔 7년 차, 1군 통산 17타석만의 첫 홈런). 반드시 필요한 순간, 투구 리듬을 탄 에이스 투수를 상대로 만들어낸  홈런이에게 더욱 값졌다.

  이날 라이블리는 커브를 자신의 제2 구종으로서 구사하고 있었다. 4회까지 59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커브만 17구를 던졌고, 다섯 개의 탈삼진 중 네 개는 커브를 결정구로 던짐으로써 잡아낸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렇다 할  데이터도 없는 8번 타자에게 커브를 던지다 허용한 홈런은 단순한 1실점 이상의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결국 라이블리는  김수환에게 홈런을 맞은 뒤 급격히 흔들렸고, 아웃 카운트 두 개를 잡는 동안 2개의 사구와 3개의 볼넷, 그리고 2개의 안타를  내주며 무너졌다.

  라이블리가 강판된 직후 다시 한번 타석에 들어선 김수환은, 바뀐 투수 심창민의 146km/h 패스트볼을 밀어쳐 우익수 앞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로써 김수환은 5회에만 데뷔 첫 안타, 타점, 멀티히트, 그리고 2021시즌 KBO리그 1호 '한 이닝 멀티 히트' 기록까지 몽땅 챙겼다.



● 1호 강판

안우진의 프로필 사진. (이미지 출처 : KBO)

  2021 KBO리그 정규시즌 1호 강판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3이닝 75구 4피안타 3실점 1자책)



● '팀 1호' 세이브

여느 때처럼 담담하게, 오주원은 130km/h 중반의 직구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았다.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시즌 시작 전 부동의 마무리 투수 조상우가 부상을 당하고, '2020시즌 팀 내 홀드 1위' 이영준마저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하며  불펜진이 급격히 헐거워졌다. 다행히 비시즌 중 박관진, 김동혁, 장재영 등 신예 선수들의 기량이 올라와 1군 엔트리에  포함했지만, 이들을 마무리로 기용하는 것은 '무모하다'는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김태훈, 양현, 오주원 세 명 중 한  명을 마무리로 결정해야만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원기 감독이 선택한 카드는 '클로저 오주원'이었다.

   3일 경기에서 오주원이 팀의 마지막 투수로 올라왔을 때만 해도 팬들은 '큰 점수차이니 올린 것이겠지'라고 생각했다. 그야 그럴  게, 지난 시즌 5.40의 평균자책점과 3할 7푼이라는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을 기록했던 오주원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주원은  4일 경기에서도 9회 초에 그라운드로 걸어 나왔다. 3일 경기와는 달리, 3점 차의 '세이브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투수라면 140km/h도 안 되는 직구를 구자욱에게 던질 수 없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 최훈 <클로저 이상용>)

   삼성의 타선은 구자욱 - 피렐라 - 이원석으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 구자욱은 좌타자이지만 2020시즌 직구 상대 타율이 3할  4푼 4리에 달하는 '패스트볼 먹는 괴물'. 하지만 오주원은 아랑곳 않고 직구 일변도의 승부를 했다. 구자욱을 상대로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을 찌르는 130km/h 중반대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고, 결국에는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4번 타자 호세  피렐라에게도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직구 승부. 피렐라는 3구째 135km/h 패스트볼을 걷어 올렸지만, 타구는 워닝트랙까지도  뻗어가지 못하고 좌익수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이원석의 대타로 나온 김헌곤에게는 2루타를 허용했지만, 다음 타자는 한복판 높은  132km/h 포심으로 잡아냈다. 그렇게 경기가 끝났다. 그리고 키움 구단의 2021시즌 첫 세이브가 기록되었다.


  현재까지 144승 0패 페이스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만 이런 경기력만을 보여주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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