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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실 Apr 22. 2021

스미스의 끝나버린 코리안 드림, 예정된 키움의 추락

[1편]

  7일 전, 그러니까 4월 15일. 키움 히어로즈가 지난겨울 '1선발'로 영입했던 외국인 투수가 팀에서 방출되었다. 사유는 간단명료했다. 팀의 에이스를 맡아주기에는 한참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이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7일이 지났다. 키움은 4월 14일부터 내리 패배하며 2866일 만의 팀 7연패를 달성했다. 리그 9위 한화 이글스와 2.5경기 차이가 나는 꼴찌로 추락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가뜩이나 연이은 전력 누수가 일어난 상황에서, 가성비 대박 용병을 기대하며 평소와 같은 방만한 외국인 영입을 했기 때문이다.




● 예정되어 있었던 스미스의 몰락

4월 13일 고척 LG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조쉬 스미스. 이날 경기가 그의 KBO리그 마지막 등판이 되었다.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고령의', '이닝이팅 능력이 의심되는', '모닥불러'. 한국으로 오기 직전의 스미스에 대해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키움은 지난해 겨울 새 외국인 투수의 영입에 나서며 '150km/h 강속구를 던지는', '변화구 좋은', '좋은 제구력의' 투수를 데려오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스미스는 세 가지 조건에 모두 부합하지 않았다. 그러한 스미스의 부진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봄부터 정규시즌까지의 모습에 대해 평가하기 전에, 스미스를 갓 영입했던 2020년 12월 11일의 시점에서 그를 되돌아보자. 스미스는 KBO리그에 오는 시점에서부터 상당히 나이가 많았다. 1987년생인 스미스는 올해 서른네 살이며, 2020시즌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서 뛰는 외국인 투수 중 34세 이상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또한 지난해 KBO에서 활약한 외국인 투수 스무 명의 평균 연령은 30세였다(최연소 투수 크리스 플렉센(前 두산, 26세), 최고령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KT, 33세)).

  지난 10년간 KBO리그에서 뛰었던 만 34세 이상의 외국인 투수는 총 16명이었으며, 그나마도 지난 2년 동안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중 선발등판시 평균 6이닝 이상을 소화했던 선수는 일곱 명이었는데, 이들 중 아킬리노 로페즈와 브랜든 나이트를 제외한 다섯 명은 모두 34세가 되기 전부터 KBO리그에서 뛰었던 '검증된 선수'였다. 1선발의 기본 덕목인 '많은 이닝 소화'를 기대하기에 서른넷은 너무 많은 나이였다.

  물론 나이만 갖고 너무 억지스러운 평가를 내리는 게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스미스의 MLB 시절 성적을 보아도 그가 많은 이닝을 소화해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스미스는 11년 전 풀타임 선발투수로서 커리어를 시작했으나, 지난 몇 년간은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63경기를 나서는 동안 33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했고, 작년에는 전업 불펜투수로 뛰었다. 선발투수로 나섰을 시의 평균 소화 이닝 또한 타고투저 성향이 높은 PCL에서 뛰었음을 감안해도 6이닝이 채 되지 않았다. 선수로서 최상의 몸 상태를 자랑할 30대 초반에도 많은 이닝을 던지지 못했던 서른네 살의 노장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었을까.

  느린 구속은 스미스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키움 구단은 스미스를 영입할 당시 그가 최고 150km/h 가량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이는 몇 년 전 이야기였다. 미국 스포츠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 닷컴에 의하면, 스미스의 지난해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5.3km/h로 재작년에 비해 2km/h 낮았다. 더구나 이것은 코로나19로 인해 경기 수가 팀당 60게임으로 대폭 축소되었던 2020년의 메이저리그에서, 매 순간 전력투구를 하는 불펜투수로서 16경기에 등판해 기록한 수치였다. 30대 중반에 가까워지면서 찾아온 구속 저하, 그리고 체력 안배가 필요한 선발로 뛰면서 감안해야 할 2~3km/h의 구속. 패스트볼의 최고 구속이 150km/h는커녕 140km/h 중반대에도 미치지 못할 것임을 쉬이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럼 이제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던 스미스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지난 두 경기 동안 스미스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2km/h에 머물렀다. 최고 148km/h를 던지는 등 이따금씩 140km/h 중반대의 공을 던지기도 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코스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패스트볼과 함께 섞어 던지는 커터의 평균 구속은 135km/h에 그쳤다. 손승락이, 고우석 같은 커터의 달인들이 못해도 140km/h 이상의 커터를 던졌음을 생각하면, 과연 스미스의 휘지 않는 130km/h대 변화구를 커터로 봐야 할지 '각 없는 슬라이더'로 봐야 할지 의문이다.

  <2021 크보 뎁스차트>에 의하면 빅리거 시절의 스미스는 제구력이 좋지 않은 선수였다. 이는 한국에 온 뒤로도 마찬가지였다. 빠른 공으로 스트라이크 존 구석을 공략하지 못했고, 타자를 몰아세우지 못하니 전매특허라던 커브도 무용지물이었다. 한 타자를 상대하는 데 많은 공을 던져야 했고, 이는 이닝 소화 능력 저하로 이어졌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모두 안 좋은 모습만을 보여준 끝에 4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다. 데뷔전이었던 4월 7일 KIA전에서 불안 요소가 모두 폭발하며 3이닝 79구 5실점으로 무너졌다. 지난 4월 13일 고척 LG전에서는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으나 맞는 타구가 모두 정타로 이어지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스미스의 불안 요소는 팬그래프, 베이스볼 레퍼런스 닷컴 등 일반 야구팬들에게 공개된 자료를 조금만 찾아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산재되어 있었다. 그리고 스미스는 '예정대로'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며 무너졌다. 히어로즈 팬들에게 악몽이 된 션 오설리반과 함께 '히어로즈 구단에서 단 두 경기만을 선발로 뛰고 방출된 외국인 투수'가 되었으며, 개막 후 12일 만에 방출 통보를 받으며 KBO리그 역대 최단기간 웨이버 공시 기록 보유자가 되었다(3위 테일러 모터, 25일).




● 예상할 수 있었던 스미스의 몰락


  스미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방출 전 두 경기 동안 보여준 스미스의 모습은 모두가 우려했던 에이징 커브와는 거리가 멀었다. 시범경기까지 최고 143km/h에 머물렀던 패스트볼 구속을 최고 148km/h까지 끌어올렸는데, 이는 그가 정규시즌까지 충실히 몸을 만들었음을 의미한다. 4월 13일 경기에서의 7이닝 소화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스미스는 첫 번째 등판에서 불펜 투수 시절처럼 던져서는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함을 깨달았다. 하지만 본인의 구속과 제구력으로는 코너웍을 찔러 타자를 몰아넣을 수 없기에, 야수들을 믿고 한가운데에 던져넣는 식으로 투구 수를 줄였다. 물론 이러한 방식은 결코 오래 통하지 않을 것이지만, 어찌 됐든 스미스가 나름대로 노력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방출될 당시에도 단장과 감독으로부터 팀 케미가 좋았다는 평을 들었다. 13일 경기 후 KBO리그의 마운드와 공인구가 MLB와 차이가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내가 적응하고 맞춰가면 된다"며 아무런 핑계도 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프로'로서 훌륭한 마인드를 보여줬다. 단지 한국 프로야구에서 에이스 선발투수로 뛰기에는 기량이 부족했을 뿐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스미스에 대한 모든 불안 요인을 예상하지 못했거나 무시한 프런트와 현장일 것이다.



(이미지 출처 : 배지헌 기자 트위터)

  <엠스플뉴스>의 배지헌 기자는 스미스가 방출될 당시 자신의 SNS를 통해 "조쉬 스미스의 조기 퇴출은 올바른 판단"이라며 "스미스의 LG전 등판을 앞두고 키움 관계자와 얘기를 나눴는데, 영입 시점과 담당자가 스미스의 피칭을 마지막으로 본 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차가 있었다고 한다"는 말을 전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스미스는 2020시즌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주전에 근접할 정도로 많은 경기에 나섰으며, 마지막 등판일은 계약 시기와 3개월 차이도 나지 않는 9월 23일이었다.

  배지헌 기자와 이야기를 나눴다는 '키움 관계자'가 스미스를 관찰할 시간은 충분했다. 사실상 시즌 막판까지 뛰었던 투수를 두고 '피칭을 마지막으로 본 시점과 계약 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차가 있었다'고 한다면, 이는 스카우터 및 프런트의 직무유기다. 설령 마지막으로 스미스를 지켜봤던 것이 9월 23일 정규시즌 경기라고 해도, 계약 시점(12월 11일) 사이의 3개월가량을 핑계로 '상당한 시간차가 있었다'고 변명할 수는 없다. 이는 마치 두산 베어스 구단이 '유희관의 영입 시점(2021년 2월 16일)과 유희관의 피칭을 마지막으로 본 시점(2020년 11월 13일) 사이에 상당한 시간차가 있었다'고 변명하는 것과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김치현 전 단장이 스미스를 영입할 당시 했던 말과도 상반되는 트윗이다. 김치현 단장은 스미스를 데려오면서 "선수 풀이 없는 가운데 이상향에 가까운 영입을 했다"며, "구단에서 수년간 눈여겨본 선수"라고 평가했다. 김치현 전 단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키움 구단은 스미스를 수년간 지켜보면서도 일반 야구팬이 구글링하느니만 못한 전력 분석을 해왔던 것이다. 사실이 아니라면, 김치현 전 단장은 팬들을 기만한 거짓말쟁이다.



스미스의 계약 직전 5년간 땅볼/뜬공 비율(좌), 요키시의 계약 직전 3년간 땅볼/뜬공 비율(우). (이미지 출처 : 팬그래프닷컴)

  스미스 방출 직후 홍원기 감독의 인터뷰는 과연 현장과 프런트가 스미스라는 선수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영입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든다. 홍원기 감독은 15일 경기 전 스미스에 대해 "외야로 뻗어 나가는 큰 타구가 많았다"며 "캠프 때부터 유심히 지켜봤다. 팀이 원하는 제구력이나 구속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팬그래프닷컴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살펴보자. 지난 5년간 스미스는 MLB에서 1에 가까운 땅볼/뜬공 비율을 기록했다. 이는 스미스가 애초에 구단에서 원하는 '그라운드볼 피쳐'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오히려 '플라이볼 피쳐'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2019시즌에는 AAA에서 1.00의 FB/GB를 기록했으며,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년 동안에는 아예 뜬공의 비율이 땅볼보다 많았다. 지난 2년간 KBO리그의 대표적인 '플라이볼 피쳐' 라울 알칸타라와 비슷한 수치였다.

  그러니 스미스가 '외야로 뻗어 나가는 큰 타구가 많았'던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애초에 뜬공을 유도해 타자를 잡아내는 성향의 투수였으니까. '팀이 원하는 구속이 나오지 않았다'는 말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스미스는 자신의 몸 상태를 최고의 컨디션으로 끌어올려 평균 140km/h 초반대 패스트볼을 던졌다. 이 이상을 던지라고 하는 것은 마치 유희관에게 150km/h 강속구를 던지라 요구하는 것과 같다. 스미스는 애초에 선발로 140km/h 초반의 공을 던지는 투수이니까. 결국, 홍원기 감독의 발언은 스미스라는 선수에 대한 이해 부재에서 오는 발언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 현장과 프런트의 직무유기로 예정된 히어로즈의 몰락

좌측에서 세 번째 김치현 전 단장, 맨 우측 홍원기 現 감독.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조쉬 스미스는 영입 당시부터 KBO리그에서 1선발로 뛸 수 있을 것인지, 아니 온전히 한 시즌을 치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는 선수였다. 표면상의 숫자로는 부진을 예상하기 힘든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는 달랐다. 감소 중인 평균 구속과 새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기 어려울 많은 나이 등의 숫자는, 모두 스미스의 코리안 드림에 대한 적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현장과 프런트는 이를 무시하고 스미스의 영입을 강행했다.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어찌 됐든 스미스에게서 '밴 헤켄의 가능성'을 봤을 테니까. 스미스는 느린 패스트볼이라는 약점을 중화시키는 특이한 투구 동작과 까다로운 커브를 가진 투수였다. 이는 마치 느린 구속과 위에서 내려찍는 것만 같은 특이한 투구폼, 그리고 까다로운 포크볼을 가졌던 앤디 밴 헤켄을 연상시킨다. 어중간하게 많은 나이는 그가 설령 좋은 성적을 올리더라도 상위 리그에 진출하는 데 발목을 잡아줄 것이었다. 그러니 키움 구단은 60만 달러에 '저렴한 1선발' 스미스를 영입했을 것이다. 마치 재작년 겨울, 3루와 외야의 구멍을 모두 메워주는 한국의 '벤 조브리스트'를 기대하며 테일러 모터를 영입했던 것처럼.

  하지만 지난해 모터가 1년이 지나도 결코 해결하지 못할 타격에서의 약점과 한심한 워크에씩을 보인 끝에 방출되었던 것처럼, 스미스 또한 실력적인 면에서 뚜렷한 문제점을 보이다 'KBO리그 외국인 선수 최단 퇴출 기록'을 세우고 사라졌다. 얕은꾀는 또다시 통하지 않았고, 가뜩이나 불안한 영웅 군단에 큰 타격을 주었다.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풀 개런티'였던 스미스에게 50만 달러를 오롯이 지급하고 48만 달러에 제이크 브리검을 재영입했다. 브리검이 뛰었던 대만 프로야구의 웨이취엔 드래곤스에 지급할 이적료까지 생각하면, 사실상 100만 달러를 외국인 선수 슬롯 하나에 쏟아부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까지 KBO리그를 폭격하고 있는 앤드류 수아레즈(LG)의 연봉은 60만 달러이다. 이적료 40만 달러를 합치면 수아레즈의 몸값은 100만 달러의 셈이다. 키움은 '1선발급 투수'를 영입할 돈으로, 'C급 선수'를 두 경기 쓰다 방출한 뒤 지난 시즌이 끝나고 내보냈던 선수를 다시 영입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앞으로 수아레즈가 최소한 다섯 경기 더 선발등판 하는 동안, 키움은 외국인 선수가 나설 차례에 토종 투수를 선발로 세우며 버텨야만 한다. 그사이에 안 그래도 요원했던 우승컵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멀어질지도 모른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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