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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실 Aug 29. 2021

시즌 중 주장 선임은 선수의 성적에 악영향을 끼칠까?

  김혜성이 지난 27일 키움 히어로즈의 역대 9번째 주장으로 선임되었다. 시즌 전 주장으로 선임되었던 박병호가 최근  주장직을 내려놓음으로써 선수단 전체 투표가 실시되었고, 김혜성이 가장 많은 표를 받음으로써 새로운 캡틴이 된 것이다. 김혜성은  1999년생 만 22세로, 청소년 시절 방망이가 아닌 펜을 들었을 시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교 3~4학년에 접어들었을 나이다.  또래 남성들이 대학 졸업 후 취업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시기에, 그는 졸지에 평균 연령대 26.4세 프로 야구단의  주장 타이틀을 달게 된 것이다.

  2021시즌 KBO리그 시작 전 10개 구단 주장들의 평균 나이는 33.9세였으며,  이중 가장 어린 나이에 주장직을 수행하게 된 선수는 90년생(만 31세)인 박해민(삼성)과 노수광(한화)이었다. 김혜성 이전  KBO리그의 역대 최연소 주장 선임 사례는 2019년 중순 만 26세에 NC 다이노스의 역대 6번째 주장이 되었던 박민우였다.

   그러니 좋게 이야기하자면 전무후무한 혁신이고, 조금이라도 보수적인 시선으로 보자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홍원기 감독은 "본인은  부담스럽겠지만 어려도 중심을 잘 잡아 주"는 선수라고 이야기했다. 김혜성은 27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뽑아준 건 감사하지만 왜 뽑혔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팬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주장직을 내려놓은 박병호에 대한 실망부터 투표 과정에서 표를 받지 않은(혹은 주장직을 고사했을)  베테랑들에 대한 비판까지,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어린 나이에 선수단을 이끌게 된 유망주에 대한 우려도 크다. 김혜성은  주장으로서 첫 경기였던 27일 한화전에서 4타수 1안타 1실책을 기록했다.


   한창 성장해야 할 시기의 어린 선수가 부담감에 못 이겨 부진하지는 않을까? 특히 시즌 중 갑작스레 주장이 되면, 갑자기 신경  써야 할 요소들이 많아져 힘들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하다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시즌 중 갑작스레 주장으로 선임된 선수들에게,  과연 이후 경기에서 유의미한 정도의 성적 저하가 일어났을까?

  2014년부터 이번 시즌까지, 김혜성의 사례를 포함해  총 아홉 번의 시즌 중 주장 교체가 있었다. 이 중 김혜성을 제외한 여덟 선수의 주장 선임 전 30경기 성적과 선임 직후  30경기의 성적을 비교해, '시즌 중 주장이 된 선수에게 유의미한 성적 저하가 일어났다'라는 일반화가 가능한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하락 : 2017년 송광민, 2018년 김민성, 2021년 하주석

2018시즌 주장 선임 후 극적인 부진을 겪으며 주전 자리를 잃은 김민성.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지난 8년간 시즌 중 주장 임무를 수행했던 여덟 명 중 세 명은 확연한 성적 하락을 보였다. 2017시즌 한화 이글스의 역대  19번째 주장이 되었던 송광민, 2018년 넥센(현 키움)의 7대 주장으로 지명된 김민성, 그리고 2021년 현재 한화의 캡틴  하주석이 그 사례다.


  송광민은 17시즌 초 손목 골절상으로 이탈한 이용규의 복귀가 계속해서 연기되자 주장 자리를 이어받았다.  직전 30경기(5월 14일 LG전~6월 18일 KT전) 동안 3할 4푼 5리의 고타율과 9할이 넘는 OPS(On base  Plus Slugging, 출루율+장타율)를 기록하고 있었다. 윌린 로사리오, 김태균 다음으로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타점(19개)을 쓸어 담은 해결사였다. 김성근 감독의 경질,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 그리고 노익장들의 연이은 방출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16년간 원클럽맨으로 뛰었던 프랜차이즈 스타가 주장직을 이어받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주장 송광민'이 된 직후 30경기(7월 6일 넥센전~8월 31일 KT전)에서는 3할 4리의 타율과 6홈런 24타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동안 그보다 많은 타점을 기록한 선수는 로사리오와 최진행밖에 없었다. 홈런 또한 팀 내 3위였다. 여전히 그는 독수리  군단의 해결사였으며 대체 불가능한 주전 3루수였다. 다만 타율과 3리 차이밖에 안 나는 출루율로 인해 OPS가  급락했다(.904→.798).

  김민성은 18시즌 초 서건창이 오른 정강이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하게 되자 정식 주장이 되었다.  직전 30경기(4월 14일 두산전~5월 27일 롯데전) 동안 2할 8푼 9리의 타율을 기록 중이었다. 당시 넥센은 감독의  사외이사 임명 이슈, 트레이드 이면 계약 파문 등 안팎으로 매우 혼란스러웠다. 이런 상황 속에서 파이팅 넘치는 베테랑 김민성이  대들보가 되어줄 것이 기대됐다. 하지만 김민성은 주장 임명 직후 30경기(5월 29일 KIA전~7월 6일 NC전)에서 2할 3푼  4리로 부진했다. OPS조차 6할을 간신히 넘겼다. 비슷한 시기에 송성문이 잠재력을 터뜨리며 주전의 입지까지 흔들렸다.

   하주석은 기존 주장 노수광이 면담을 통해 주장 교체를 요청하자,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직접 차기 주장으로 지목했다. 직전  25경기 동안 팀 내 타율 2위, 득점·도루·OPS 4위, 타점 5위를 기록 중이었다. 그러나 최근 25경기(6월 25일  KT전~8월 27일 키움전) 동안 2할 2푼 5리의 빈타로 고전하고 있다.




상승 : 2017년 손시헌, 2018년 박석민, 2019년 안치홍·박민우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준 손시헌. (사진 출처 : NC 다이노스 공식 홈페이지)

  한편 네 명의 선수는 주장 완장을 차게 된 이후 확연히 상승한 성적으로 팀을 이끌었다. 손시헌, 박석민, 안치홍, 그리고 박민우가 그 주인공이다.


  손시헌 박석민은 서로 주장 완장을 맞교환했다. 2017시즌이 시작될 당시 NC의 캡틴은 박석민이었다. 그러나 박석민이 부상과 부진으로 신음했고, 결국 구단 자체 회의를 통해 손시헌이 주장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직전 27경기 동안 2할 8푼 6리에 .697로 평범한 성적을 기록했던 손시헌은 주장이 되자 대폭발했다. 8월 25일 kt전부터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팀 내 타율 1위(.402), OPS 2위(1.010)를 기록했다. 박석민은 2018시즌 6월경에 다시  주장이 되었다. 주장 선임 전 30경기 동안 1할 8푼 6리의 타율과 3홈런 14타점에 그쳤던 박석민은 이후 30경기서 .304  .400 .520 5홈런 20타점으로 완벽히 부활했다.

  19시즌 나성범이 무릎 부상으로 시즌아웃되자 주장으로 선임된 박민우는 개막전부터 5월 3일 KIA전까지 16경기 동안 타율 0.365 7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시즌 초반 맹타는 계속해서 유지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주장이 된 이후 16경기서 3할 8푼 5리의 타율로 더욱 맹타를 휘둘렀다. 같은 해 5월 김주찬 대신 주장으로 임명된 안치홍은 직전 30경기 동안 2할 8푼 6리의 타율에 그쳤으나, 이후 30경기에서는 3할 8푼 4리의 타율로 팀 타선을 이끌었다.




결론

(기록 출처 : 스탯티즈)

  2014년부터 2021년까지, 8년간 시즌 중 주장이 되었던 여덟 명이 되었던 선수 중 세 명만이 뚜렷한 성적 하락을 겪었다(2017 송광민, 2018 김민성, 2021 하주석). 이들의 주장 선임 당시 나이는 각각 34세·30세·27세로,  특정 나이대의 선수가 시즌 중 주장을 달면 부진하다고 일반화할 수도 없었다. 그나마도 송광민은 자신의 커리어에 수렴하는 성적으로  돌아간 것뿐이었다. 나머지 다섯 명은 이전과 비슷한 성적을 유지하거나(2019 민병헌) 오히려 더 잘 쳤다(2017 손시헌,  2018 박석민, 2019 안치홍·박민우). 그러니 적어도 2010년대 중반 이후 KBO리그에 있어 시즌 중 주장 선임은, 선수의 성적에 유의미한 악영향을 끼친다고 일반화할 수 없었다.


  그러니 김혜성은 잘할 거다. 토끼 주장 아자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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