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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실 Dec 10. 2021

KBO리그 취업 성공 1171명,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신인 드래프트 분석 ①]

  매년 한여름에 열리는 신인 드래프트는 KBO리그 팬들의 여름날을 더욱 뜨겁게 달군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10명의 선수 중 누군가 당장 내년부터 슈퍼스타로 거듭남으로써, 응원팀의 우승을 이끌지 모른다. 지금 카메라 앞에서 어색하게 웃고 있는 풋풋한 외모의 소년이, 희망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는 이 팀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을 수도 있다. 이러한 생각은 거듭된 실망으로 닳아진 가슴 한켠을 다라진 맘씨로 야구장에 향하던 시절로 돌아가게 해준다. 그렇기에 신인 드래프트가 다가오면 아마야구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괜히 전국 고교야구 대회 중계 영상을 한 번 틀어보게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눈앞의 드래프트에 관심이 있을지언정 몇 년간 우리 팀이 혹은 KBO리그가 신인 드래프트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우리 팀의 전력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나왔다면 그해의 드래프트는 성공적이었던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기억에도 남지 않는 한 해가 되는 데 그친다. 요즘 KBO리그에 출사표를 던지는 신인들은 대체로 어떠한 경향을 띨까? 10년 전과 비교하면 드래프트의 경향이 어떻게 바뀌었고, 요즘 선수들은 어떠한 차이점을 갖는가? 몇 년 전 내 응원팀의 스카우터가 5툴 플레이어라며 극찬했던 그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이번 포스팅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11년 동안 KBO리그에 지명받았던 1171명의 대락적인 프로필(고졸·대졸 여부, 포지션, 신장 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지명 이후 입단을 거부하고 대학 진학을 선택한 선수들은 분석에서 제외했다.




■ 포지션별로 얼마나 뽑았나?

  대학 진학 선수를 제외한 1171명 중 618명(약 53%)이 투수였다. 투수로서 지명받은 618명 중 399명이 우완 투수였고, 사이드암·언더핸드 투수는 63명이었다. 좌완 투수는 총 156명으로 우완 투수(사이드암·언더핸드 포함)의 3분의 1도 되지 않았으며, 이 중 좌완 사이드암·언더핸드로서 지명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사이드암 및 언더핸드를 제외한 우완투수 399명 중에서는 290명이 고졸이었고, 대졸 우투수는 고졸의 3분의 1 정도인 100명이었다. 독립리그나 마이너리그에서 뛰다가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된 우완 투수는 지난 11년간 아홉 명에 그쳤다. 대졸 잠수함 투수의 비율은 우완 오버핸드(고졸:대졸≒3:1)나 좌완(고졸:대졸≒4:1)보다 높았다. 독립리그에서 활약하다가 지명된 사이드암 투수는 단 한 명이었는데,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0라운드 전체 95순위에서 LG 트윈스에 지명된 KBO리그 최초의 비선수 출신 드래프트 지명자 한선태다.


  타자로서 신인 드래프트에 지명된 선수는 총 553명이었다. 상세 포지션을 살펴보면 외야수가 16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내야수 중에서는 유격수로 활약하다 지명받은 이들의 수가 다른 내야 포지션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 유격수를 제외하고 보면 3루수(51명)-1루수(41명)-2루수(26명) 순으로 지명자가 많았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이하 KBSA) 및 한국고교야구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구체적인 포지션을 확인할 수 없는 내야수는 총 15명이었다. 포수는 115명이 지명됐다.

  고졸에 비해 대졸의 수가 현저히 적은 투수 포지션에 비해, 타자는 비교적 골고루 지명된 모습이다. 외야수와 포수의 경우 약 3:2의 비율로 지명됐으며 2루수는 대졸 지명자가 고졸보다 많았다. 구체적인 포지션 없이 내야수로 명시된 이들의 경우 고졸 선수와 대졸 선수가 1:1의 비율로 프로에 지명됐다. 1루수, 3루수 포지션도 대졸 지명자와 고졸 지명자의 수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다.

  10년이 넘도록 우투 외야수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프로에 지명받은 좌타 외야수와 우투 외야수의 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명 순위를 파고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지난 11년간 상위 라운드(1차지명부터 2차 3라운드까지, NC·kt 창단 직후 특별지명 포함)에서 지명된 외야수는 총 31명이었는데, 이중 우타자는 11명에 불과했으며 그나마도 4명은 올해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선수들이었다(롯데 조세진, 키움 박찬혁, 삼성 김재혁, 한화 유민). 상위 라운드에서 지명받은 좌타 외야수 중 2022년 신인 드래프트 참가자는 없었다. 유격수 포지션의 경우 상위 순번에서도 좌타자와 우타자의 비율이 비슷했다(27 : 25).




■ 182cm → 184cm, 강산이 한 번 변하는 동안

  강산이 한 번 변하고도 남는 시간 동안 선수들의 전체적인 신체 조건도 향상됐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 당시 182.3cm였던 지명 선수들의 평균 신장이, 2022년 신인 드래프트에 이르러서는 184.1cm로 약 2cm 커진 것이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키가 180cm 중반을 웃도는 선수는 유격수 수비를 보기에 ‘오버사이즈’라는 소리를 들었다. 당시에는 실제로 185cm 정도만 돼도 평균보다 3~4cm 정도가 컸기 때문에 나오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넥센 히어로즈에 1차 지명을 받았던 임병욱(지명 당시 182cm, 75kg)은 입단 후 키가 더 크며 184cm정도가 되자 유격수를 보기에는 사이즈가 너무 크다며 외야수 컨버젼을 권유받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신인 지명 선수의 평균 신장이 184cm대를 돌파함에 따라, 이제 180cm 중반은 장신 유격수라는 수식어를 달기 어렵게 됐다.



  포지션별로 연도별 평균 신장을 살펴보면 타자의 경우 큰 변화가 없으나 투수의 평균 키가 상승곡선을 그리는 모습이다. 2012년(183.6cm)부터 2019년(186.3cm)까지 단 한 번의 꺾임도 없이 계속해서 투수의 평균 신장이 증가하며, 2020년대 들어서는 이전보다 평균 신장이 작아지지만 185cm 부근에서 더 떨어지지 않았다. 2루수 포지션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한 명만 지명을 받았기 때문에 통계의 의미가 없었다.




■ 52→ 17... 대학생, 좁아진 취업의 문

  2010년대 초중반 KBO리그는 대학야구계에 있어 커다란 기회였다. 제9 구단 NC 다이노스와 제10 구단 kt 위즈가 연달아 창단하며 고졸 선수만으로는 전력 수급이 어려워졌고, 각 구단의 눈길은 자연스레 대학야구계로 향했다. 프로에 지명받는 대졸 선수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전체 지명자의 절반에 가까운 대졸 선수가 프로구단 유니폼을 입는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대 중후반에 접어들며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는 대졸 선수의 수가 가파르게 줄어들었다. 2014년을 정점으로 2016년까지 완만한 하락세를 그리더니(52→44→39), 2017년에는 전년도보다 14명 적은 25명이 지명받고 이듬해에는 20명도 지명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KBO는 2020년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구단별로 최소 한 명 이상의 대졸 선수를 지명하도록 규정을 신설했으나, 2022년 신인 드래프트에 이르러서는 겨우 17명의 대졸 선수만이 지명받게 됐다.

  주목할 것은 단순히 대졸 지명자의 숫자만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상위 라운드에서 지명받는 비율 또한 매우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학 야구에서 에이스 역할을 도맡아 한 선수는 즉시전력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고, 이는 대졸 선수의 높은 상위 라운드 지명률로 이어졌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대졸 선수가 1차지명은커녕 상위 라운드에서 지명되는 것조차 구경하기 어렵게 됐다.



  가장 많이 수요가 사라진 포지션은 포수다. 포수는 포지션 특성상 유망주를 육성하기 어렵다. 설령 1군에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기량을 끌어올린다고 해도 최소 3~3년의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고졸 포수에 비해 구력이 절대적으로 긴 대졸 포수는 1군에 적응하는 기간이 훨씬 짧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이는 ‘대졸=즉시전력감’이라는 공식에 부합해 수많은 대졸 포수가 프로 유니폼을 입게끔 해줬다.

  그러나 2010년대 초중반에 지명받은 대졸 포수들은 ‘고졸 포수에 비해 빠르게 1군급 기량으로 올라올 것’이라는 구단의 기대를 배신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대학 생활 내내 포수를 봤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포수로서의 능력치가 부족했디(조윤준, 지재옥, 서상우 등). 설령 수비적 기량이 받쳐준다고 해도 타격에서 너무 부진해 백업 이상으로 활용할 수 없었다(김민식 등). 지난 10년 동안 지명받은 34명의 대졸 포수 중 박세혁(2012년 2차 5라운드 지명)을 제외하면 사실상 성공한 선수가 없었다. 그 결과, 2022년 신인 드래프트에 이르러서는 모든 구단으로부터 외면받았다.



  지난 10년간 지명받았던 대졸 선수들이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2012년 신인 드래프트 당시의 대학 리그는 ‘소문난 잔치’였다. 문승원, 임치영, 윤명준이 원투쓰리펀치를 이루며 황정립, 박세혁, 김상호가 타석에서 버티고 있는 고려대학교 야구부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고교 시절에도 준수한 성적을 올렸던 나성범은 연세대학교 진학 후 MLB 에이전트가 컨택할 정도의 괴물로 성장했다. 많은 대학 야구 선수들이 좋은 평가를 받으며 프로에 지명됐고, 다수가 기대에 보답하는 활약을 펼쳤다.

  2013년 지명자 중에서는 권희동이 데뷔 시즌부터 15홈런을 때려내며 팀 내 최고 유망주로 급부상했으며, 박준표도 1년 차에 1군 마운드를 밟았다. 2014시즌에는 대졸 신인 양석환과 고영표가 주전급 활약을 펼쳤고, 이듬해 kt 유니폼을 입은 조무근은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며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영광도 누렸다. 하지만 지명자의 수에 비해 1군에서 활약하는 사람이 너무 적었다고 생각한 것일까. 2015년 신인 드래프트부터 대학 야구 선수의 지명 빈도는 서서히 줄어들었다.


②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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