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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실 May 01. 2023

3·4월 QS 1위 키움, 38% 확률 뚫고 우승할까?

[3·4월의 히어로즈]

키움 히어로즈가 개막 직후 첫 한 달을 '퀄리티 스타트(Quality Start, 이하 QS) 리그 1위'의 기록과 함께 마무리했다. QS란 선발 투수가 6이닝 이상을 투구하며 3점 이하의 자책점을 허용한 경우를 의미한다. 정규 이닝이 9회까지인 야구 경기의 2/3 이상을 책임지면서도 적은 점수만을 내줬다는 것이므로, 우수한 선발 투수의 필수 소양이라 평가받는다. 키움은 이러한 지표인 QS를 가장 많이 기록했다. 다시 말해, 키움은 지난 한 달간 리그에서 가장 튼튼한 선발진을 앞세워 경기 초·중반을 압도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키움은 승리보다 많은 패배를 기록하고 말았다. 중간계투와 타선, 그리고 수비의 엇박자가 심했던 탓이다. 4월의 모든 일정이 끝난 시점에서 키움의 순위는 리그 단독 8위.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시리즈에서 명승부를 펼치던 팀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성적이다.


다만 정규시즌은 이제 겨우 17%가량만 진행됐을 뿐이다. 게다가 키움에게는 '강팀의 필수요소'인 탄탄한 선발진까지 갖췄다. 지난 10년 동안의 KBO리그를 돌아보며 키움의 미래를 예측해 보자. QS 1위의 선발진을 보유한 팀은 보통 어떤 결말을 맞이했을까?




● 지난 10년간 퀄리티 스타트 1위 팀이 정규시즌에서 우승할 확률은 '70%'

(자료 출처 : 스탯티즈, KBO 공식 홈페이지)

지난 10년간 QS 1위를 기록한 팀이 정규시즌에서 우승할 확률은 70%였다. QS 1위 팀이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한 경우도 단 한 번밖에 없었으며, 그 사례는 신생 구단으로서 1군에 처음 합류했던 2013년의 NC 다이노스였다.


2014년의 삼성 라이온즈는 리그 출범 이래 최악의 타고투저 시기를 보내던 한국 프로야구를 마운드의 힘으로 평정했다. 2014년은 리그 평균 OPS(On base Plus Slugging, 출루율 + 장타율)가 8할이 넘어갈 정도로 타자들이 강세였다. 선발투수는 4점대 평균자책점만 기록해도 팀의 에이스로 인정받을 정도였다. 삼성은 이 당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60회 이상의 QS를 올렸다. 한국시리즈에서는 홈런왕 박병호, 40홈런 유격수 강정호, 200안타 타격왕 서건창 등이 포진한 넥센 히어로즈(現 키움)의 핵타선을 6경기 17실점으로 틀어막았다. 2015년에에도 타고투저가 이어지는 가운데 알프레드 피가로-타일러 클로이드-윤성환-차우찬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나란히 규정이닝을 소화하며 54승을 합작했다.


2010년대 후반을 주름잡았던 두산 역시 리그 최고의 선발진이 있었기에 오랜 기간 한국시리즈 단골이 될 수 있었다. 2016년에는 '프랜차이즈 외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와 88억의 거액을 들여 영입한 장원준, '느림의 미학' 유희관, 그리고 마이클 보우덴이 '판타스틱4'를 결성했다. 한 명 한 명이 1선발급이었던 이들이 모인 선발진은 정규시즌에서 70승을 합작함은 물론 한국시리즈에서도 29.1이닝 1실점을 기록함으로써 두산의 4대 0 퍼펙트 우승에 기여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니퍼트와 보우덴 대신 조쉬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가 합류하고 이용찬이 장원준의 공백을 메우며 '판타스틱4'를 재현했다.


지난해의 KT 위즈는 선발진이 탄탄하면 타선의 도움 없이도 최소한 가을잔치에 초대받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당시 KT는 야수진이 전반적으로 부상 악재에 시달리는 와중에 강백호까지 장기 부상으로 62경기 출장에 그치고 말았다. FA 이적생 박병호가 35홈런을 몰아치며 타선을 이끌었지만 강백호의 그림자를 지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럼에도 시즌 막판까지 순위 경쟁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1년 전 창단 첫 우승의 주역이었던 선발진이 건재한 덕분이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소형준과 웨스 벤자민의 완벽투가 키움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이기도 했다.




● 개막 직후 한 달간 QS 1위 기록 팀,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 '87%'

(자료 출처 : 스탯티즈, KBO 공식 홈페이지)

다만 위의 사례들을 그대로 2023년의 키움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안우진 - 에릭 요키시 - 아리엘 후라도 - 최원태로 이어지는 키움의 선발진이 초가을까지 붕괴하지 않고 유지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래를 알 수는 없는 법이니 이번에도 과거를 통해 몇 개월 뒤를 관측해 보자. 지난 10년 동안 개막 직후 한 달간 QS 1위를 기록한 팀들은 어떻게 정규시즌을 마무리했을까?


4월까지 QS 리그 1위였던 팀이 마지막 144경기째까지 해당 기록을 유지할 확률은 20%였다. 그리고 20% 안에 든 세 팀은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했다. 2015년의 삼성은 여름이 가고 가을이 다가올수록 기세가 꺾이며 쉽사리 우승을 확정 짓지 못했다. 특히 8월과 9월에는 이승엽과 구자욱이 연달아 부상을 당하면서 2위 NC에게 한 경기 차로 쫓기기도 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우승 샴페인을 터뜨리게 해준 사람은 최종전 전날에 7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친 피가로(팀 내 QS 1위)였다. '판타스틱4'의 2016년 두산, 타고투저 속에서 헥터 노에시 - 양현종 - 팻 딘 - 임기영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을 구축했던 2017년의 KIA 타이거즈는 통합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4월까지 QS 리그 1위였던 팀이 해당 부문에서 상위권(3위 이내)을 유지할 확률은 80%였다. 최다 QS 4위 이하로 시즌을 마감한 20%의 사례는 2013년과 2017년의 넥센, 2019년의 LG였다. 10년 전의 넥센은 외인 원투 펀치가 확실한 상황에서 남은 세 자리를 모두 '변수'로 채웠다. 2010년의 독립리그 이력을 제외하면 오랜 공백이 있던 해외파 김병현, 풀타임 로테이션을 돌아본 적이 없는 강리호와 김세현에게 선발 자리를 맡긴 것이다. 이들은 시즌 초·중반까지 감독의 기대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으나 올스타 브레이크를 전후로 나란히 로테이션에서 탈락했다. 2017년에는 팔꿈치 부상에서 회복하고 돌아온 조상우·한현희, 2016년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왕 신재영, 만 20세 에이스 최원태로 로테이션을 채웠다. 첫 한 달 간은 센세이셔널한 활약으로 '신토불이4'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조상우와 한현희는 팔꿈치 부상으로, 신재영은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으면서 전력 외가 되었다.


4월까지 QS 리그 1위였던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할 확률은 약 13%였다. 2016년의 SK 와이번스(現 SSG), 2017년의 넥센이 그 사례였다. 양 팀 모두 비시즌부터 불안한 모습을 비쳤다. 2016년의 SK는 비시즌에 셋업맨 윤길현과 마무리투수 정우람, 주전 포수 정상호가 FA 계약으로 이적하는 전력 출혈을 겪었다. 재계약했던 외국인 투수 크리스 세든은 2015년부터 노쇠화의 기미가 보였다. 2017년의 넥센은 서른여덟의 나이에 접어든 앤디 밴 헤켄, 무릎 부상 이슈가 있던 대니 돈과 재계약했으며, 신규 외국인 선수로는 션 오설리반을 영입했다. 시즌 중에는 4번 타자와 전년도 마무리 투수를 트레이드했다. SK로서는 A급 선발진만으로 어찌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넥센은 부실한 전력 구상에 선발진 붕괴까지 겹치며 하위권으로 추락한 것이다.




● 아직 포기하거나 절망하기에는 이르다

키움은 창단 이래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함은 물론, 공격적인 영입으로써 결실을 맺으려 노력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다시 2023년으로 돌아와 보자. 키움은 지난 24경기 동안 14개의 QS를 기록하며 이 부문 1위에 올랐다(2위 두산, 24G 12QS). 4월까지의 정규시즌 순위는 단독 8위. 키움은 20%에 듦으로써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아니면 아직까지 13%에 불과한 실패 사례의 비율을 늘릴까? 적어도 올해의 키움이 13%에 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개막 전부터 성적에 큰 관심이 없었던 2016년의 SK, 2017년의 넥센과는 달리 어느 때보다 대권에 진심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계약한 원종현, 한화 이글스행이 유력했으나 하이재킹으로 영입한 이형종 모두 사실상 올 한 해의 활약만을 기대하며 영입한 계약이다. 만 34세의 외야수 이형종은 매년 노쇠화가 진행되고 있기에 계약 2·3년 차의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렇다 할 노쇠화 조짐은 없으나 만 36세의 나이가 가장 큰 불안 요소인 원종현도 마찬가지다. 에릭 요키시와 150만 달러의 거금에 재계약했음에도 신규 외국인 투수에게 상한 금액인 100만 달러를 '풀배팅'하고, 이미 KBO리그에서 실패한 이력이 있던 에디슨 러셀을 재영입하며 센터라인을 보강한 점 또한 이례적이었다.


네 명 모두 기대에 걸맞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이형종은 주전 우익수로 거의 매 경기에 선발 출장하며 2할 6푼 4리의 타율과 .773의 OPS, 125.2의 wRC+(Weighted Runs Created, 조정 득점 창출력)를 기록했다. 현재까지 23시즌 KBO리그의 평균 OPS는 .693. 평균 이상의 타자로서 충분히 타선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원종현은 비록 개막 시리즈 직후 굴곡근 통증으로 말소됐으나 구속 자체는 예년과 동일했다. 성적은 아쉬웠지만 4실점 중 자책점이 단 한 점에 불과할 정도로 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이었다. 부상 회복 속도 또한 빠른 만큼 1군 합류 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한 달 공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리엘 후라도는 다섯 번의 선발 등판 동안 야수들이 10개의 실책을 저질렀음에도 좋은 성적을 올렸다. 러셀은 현재까지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하나다.


나흘 전 성사된 트레이드 또한 특기할 만한 점이다. 키움은 지난 몇 년간 대권을 몇 걸음 앞에 둔 상황에서도 좀처럼 과감한 트레이드를 시도하지 않았다. 특히 작년에는 시즌 초 빈약한 타선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예비 FA' 박동원을 트레이드했고, 전반기를 2위로 마무리하며 1위 가능성이 점쳐졌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움직임 없이 시즌을 관망했다. 그런데 올해는 수년째 1루 공백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감히 필승계투를 내주며 리그 평균 급 타격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베테랑 1루수를 영입했다. 이원석은 이적 직후 3경기서 13타수 7안타, 타율 5할 3푼 8리를 기록했다.


타선 자체는 분명 작년 이맘때와 비교했을 때 훨씬 강해졌다. 2할 3푼 1리로 뒤에서 3등이던 팀 타율은 리그 평균(2할 5푼 6리)에 근접한 수준이 되었다(2할 5푼 3리). wRC+는 100.6으로 정확히 리그 평균치다. 타선의 중심인 이정후만 평소의 모습을 되찾는다면 상상 이상의 폭발력을 자랑하는 기관총 부대로 둔갑할 수 있다. 퀄리티스타트 1위에 빛나는 마운드는 '신토불이4'의 2017년과 비교했을 때 변수보다 상수가 더 많다.


그러니 아직 포기하거나 절망하기에는 이르다. 앞으로 83%의 일정을 더 소화해야 끝날 키움의 2023시즌은 비관하기에는 낙관적인 부분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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