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Heroes 52

Heroes#46. 원종현

대장암을 이겨내고 국가대표가 되다

by 채성실
20250204.png (원본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원종현은 키움 히어로즈의 창단 첫 외부 투수 FA다. 키움은 대장암을 극복하고 국가대표 투수로 거듭났던 그가, 히어로즈 불펜진의 영웅이 되리라고 기대했다.


■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작성하다


신인 시절 억대 계약금을 받으며 LG 트윈스에 입단한 원종현은 불과 5년 만에 방출의 아픔을 맛봤다.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공을 던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야구공을 놓고 싶지 않았던 원종현은 방출 후 두 번의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2012년, 신생 구단이었던 NC 다이노스의 입단 테스트에 합격했다.


NC 입단 3년차였던 2014년, 원종현은 1군 무대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그해 KBO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경기(73G)에 등판하면서 NC의 필승 계투로 활약했다. 시즌 후 300% 이상 인상된 연봉 계약서에 사인하는 기쁨도 누렸다. 그러나 이듬해에는 단 하루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대장암 2기 판정을 받은 탓이었다.


원종현은 야구공을 내려놓지 않았다. 토하고 쓰러지더라도 운동을 하려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2016년 5월 31일, 584일 만의 1군 등판을 가졌다. 최고 152km/h의 강속구를 던지며 세 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후로도 꾸준히 호투하면서 투병 전보다 오히려 좋아진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원종현은 1군에 데뷔한 2014년부터 시즌 후 FA 자격을 얻은 2022년까지, 9년간 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은 경기(501)에 출전했다. 팀이 원할 때면 언제든 마운드에 오르면서 86홀드(5위) 82세이브(8위)를 기록했다. 두 차례의 국가대표 생활을 했으며, 2020년에는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헹가래 투수가 됐다.


■ 2023 KBO FA 1호 계약, 11년 만의 외부 FA, 창단 첫 외부 투수 FA… 그리고 찾아온 커리어 세 번재 위기


2022년 11월 19일, 원종현은 키움과 4년 25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2023 KBO 1호 FA 계약이며, 키움으로서는 2011년(이택근, 4년 총액 50억) 이후 11년 만의 외부 FA 영입이었다. 이택근이 현금 트레이드로써 불가피하게 LG 트윈스로 이적했다가 돌아온 것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창단 첫 외부 FA 영입이나 다름없었다.


고형욱 단장은 원종현을 영입하며 "프로 선수로서 원종현의 풍부한 경험이 선수단에 큰 힘이 될 거라고 믿는다"라고 이야기했다. 팔꿈치 부상과 암 투병을 모두 이겨내고 최고의 위치에 오른 원종현이 선수단에 끼칠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한 셈이었다.


키움의 수십억 '통 큰 투자'는 대실패로 끝났다. 원종현은 지난 2년 동안 부상과 부진으로 신음하며 24경기에 나서는 데 그쳤다. 특히 올해는 자랑이었던 강속구마저 잃어버린 모습을 보였다. 평균 구속이 5km가량 하락한 것이다. 그 사이, 키움은 투수진의 붕괴로 지난 두 시즌 모두 정규시즌 최하위에 그쳤다.


원종현의 FA 계약은 2026년까지다. 원종현은 올해 스프링캠프 출국 전 "아프지만 않다면 기량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면서 남은 계약 기간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키움은 토종 에이스 안우진이 공익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2026년에 승부수를 던질 예정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Heroes#47. 이보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