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야구 최대어', '스위퍼의 마술사'가 되다
김성진은 2023년 KBO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스위퍼를 던진 구원 투수 중 하나다. 팬들은 키움 히어로즈의 역대 대졸 지명자 중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향해 나아가는 그에게 경외의 마음을 담아 '학사 투수'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계명대학교 시절의 김성진은 최고 151㎞의 빠른 공을 던지는 대졸 최대어로 주목 받았다. 이러한 기대에 걸맞게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다섯 번째로 호명된 대학생 선수가 됐다. 이상원 스카우트 팀장은 드래프트 직후 "3라운드에서 지명한 것이 행운"이라며 기쁜 내색을 숨기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빠른 공 하나로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김성진은 데뷔 직후 2년간 6점대 평균자책점에 그쳤다.
특별히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김성진은 데뷔 2년차였던 2022년에 평균 145.5㎞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하지만 그해 김성진의 포심 피안타율은 3할 8푼 5리였다. 말 그대로 마운드에 올라올 때마다 얻어 맞는 수준이었다. 오죽하면 선수 본인이 "아픈 곳은 없었는데 던질 때마다 '왜 이렇게 안 풀리지'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할 정도였다.
김성진이 고안한 해결책은 '대학리그 시절로부터 벗어나기'였다. 김성진은 자신의 전매특허 강속구가 프로 수준에서는 통하지 않음을 인정했다. 대신 메이저리그 최고 유망주 출신인 팀 동료 아리엘 후라도에게 투심 패스트볼을 전수 받았다. 세컨 피치 전략도 수정했다. 당시 메이저리그에서 오타니 쇼헤이를 중심으로 유행하던 스위퍼(Sweeper·횡으로 크게 휘는 슬라이더)를 연마했다.
2023년, 김성진의 평균 구속은 145.5㎞(포심)에서 143.2㎞(투심)로 2㎞ 이상 하락했다. 직전 시즌 7점대 후반이었던 평균자책점도 3점대 중반으로 대폭 하락했다. 세컨 피치의 피안타율은 2할대(.250·슬라이더)에서 1할대(.182·스위퍼)로 낮아졌다.
성공적인 세대 교체였다. 김성진은 '대학야구 최대어' 시절의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KBO리그 1군 필승 계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