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도시락 싸서 딸기 체험농장으로

아빠 육아

by 웃자

첫째가 처음으로 소풍을 갔다. 버스를 타고 멀리 딸기를 따는 체험을 하러 갔다. 출발 시간 전에 전화해서 영상 통화로 버스 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아무래도 첫소풍이라서 조금 걱정이 되었던 것 같다. 평소에 늦게 등원해서 아홉시 쯤에 전화했는데 평소보다 서둘러서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었다고 아내가 대답했다. 선생님의 카톡 메세지에서 첫째는 창가 의자의 카시트에 앉아 설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낯선 곳에서 긴장하는 모습도 있었다. 버스에서 선생님이 딸기 몇 개를 딸거야 물으니 손가락 네 개를 펼쳤다고 들었다. 우리 가족이 네 명이라서 그랬을까.

어린이집 소풍 도시락인데 너무 예쁜 것 같다.

며칠 전부터 아내는 도시락을 예쁘게 싸려고 고민했다. 식재료도 이것저것 사고 도시락과 포크도 샀다. 뽀로로 소세지는 문어가 되었고 치즈와 김으로 눈을 만들었다. 아래로 향한 초점 없는 눈동자가 잡아먹힐 운명을 예감하는 것처럼 보였다. 김밥 위에서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왔고 토끼가 볼을 붉혔다. 식빵에 치즈와 햄을 올려서 동그랗게 만들고 고양이, 강아지, 개구리, 닭 모양의 포크로 고정했다. 후식으로 방울토마토, 포도, 블루베리, 파인애플을 담았다. 예술 작품 같았다. 커서도 첫째는 엄마표 삼단 도시락을 기억할 수 있을까.

아내와 연애할 때 둘이서 딸기 체험을 했었다.

퇴근 후에 현관문에서 첫째에게 물었다.

"딸기 맛있었어? 아빠도 딸기 주세요."

첫째는 배시시 웃었고 대신에 아내가 대답했다.

"딸기를 남겨 두었는데 지금은 우리 아기 배에 들어있어."

잠들기 전에 또다시 물었다.

"아빠 딸기 어디에 있어? 아빠도 딸기 좋아하는데."

"괜찮아. 딸기 나무가 있으니까 다음에 따러 가자."

"그래. 아기가 맛있게 딸기를 먹어서 아빠는 기분이 좋아. 여름에 수박 따러 갈까?"

"응."

어릴 때 유치원에서 고구마를 캐는 체험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모자를 눌러 썼는데 더웠다. 고구마 제철이 8월에서 10월이라고 하니까 여름이었던 것 같다. 땅에서 거대한 고구마가 줄줄이 나와서 신기했다. 검은 비닐봉지에 담았던 것 같은데 집으로 가져왔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집에서 삶아 먹지 않았을까. 슬프게도 어머니의 도시락은 생각나지 않는다. 게맛살과 시금치를 듬뿍 넣은 엄마표 김밥을 먹었을 것 같다. 오랜만에 어머니께 김밥을 싸달라고 전화를 해야겠다. 김밥 한 줄 통째로 손에 들고 우적우적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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