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차와 함께 늙어간다

아빠 육아

by 웃자

주말마다 키즈카페에 갔다. 첫째가 지겨워하는 것 같아서 키즈카페에 갈까 바다에 갈까 물어보니 바다에 가자고 대답했다. 송정 바다로 향했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첫째가 좋아했던 사과케일주스를 다시 먹이고 싶었다. 아기들은 뒷좌석 카시트에 앉아서 소리를 질렀다. 신난 것 같아서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운전하면서 브런치카페 건너편에 해물탕집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얼큰한 해물탕을 먹고 싶은데 뜨거워서 위험하기도 하고 매워서 아기들이 먹지 못할 것 같다고 아내가 대답했다. 송정터널을 지나서 샛길로 가는데 삼계탕집이 보였다. 신호를 기다리는데 아내가 삼계탕을 먹자고 제안했다. 정차하고 삼계탕 맛집을 검색했다. 바닷가라서 그런지 삼계탕 전문점이 없었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우연히 눈에 띄었던 식당으로 들어갔다. 항상 목적지를 정하고 움직였는데 즉흥적으로 하는 것도 괜찮았다.

첫째는 모래놀이를 좋아한다.

애매한 시간이라서 손님이 없었다. 낯선 사람이 말을 걸면 둘째는 울음을 터뜨리는데 안도했다. 모든 자리가 방으로 구분되어 있어서 아기를 데리고 갔을 때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었다. 아기 의자도 있어서 좋았다.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맛도 분위기도 좋았다. 아빠는 닭고기와 전복을 잘라서 첫째를 먹였다. 둘째가 먹을 이유식을 싸왔는데 아기는 이유식을 거부했다. 엄마가 죽을 식혀서 주니까 맛있게 먹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후식으로 먹으라고 사과와 과도를 들고오셨다. 아기들은 사과까지 잘 먹었다. 첫째가 다음에도 오고 싶다고 말했다. 아내가 많이 먹는 것 같아서 걱정되었다. 평소에 삼계탕을 먹으면 배탈이 났는데 집으로 가는 길에 배가 아플 것 같았다. 예전에 광안대교에서 배가 아파서 보조석을 완전히 뒤로 눕혀서 갔던 기억이 났다. 이제는 뒷좌석 카시트 때문에 누울 수도 없었다. 카페 화장실에서 미리 해결해서 불상사는 없었다.

발걸음이 신났다.

첫째가 차창 밖으로 뽀로로 친구들을 보고 가보자고 소리쳤다. 장난감 가게였다. 출입구에 진열된 몽실이를 보고 바로 사자고 말했다. 다른 장난감도 구경한 후에 결정하자고 타일렀다. 첫째는 룰루랄라 장난감 가게를 한바퀴 돌아본 후에 몽실이를 선택했다. 어느새 깜깜한 밤이 되었다. 집으로 가는데 차가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아기들이 뒷자리에 앉았고 웨건 유모차와 캠핑 용품들이 트렁크에 있어서 그런 것일까. 아내와 결혼하기 전에 차를 샀는데 차도 조금씩 힘에 부치는 것 같았다. 그동안 배터리, 핸들, 타이어, 각종 소모품을 교체했는데 언제까지 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첫차라서 애정이 있고 같이 늙어가는 기분이 좋았다. 아기들이 성장하면 SUV를 살 수 밖에 없겠지만 가능한 오래 타고 싶었다. 집에서 잠들기 전에 첫째에게 물었다.

"몽실이랑 재미있게 놀았어?"

"응."

"동생이랑 같이 놀았어?"

"아니. 동생이 몽실이를 만지려고 해서 문 닫고 혼자서 놀았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는데 첫째와 둘이서 한참동안 웃었다.

"아마 언니가 어린이집에 있을 때 동생이 몽실이랑 놀거야. 앞으로는 다같이 사이좋게 놀자."

분명히 나도 어릴 때 사소한 것 하나 동생에게 양보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동생을 낳아주셔서 부모님께 너무 감사한데 말이다. 아마 첫째도 둘째도 자라면 우리보다 더 애틋하게 잘 지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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