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동네 꽃집에 갔다. 꽃집 주인 아주머니는 카네이션 생화를 권했다. 우물우물하면서 벽에 걸려있는 카네이션 조화를 샀다. 꽃다발을 들고 지하주차장에 가서 조수석에 두었다. 다음날 동생과 아버지 산소에 갔다. 작은 나무 앞에 꽃다발을 두고 기도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아버지가 기도하셨듯이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쉬시기를 바랍니다. 손녀들을 잘 키우고 아버지 뒤를 따라서 가겠습니다. 그때 서로 껴안고 수고했다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눈물이 흘렀다. 작은 나무 아래에는 생전에 어버이날 선물로 드렸던 머그컵이 놓여 있었다. 조화 카네이션 줄기를 머그컵 손잡이에 돌돌 말아서 고정시켰다. 근처 식당에서 동생과 점심밥을 먹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밥을 사주는 것 같았다.
첫째가 어린이집에서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만들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스타벅스에서 쿠키세트를 사서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며칠 전에 싱크대를 바꾼다고 하셔서 교체비를 드렸는데 싱크대는 예전 그대로였다. 동네 친구분들과 같이 교체하면 할인받을 수 있어서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씀하셨다. 두세달 전에 주방과 화장실에 녹물제거 필터를 설치했는데 필터가 새까맣게 변했다. 필터를 교체하려고 찾았는데 없었다. 어머니가 쓰레기를 버릴 때 같이 버린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화장실 선반에 보관했으면 잃어버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짜증을 내고 말았다. 바로 죄송하다고사과했다. 다음주에 필터를 교체하기로했다. 매년 부처님 오신 날마다 어머니와 절에 갔는데 올해는 가지 못했다. 어머니는 절에서 아들집 앞으로 등을 달았다고 말씀하셨다.
어린이날에 체험농장에서 표고버섯을 땄다.
저녁에 첫째가 섭섭하다고 말했다.
"왜?"
"아빠는 매일 일하러 가고 집에서 같이 놀아 주지도 않고 미워."
"미안해. 그래도 어린이날에 같이 농장에서 버섯도 따고 미꾸라지도 잡고 뽑기도 먹었잖아."
"몰라. 그래도 섭섭해."
"내일은 아빠랑 키즈카페에 갈까?"
"응. 모래 있는 키즈카페에 가자."
"거기는 자주 갔으니까 큰 미끄럼틀 있는 곳에 갈까?"
"그래."
다음날 아침에 아내를 위해서 미고랭을 만들고 첫째를 위해서 간장, 꿀, 참기름, 깨를 넣은 간장국수를 만들었다. 아내는 새벽에 시끄럽다고 투덜거렸지만 잘 먹었다. 첫째도 맛있게 잘 먹었다. 조금 안도했다. 도서관에 갔는데 초파일이라서 휴관했다. 어쩔 수 없이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하다가 키즈카페에 갔다. 나는 사라지고 아들, 남편, 아빠만 남은 것 같았다.그런데 원래 나는 별볼일 없었다. 그래서 힘들어도 행복하기로 마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