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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웃자 Feb 06. 2023

마흔에 퇴사후 새출발

문과생 생존기

전에 퇴사하고 지하철에서 남겼던 기록. 세번째 퇴사. 마지막 퇴사일까. 첫번째 회사에서 년 동안 일했고 두번째 회사에서 년 동안 일했는데 세번째 회사에서 년도 채우지 못했다. 입사할 때 정년까지 다니려고 결심했는데 이렇게 되고 말았다. 앞선 두번의 퇴사와 다르게 이번에는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했다. 신중한 성격인데 그만큼 힘들었. 아이아빠로서 불안했다. 그래서 상사에게 퇴사한다고 통보한 후에도 혹시나 괜찮아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두달 정도 더 출근했다. 상사가 사직서에 결재를 해주지 않았고 막판에 신입사원이 입사해서 인수인계를 해야하기도 했다. 사직서를 책상에 두고 떠나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마흔에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뒤돌아보니 퇴사하길 잘했다. 다행히 준비했던 시험에 합격했고 앞으로는 혼자서 공부하며 일할 수 있게 되었다. 가족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너는 잘못이 없다

사람이 문제였다. 전임자가 퇴사하면서 실상을 알려주며 당장 같이 그만두거나 나중에 그만두더라도 자기처럼 참지 말라고 조언했는데 듣지 않았다. 나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큰 실수였다. 상사는 신경질과 냉소로 무장하고 괴롭혔다. 온갖 화를 내다가 착한 척할 때마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서 착한 사람을 나쁘게 오해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하나하나 열거하고 싶지는 않지만 마지막 인사가 인상적이었다. 퇴사 후에 공부할 계획이라고 말하니까 자기 친척 중에 오십대까지 공부만 하다가 폐인이 된 사람이 있으니까 조심하라는 작별 인사를 들었다. 행운을 빈다는 말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황당했다. 기분이 나쁘기도 했고 측은하기도 했는데 무엇보다 이곳을 벗어나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퇴사 후에 잡플래닛을 봤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고통을 겪고 그만두었더라. 배민과 잡플래닛의 평점은 진실의 일면을 말해주는 것 같다. 이직 또는 음식을 주문하기 전에 반드시 평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너도 잘못이 없다

새출발은 마음에 들었다. 우선 일이 나한테 맞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상사의 지시 또는 관성이 아니라 스스로 공부하면서 일하는 것이 좋았다. 업무의 특성상 고객과 적당한 거리에서 일할 수 있었다. 동료들은 나이와 상관 없이 대등한 관계에서 일했다. 혹시 나중에 독립하더라도 계속 연락하고 싶었다. 성향이 비슷한 또래의 동기가 있어서 의지도 되고 위로도 받았다. 며칠전 조선소 관계자의 전화를 받았다. 다시 같이 일하자는 제의였다. 새벽에 통근버스를 타고 그곳으로 돌아갈 자신이 없어서 정중하게 거절했다. 혹시 나중에 또다시 제의를 받더라도 웃으면서 거절하고 싶다. 마지못해 거절하지 않을 수 있도록 지금 이곳에서 제대로 일하자고 다짐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힘들겠지만 적어도 그때보다 마음이 놓이는 것 같다. 가족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하루하루를 나답게 하고 공부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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