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웃자 May 04. 2022

불면증

문과생 생존기

최근에 계속 잠을 설쳤다. 스트레스 때문에 잠들지 못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집을 나섰다. 도서관은 일곱시에 문을 열었다. 지하철역 근처 스터디카페에 갔다. 입구 키오스크에서 시간 이용권을 발급했다. 휴게실에서 커피를 뽑아서 지정석으로 갔다. 새벽에도 사람이 있었다. 기침소리를 듣고 알았다. 마주친 적은 없었다. 갈때마다 있던데 매일 밤을 새는 것일까. 공부를 하다보면 다섯 반쯤에 청소하는 소리가 들렸다. 유니폼을 입은 직원쓸고 닦고 청소기를 돌렸다. 사장이나 알바는 아니고 청소업체 같았다. 청소기가 돌아가는 이삼십분 동안 이어폰을 꼽고 공부했다. 사용시간 만료 분 전이라는 카톡 메세지를 받고 일어섰다. 새벽 지하철은 붐볐다.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지하철역 벤치에 잠시 앉아있다가 회사로 향했다.

노란 화살표와 나의 그림자

저번 달에 팀원이 퇴사했다. 신입직원을 채용한다고 들었는데 진행되지 않았다. 퇴사일이 다가왔지만 대체인력은 없었다. 인수인계 없이 퇴사했고 모든 일은 내게 넘어왔다. 예전 자료를 보면서 기한 내에 조치하라는 지시만 들었다. 점점 지쳤다. 상사는 상황을 모르는 것일까.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것 같았다. 징징거리고 싶지 않았다. 퇴사한 팀원에게 전화해서 하소연했다. 그는 차라리 그만두라고 조언했다. 고질병인 뒷목 통증이 재발했다. 서늘한 기운이 뒷목을 타고 오르내렸다. 퇴근 후에 아내가 팔꿈치로 뒷목 급소를 힘껏 눌러도 감각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조금만 눌러도 비명을 지르며 도망간다고 하던데 예감이 좋지 않았다. 예기치 못하게 뜨끔하는 순간 제대로 앉지도 서지도 눕지도 못하고 좀비처럼 움직일 것 같았다.

벌써 가을인가

돌떡을 돌렸다. 아내가 유명한 떡집에서 주문했다. 작은 종이상자에 세종류 떡이 들었고 망개잎이 있어서 향이 좋았다. 기본 백설기를 돌리고 싶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맛있다고 감탄했다. 둘째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해 주기를 바랬다. 가족을 위해서 오래 다니고 싶었다. 마지막 회사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마지막 회사일 것이다. 더이상 이직할 생각은 없다. 그동안 세번의 이직을 돌아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동소이했다. 평범한 사십대 아저씨에게 남은 대안은 많지 않았다. 예전에 회사에서 살아남으려고 재무, 회계, PM  각종 미국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이제는 후회가 되었다. 그래도 인터넷에서 비슷한 처지의 사연을 접해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다. 어떻게든 버티면서 2차 논술까지 패스하고 싶은데 계속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이팅!

매거진의 이전글 과음 후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