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꿈에서 아버지를 만나지 못했다.꼴보기 싫은 직장상사는 꿈에서도 괴롭혔는데 보고 싶은 아버지는 만나지 못했다. 어머니와 장보러 가는데 요즘에는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는지 어머니가 물었다. 최근에는 꿈에서 만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꿈이 아닌 서류에서 아버지를 만났다. 어느날 아내가 법원에서 이상한 것이 왔다고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보는 순간 아버지에 관한 것이라고 직감했다. 그동안 나는 법원과 거리가 멀었다.과태료도한두번냈다. 십년 전에 자동차를 구입하고 처음으로 운전하다가 당황해서 신호 위반을 했고 작년에 아버지가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가셨을 때 속도 위반을 했다. 회사원으로 평범하게 살았고 개인적으로 소장을 받을 일이 없었다.
일단 아내에게 전화해서 상속포기를 했고 증명하는 서류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그리고 미리 나에게 말하지 않고 소장을 뜯어본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는미안하다고 대답했다. 내가 아내의 입장이라도 걱정되어서 그랬을 것 같았다. 퇴근하고 소장을 대충 읽었다. 서류는 두툼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매달 채무를 갚았고 병원에서 증명서를 발급해서 제출하셨다. 그래도 채무는 남았고 아들은 아버지를 서류로 다시 만났다. 아버지와 이별하고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로 확인하고 상속포기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장으로아버지를만나서 만감이 교차했다.늦은 저녁에 동생과 전화했다. 소장에서 평생 아버지의 어깨를 짓눌렀던 삶의 무게를 읽은 것 같다고 말했다.
"왜 그렇게까지 힘드셨을까?"
"아빠가 인복이 없었던 것 같다. 생전에 아빠한테 손을 벌리는 사람들을 적당히 도와주라고 말했는데 들으시지 않더라."
"아주 옛날에 아버지가 술에 취해서 쿤타킨테 같다고 우셨는데 아무 것도 몰랐던 어린 마음에도 불쌍해서 같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남한테 사기도 당했고 고모부들, 조카들, 형제들 도와준다고 힘드셨다."
"아버지 세대는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슬프게도정작 처자식과 멀리 지내다가 아프실 때 처자식만 옆에 있었다."
아들이라는 녀석도 감정의 골이 깊었을 때는 아버지를 외면했고 손녀가 태어나고 나서야 왕래가 있었다. 나 역시 아버지께 도움이 되지 못했고 아버지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던 존재에 불과했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쉬세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