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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웃자 Jul 11. 2022

아홉번째 꿈

꿈에서 아버지를 만나다

새벽에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보면서 거실 소파에서 잠들었다. 잠결에 첫째가 아빠를 찾았다. "아빠 여기 있어."라고 대답하면서 큰방으로 가서 침대에 누웠다. 첫째는 고사리손으로 아빠 머리카락을 만지다가 같이 잠들었다. 꿈에서 유체이탈을 하는 것처럼 하늘을 날았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산에서 누군가 혼자서 걷고 있었다. 다른 곳으로 날아서 가려고 하다가 잠시 공중에서 멈췄다. 누구인지 궁금했다. "힘들어하지 말거라."소리가 들렸다. 산에서 혼자 던 사람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아버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눈을 떴다. 첫째는 제자리로 돌아가 잠들었고 첫째의 인형 두리가 옆에서 베개를 베고 있었다.

주말에 물놀이를 가기 전에도 그랬다. 어린이 워터파크에 가기로 약속해서 새벽에 도서관 대신 스터디 카페에서 몇 시간이라도 앉아 있으려고 했다. 왠지 물놀이를 갔다오면 진이 빠져서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첫째가 "아빠 배고파." 하면서 거실로 따라 나왔다. 새벽 다섯시에 배가 고플 수도 있겠지만 아직 잘 시간이라고 타일르다가 같이 잠들었다. 예상대로 물놀이 후에 몸살 기운이 있어서 첫째와 낮잠을 자고나서 계속 누워 있었다. 기운이 빠져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안했던 것 같다. 아버지의 위로를 듣고 싶었던 것일까.

아주 옛날에 수능 일주일 전이었다. 아버지한테 시험을 포기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닌데 당시에는 압박감이 심했다. 아버지는 예상외로 알겠다고 아들 하나 책임질 능력은 있으니까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대답하셨다. 그리고 학교에 말해서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둘이서 렌트카로 해변도로를 달렸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았다. 창밖 풍경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저녁에 회를 먹고 아침에 갈치구이를 먹었던 것 같다. 숙소에서 다시 시험을 보겠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렸고 공항에서 책을 펼쳤다. 아버지 덕분에 포기하지 않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오늘도 아버지의 위로를 듣고 새벽에 집을 나섰다. 그때처럼 지금 힘든 일도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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