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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웃자 Oct 25. 2022

열다섯번째 꿈

꿈에서 아버지를 만나다

첫번째 기일이었다. 전날에 아버지께 드릴 꽃을 샀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화려한 꽃을 좋아하지 않았으니 수수한 꽃이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동생에게 어떤 꽃이 좋을지 물었다. 동생은 같이 꽃을 고르면 좋을텐데 주말에 공부하느라 시간이 없으니까 동네 꽃집에 물어보라고 대답했다. 혼자서 근처 꽃집을 돌아다녔다. 주말 오후라서 그런지 꽃집은 문을 열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꽃집을 검색해서 전화를 했는데 연결이 되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다가 어머니께 꽃 도매 시장에 같이 가자고 전화했다. 어머니는 소국을 골랐다. 꽃을 좋아하는 첫째에게 주려고 송이를 따로 받았다. 주차장에서 꽃을 들고 집으로 가는데 눈물이 났다. 첫째에게 꽃을 주면서 할아버지가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더니 어떻게 할아버지와 말했는지 물었다. 꿈에서 할아버지를 만났다고 대답했다. 첫째는 아빠도 꿈을 꾸는구나 말하면서 웃었다.

소국

어머니와 함께 생전에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생선, 떡, 햄, 과일을 사러 갔다. 장보러 가는 길에 어머니가 꿈에서 아버지를 만났다고 말씀하셨다. 아버지가 방에 누워서 동생을 찾았는데 아버지 모습이 괜찮아 보였다고 하셨다. 어머니께 비슷한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꿈에서 아버지는 동생 방에 누워 있었다. 아버지가 셋째는 괜찮은지 물어보셨다. 나는 셋째가 없는데 '셋째? 세번째 동생? 세번째 손자?' 혼자서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괜찮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거실에서 아기가 울었다. 아버지께 "시끄러우니까 문 닫아드릴까요?" 여쭈어 보았다. 아버지는 "그래." 라고 말씀하셨다. 꿈은 바닷가로 이어졌다. 동생이 바닷가에서 다시마인지 미역인지 해초를 손으로 주었다.

기장

아버지를 찾아뵈었다. 나무 앞에 음식을 두고 옆에 꽃을 두었다. 바람이 차가웠다. 눈물이 흘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복국을 먹었다. 생전에 아버지와 함께 밥을 먹었던 식당이었다. 어머니가 시루떡을 주셨다. 가위로 작게 잘라서 첫째와 둘째의 입에 넣어 주었다. 아내는 아기들이 남긴 떡을 먹고나서 맛있다고 말했다. 나는 떡을 먹을 자격이 없는 것 같아서 망설이다가 조금 었다. 그 맛은 시간을 거슬러 아버지를 떠오르게 했다. 언젠가 수목원에서 응아가 마렵다는 첫째 껴안고 화장실로 뛰어가며 삼십년 전 쯤에 아버지가 나를 껴안고 그늘로 뛰어갔던 순간이 떠올랐다. 한여름 계곡에서 맨발로 놀다가 햇빛에 달구어진 돌 위에서 발바닥이 뜨거워 울었는데 아버지가 어디선가 뛰어와서 아들을 껴안고 그늘로 갔다. 그때처럼 아버지는 아들을 안아주려고 꿈에서 만나러 오시는 것 같다. 그렇게 아버지는 언제나 어디서나 자식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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