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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웃자 Jan 24. 2023

열일곱번째 꿈

꿈에서 아버지를 만나다

에서 깨어나 바로 기록을 남기지 못해서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예전에는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며 기억을 더듬어서 바로 기록을 남겼는데 언젠가부터 짧은 문장 한두줄만 남겼다. 나이를 먹으면 잠이 없어진다고 하던데 조선소를 그만두고 새벽에 통근버스를 타지 않으면서 점점 일어나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도 장면은 기억에 선명하게 남았다. 어디에서 걷고 있었다. 목적지는 없었다. 사람들이 스쳐지나갔다. 평소처럼 고개를 숙이고 걸어서 풍경이나 행인을 인식하지 못했다. 뒤쪽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갑자기 '혹시 아버지?'라는 생각에 뒤돌아보니 아버지가 멈춰서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흘끗 본 아버지는 무표정했. 죄송한 마음이 앞섰다. 아들로서 저질렀던 잘못들과 후회들이 떠올랐다. 아버지를 껴안고 사랑한다고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울었다.

이른 저녁의 푸르스름한 하늘

어머니를 모시고 법원에 갔다. 전날 회사에서 술을 많이 마셔서 힘들었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천천히 운전했다. 법원 주차장에 도착해서 어머니가 싸오셨던 김밥을 먹었고 된장국을 마셨다. 그제서야 속이 풀렸다. 일이 있어서 재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동생이 도착했고 나는 회사로 돌아갔다. 어머니는 원래 걱정을 많이 하시는 편인데 재판이 빨리 끝나지 않는다고 불안해하셨다. 아마도 관련된 사건들이 종료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동생과 둘이서 밥을 먹었다. 법원에서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고 동생이 말했다. 밥을 먹으면서 세계테마기행 베트남편을 틀었다. 생전에 아버지가 병원에서 불면증으로 고생하실 때 베트남전에 대해서 여쭈어봤는데 후방 부대라서 지뢰만 조심하면 되었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그리울 때마다 엄나무순과 옥수수 똘뺑이를 먹을 것 같다

설 전날에 어머니가 음식을 준비하셨다. 동네 마트에서 모조전지와 옥수수 똘뱅이 두 봉지를 샀다. 아내가 무슨 과자인지 물었다. 생전에 아버지가 운전하실 때 차에서 즐겨  드셨던 과자라고 대답했다. 처음으로 먹었는데 맛있었다.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서 첫째와 둘째도 한 조각씩 먹었다. 아버지가 그리울 때 사먹을 것 같다. 설날 아침은 일기예보와 다르게 그다지 춥지는 않았다. 나무 앞에 종이를 깔고 생선, 전, 과일, 떡을 놓았다. 컵에 소주를 따라서 주변에 뿌렸다. 고개를 숙였는데 무엇인가 흔들렸다. 바람이 불지 않았는데 이상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분들은 가만히 있었다. 마음 속으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고 다시 찾아뵙겠다고 돌아서기 전까지 계속 흔들렸다. 집에서 떡국을 먹고 헤어지기 전에 동생과 어머니께 말했더니 아버지가 반가워서 그랬나봐 라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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