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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웃자 Feb 03. 2023

열여덟번째 꿈

꿈에서 아버지를 만나다

꿈에서 아버지와 둘이서 퇴근했다. 아버지는 예전처럼 거침 없이 운전하셨다. 주차장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천천히 가자고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속도를 늦추셨다. 보조석에서 눈을 감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느꼈다. 술에 취한 것처럼 몽롱했는데 피부에 닿는 바람이 시원했다. 차도로 나가서 달리는데 아버지가 멀리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비상등을 켜고 정차한 후에 아버지와 자리를 바꾸고 운전대를 잡았다. 수동이라서 익숙하지 않았다. 핸드 브레이크를 풀지 않고 악셀을 밟았다. 차가 덜커덩거렸다. 우리 비둘기가 저멀리 날아갔고 경찰이 서있었다. 뒤늦게 핸드 브레이크를 풀고 신호가 바뀌기 전에 비둘기를 쫓아갔다. 비둘기와 참새들이 떼를 지어 하늘을 날고 있었다. 아버지는 얼룩무늬 우리 비둘기도 여기에 있다고 웃으셨다.

Shakeb Tawheed

꿈에서 모닝 같은 경차를 운전했다. 생전에 아버지는 프레스토, 그레이스, 포터, 콩코드, 팰리세이드, 등 다양한 차를 운전하셨다. 아버지는 업무의 특성상 출장이 잦았고 차를 좋아하셨다. 마지막으로 제네시스를 몰고 싶어 하셨는데 이루지 못하셨다. 프레스토는 범퍼가 파손되었는데 누런 테이프로 대충 가려서 다녔던 기억이 떠오른다. 가끔씩 아버지께서 프레스토에 태워서 학교에 데려다 주셨는데 친구들이 망가진 자동차를 보고 놀릴까봐 보조석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고개를 숙였다. 포텨를 타고 시골에 가는데 언제나처럼 부모님이 다투셨다. 트럭이 고장났는지 계속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고 그 소음은 부부싸움에 휘발유를 붓는 것 같았다. 운전석의 아버지와 보조석의 어머니 사이에서 안절부절못하다가 노래라고 생각하자고 말씀드렸더니 두분이 웃으셨다. 검정색 콩코드는 멋있는 차였다. 번쩍이는 차 안에 커다란 모토로라 핸드폰이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콩코드에 과자 부스러기를 흘리지 않도록 주의를 주셨다.

Alexander Savchuk

아버지가 비둘기 같은 새를 좋아하셨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집에서 거북이, 금붕어, 햄스터는 키웠는데 새를 키운 적은 없다. 삼십년 전에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이 베스트셀러였는데 중학교 도서관에서 비둘기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을 읽은 후로 비둘기의 주황색 눈과 회색 깃털이 무서웠다. 당시에 용두산공원에서 사생대회를 했는데 스케치북에 비둘기의 똥이 떨어져서 비둘기에 대한 고정관념이 굳어졌다. 십수년 동안 새벽에 통근버스를 타고 출근했는데 출근길에 비둘기가 토사물을 먹는 모습을 보고 같은 처지에 있는 것 같아서 측은하고 가여웠다. 그러고보니 요즘에는 비둘기를 본 적이 없다. 유해동물이라고 퇴치한 것일까. 대신에 까마귀를 자주 본다. 어릴 때 시골에 가는데 인터체인지 같은 곳에서 까마귀떼가 하늘을 덮었던 장관을 봤다. 까마귀는 똑똑하고 부모를 챙기는 동물인데 왜 까마귀를 싫어하는지 모르겠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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