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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웃자 Apr 07. 2023

열아홉번째 꿈

꿈에서 아버지를 만나다

이틀 전 새벽에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오래 살아라."

아버지를 껴안고 말했다.

"미안합니다."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 눈물이 흘렀다. 뒤돌아서 멀어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사랑합니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 왜 아버지는 그런 말씀을 하셨고 왜 나는 그런 말을 했을까.

첫째는 자다가 큰소리로 아빠를 부른다. 악몽을 꾸었던 것일까. 어둠 속에서 침대를 더듬어 첫째의 등을 토닥이면 스르르 다시 잠든다. 첫째가 아빠를 찾았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꿈에서 아버지를 만났던 것일까. 어릴 때부터 자주 죽고 싶다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학교도 회사도 맞지 않은 옷을 억지로 입은 것처럼 불편하고 힘들었다. 아이들이 태어난 후로는 의식적으로 그런 말을 입에 담지 않으려고 했는데 최근들어 혼잣말하고 아이들이 옆에 있는지 살피고는 자책했던 일이 잦았다. 아버지가 아들의 혼잣말을 들으셨던 것일까. 아버지 죄송합니다. 앞으로 손녀들과 재미있게 살면서 잘 키우겠습니다.

첫째는 잠들기 전에 아빠와 동화책을 읽는다. 책을 읽고나서 이야기를 하다가 잠드는데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물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아빠는 꿈에서 할아버지를 만난다고 할아버지가 우리 아기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니까 건강하고 재미있게 살아라고 말씀하셨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죽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언젠가 아빠도 하늘나라에 가지만 할아버지처럼 언제나 우리 아기 옆에 있을 거라고 덧붙인다. 그러면 첫째는 아빠한테 하늘나라에 가지 말라고 말한다. 하늘나라에 가지 않겠다는 거짓말로 이야기는 끝난다. 언젠가 아빠가 하늘나라에 가더라도 할아버지처럼 아빠도 꿈에서 너를 찾아올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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