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아파서 이삼일 동안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못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이들 사이에서 코감기가 유행이니까 조심하라고 말했는데 다음날부터 증상을 보였다. 열이 나고 누런 콧물을 줄줄 흘렸다. 잠자리에서 삼십분 단위로 깨서 칭얼거리다가 다시 잠드는 패턴을 반복했다.자다가 토하고 다시 잠들기도 했다. 둘째도 옮아서 똑같은 증상을 보였다. 주말에 집근처 어린이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의사는 열이 38도 이상 오르면 빨리 병원에 오라고 말했다. 따뜻한 죽을 먹이고 약을 먹였다. 아이들은 약에 취해서 깊은 잠에 빠졌지만 쉽게 나을 것 같지 않았다. 첫째가 낮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웃었다. 꿈에서 아빠가 아이스크림을 사줘서 좋았다고 말했다. 감기가 심해서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줄 수 없었다. 고민하다가 아이스크림을 녹여서 미지근한 밀크셰이크처럼 마시도록 빨대를 꽂았다. 아기는 맛있다고 웃으면서 마셨다.
빨리 나아서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자
개인적으로 웬만하면 감기약을 복용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건강해서 그런지 며칠 골골거리면 자연적으로 나았다. 그리고 항생제를 과도하게 먹으면 내성이 생기고 부작용이 있다는 뉴스 때문에 꺼려졌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아픈 상태가 계속된다고 의사가 말해서 감기약을 먹였다. 첫째는 약의 인공적인 단맛을 좋아해서 제때 약을 잘 먹었다. 둘째는 뭐가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약을 꿀꺽 삼켰는데 단맛을 좋아하는 눈치였다. 약을 거부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하던데 다행이었다. 첫째는 약을 먹고 증상이 조금 호전되었지만 여전히 가래기침이 심했다. 기침패치 호쿠날린을 아기 손이 닿지 않는 등 부위에 24시간 동안 붙이되 교체할 때 동일한 곳에 부착하지 않도록 주의했다. 어린시절에 약을 먹기 싫어서 도망다녔던 기억이 났다. 어머니는 숟가락에 알약을 녹여서 주셨는데 도저히 삼킬 수가 없었다. 아내가 비교적 대담한 편인데 아이들은 아내를 닮은 것 같다.
아이들이 아파서 걱정했는데 꿈속에서 걱정이 계속되었던 것일까. 최근에 봤던 영화와 소설의 잔상 때문일까. 꿈에서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는 치료를 받겠다고 말씀하셨다. 이미 돌아가셨는데 이제와서 무슨 치료를 받는지 물었다. 아버지는 알고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눈물을 흘렸다. 나는 울면서 아버지를 꼭 껴안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아프기 전 모습으로 웃었다. 새벽에깨어나서 멍하게 누워있는데 첫째가 칭얼거리면서 품에 안겼다. 첫째를 꼭 껴안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퇴근 후에 아내에게 꿈 이야기를 했다. 평소에 아버지를 자주 생각해서 꿈에서 아버지를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는 아버지가 아들을 찾아오신 것이라고 대답했다. 아마도 생전에 아버지는 아들에게 아픈 모습을 많이 보여서 꿈에서라도 건강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다음날 어머니에게 말했더니 아버지가 좋은 곳에 있는 것 같다고 안도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