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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웃자 Jan 28. 2022

잘못된 도원결의

문과생 생존기

삼국지에서 영웅들은 술을 마시며 대사를 치렀다. 반동탁 연합군 장수들이 제후가 권하는 술을 마시고 나가서 화웅과 일기토에서 차례로 패배를 당했다. 화웅은 마치 서유기의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가 합쳐진 외모와 맹수 같은 완력을 가졌고 삼국지 게임에서도 무력 능력치가 백점 만점에 구십점을 넘을 정도로 꽤 쓸만한 장수였다. 그런 화웅을 관우가 단번에 처리했다. 조조가 권했던 따뜻한 술이 식기 전에 관우는 화웅의 목을  후 술을 마셨다. 중국 드라마 삼국연의에서 관우가 신분이 미천하다고 그를 무시했던 제후들 앞에서 거만한 표정으로 술잔을 드는 모습이 생생하다. 반면에 장비는 술 때문에 서주성과 유비의 일가족을 잃었다. 유비와 관우가 황제의 명에 따라서 원술을 토벌하러 출정할 때 장비에게 술을 마시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며칠 동안 장비는 술을 멀리 했지만 술을 입에 대는 순간 조절하지 못했고 취기에 조표를 모욕했다. 조표는 앙심을 품고 사위 여포와 함께 서주성을 빼앗았다. 그때 나는 맨정신으로 결정했어야 했는데 술자리에서 취중에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그토록 삼국지를 읽고 보고 플레이했건만 아무 것도 깨닫지 못했다.

조조: 가질 수 없는 너~

몇년전 어느날 저녁에 중년 아저씨들낯선 골목의 허름한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셨다. 한 사람은 같이 일했던 장이었고 두 사람은 계열사에서 가끔씩 연락했던 사이였다. 영혼 없이 대꾸하고 벽을 기어가는 거대한 바퀴벌레를 멍하게 응시하며 맥주를 들이켰다. 그동안 형 동생으로 지냈던 사람이 담배를 피자며 밖으로 나가서 말했다. "형으로서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직해서 프로젝트도 계속 같이 하고 부가수입을 얻을 수 있는 사업도 같이 하자." 갑자기 그런 말을 들어서 당황했다. 2차를 가자고 택시를 잡더니 룸싸롱에 갔다. 그동안 직장상사와 거래처에서 룸싸롱에 가자고 했지만 거절했는데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다른 사람들은 옆에 앉은 접대부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면서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 나는 억지로 술을 마셨고 노래를 부르라고 시켜서 이밤의 끝을 잡고를 불렀다. 세 사람은 업계에서 내 평판이 좋다고 나에 대해서 나쁜 말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어색하게 듣고만 있었지만 동안 사회생활을 못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도원결의를 바랬으나 현실은 달랐다~

각자 파트너와 같은 건물의 모텔로 이동했다. 엘리베이터에서 그들은 내게 앞으로 잘 해보자고 말했다. 모텔에서 바로 나가려고 했는데 마담이 지켜본다고 아무런 접촉 없이 멀뚱멀뚱 10분 정도 있다가 나갔다. 아내에게 전화해서 솔직하게 말했고 아내는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대답했다. 다음분위기를 맞추지 못해서 부끄러웠고 나를 우습게 볼거라는 생각에 우울했다. 마침 비가 억수로 내려서 기분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어쩌면 그들은 내가 그동안 접대를 받지도 않았고 열심히 일했사람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자기합리화했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환송회를 했다. 작별이란 여러 감정이 섞일 수 밖에 없었다. 불편했지만 추임새만 넣으면서 침묵했다. 마지막으로 통근버스를 타고 퇴근하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매일 통근버스에서 책을 읽고 잡생각을 했는데 앞으로는 익숙한 버스를 탈 수 없다는 생각에 슬펐다. 그때 술자리에서 내렸던 결정 때문에 몇 년 동안 스트레스를 받고 후회하면서 밥벌이를 했다. 괜한 욕심을 부리지 말고 내 능력과 노력만큼 벌어서 살자는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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