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이직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내가 선택했고 결과는 내 책임이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싶어서기록을 남긴다. 돌아보면 시작부터 잘못이었다. 귀인의 삼고초려를 거절하고 범인의 사탕발림에 넘어갔다. 부장이 제시했던 조건은 인사팀에서 받았던 계약서와 너무 달랐다. 연봉은 줄었고 진급은 누락되었고 계약직 1년 후 정규직이었다. 나를 스카우트하는 조건으로 수주를 했으면서 이런 식으로 첫 단추를 끼우다니 황당했다. 그때 바로 제정신을 차리고그만두었어야 했는데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예전 직장에 사직서를 제출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봉급 외 추가 수입을 만들어 준다는 약속을 믿었다. 부장은 해외영업 건이 있을 때마다 계약서와 견적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자기 사업체를 설립하면 합류할 거냐고 물으면서 자료를 잘 챙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도 아무 것도 성사되지 않았다. 허름한 호프집에서 약속했던 사업도 진행되지 않았다. 희망 고문이 계속되었다.이직할 때 조건을 구두로 합의하지 말고 서류로 남겨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첫 느낌이 너무 이상하면 질질 끌지 말고 바로 그만두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지도 모르겠다.
어느날 사장이 불러서 해외영업팀으로 가면 기존에 약속했던 연봉과 직급을 보장하고 자신이 키워주겠다고 제의했다. 부장은 사장의 제의를 수락하면 아무 것도 도와주지 않을테니 혼자서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장과 인간적으로 잘 지냈고 혼자서 일할 자신이 없어서 사장의 제안을 거절했다. 또다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부사장과 임원들은 지나칠 때마다 의리를 지키려고 회사를 다니는 거냐고 비아냥거렸다. 부장은 헛된 희망을 주면서 고문했다. 사업체를 차리면 연봉으로 이십억을 주겠다는 허풍을 떨면서 개인적인 일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자기 딸대입 자소서를 교정해 달라고 말했다. 논술 교사처럼 빨간펜으로 첨삭해서 회신했다. 주말에는 자기가 다니는 교회에 나오라고 말했다. 어머니를 따라서 절에 가고 아내를 따라서 성당에 다닌다고 거절했는데도결국에는한 번 교회에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룹사에서 공모전을 실시해서 응모했는데 대상으로 이백만원을 받았다. 부장은 자기 공으로 만들고 상금은 부서 회비로 사용했다. 예전 회사에서는 공모전과 사보 기사로 매달 상금을 받아서 용돈으로 사용했는데 어이가 없었다.웬만하면사장 라인을 타자는 교훈을 얻었다.회사에서 의리를 지키는 것보다 성과와 능력대로 평가하는 사람 밑에서 쌔빠지게 일하는 것이 속 편한 것 같다.
혼자서 영업, 계약, 도면, 자재를관리하면서 1인 4역을했다. 힘들었지만 좋은 사람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형 동생으로 지내면서 이직을 권했고 프로젝트를 계속 같이 하자고 말했던 사람들이 갑질을 했다. 어떤 사람은 초반부터 자기가 갑이니까 알아서 하라고 협박했다. 알고보니 자기 공을 만들어야 하니까 중요한 정보는 자기한테만 달라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전체 메일을 보낼 때 그 사람을 수신자로 설정해서 극존칭으로 메일을 작성했다. 그렇게 한동안 갑질을 하더니 나중에는 화해했다. 다른 사람은 조금 기분이 상하면 자기가 갑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첫째가 태어났을 때 보름 넘게 야근을 시켜서 늦게 귀가했다.다른 프로젝트 견적 정보를 달라고강요했다. 그러다가 아쉬운 일이 있으면 형 동생의 관계로 돌아갔다. 혼자서 일하고 갑질을 견뎠다. 부장은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나는조금씩 그들로부터 멀어졌다. 임계점이 지난 어느날 모든 자료를 그대로 남기고 인수인계 후에 퇴사했다.헛된 욕심을 버리고 내 능력과 노력만큼 벌어서 살자는 교훈을 얻었다. 인맥으로 이직하는 경우에는 큰 사람이 될 귀인인지 사탕발림으로 이용해 먹으려는 범인인지 구분하는 안목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