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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웃자 Feb 13. 2022

코로나 시대 회식 예절

문과생 생존기

회사에서 상사가 회식을 하자고 말했다. 아직 방역 체계가 바뀌기 전이었다. 팀원 중에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상사는 백신 접종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얼굴을 숙이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옥상에서 물어보니 작년부터 상사가 2차 접종하라고 말했는데 1차 접종 후에 부작용이 심해서 겁이 난다고 대답했다. 상사의 입장도 부하 직원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시대에 회식을 하자는 상사가 야속했다. 아직 팀장의 역할을 맡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낀대라서 그런 것일까. 그날 밤 거리는 코로나가 종식된 것처럼 휘황찬란했다. 식당마다 사람들로 붐벼서 대기줄이 있었다. 겨우 자리가 있는 식당에 들어갔는데 QR체크도 방명록 작성도 하지 않았다. 백신 미접종자가 회식에 참석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을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회식은 원하는 사람들만 참석하고 눈치를 주지 않으면 좋겠다.

고기는 맛있었다

회사에서 상사가 외식을 하자고 말했다. 몇 명만 콕 찝어서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QR체크를 했지만 그냥 들어가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음식은 맛있었다. 그런데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주는 사람이 있었다. 나름대로 친절을 베푸는 것이겠지. 평소에도 그런 식의 친절은 사양하고 싶은데 코로나 시대라서 매우 거북했다. 그런 친절은 넣어두면 좋을텐데. 게다가 그 사람은 주말마다 전국 방방곡곡 놀러 다녔고 며칠 전에 거래처와 술을 마셨는데 그 회사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주변에 코로나 확진자가 없으면 친구가 없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무슨 의도인 것일까. 이해할 수 없었다. 예전에는 코로나 시대에 외식하자고 제안하면 예의에 어긋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때는 거절해도 서로 이해했다. 일상적 방역으로 바뀐 후에는 조심하지 않는 분위기다. 코로나 시대에 술잔을 건네거나 음식을 집어주는 행위를 삼가하면 좋겠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재미있었다

소설 둠스데이북에서 역사학자는 시간여행으로 14세기 흑사병 시대 영국으로 향한다. 주인공은 귀족도 평민도 남녀노소 상관없이 죽는 모습을 목격한다. 역사에서 알려진 것과 달리 소설에서 사람들은 도망치지 않았다. 대부분 서로 돕다가 최후를 맞았다. 이제 코로나는 통계가 무색해질 정도로 악화되었고 방역정책도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내일 퇴근길에 약국에서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 어린이 감기약, 지사제 등 상비약을 구입할 예정이다. 집에서 일하고 싶다. 재능 있는 사람들은 사람들과 접촉을 하지 않고 집에서 일할 수 있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도망칠 수 없다. 일상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위생을 관리하면서 의연하게 일하는 수 밖에 없다. 성인이 놀러 다니거나 술을 마시다가 코로나에 걸리면 자업자득이라고 넘길 수 있다. 데카메론에서 광장의 오염된 옷가지에 코를 박고 놀다가 쓰러지는 돼지처럼 안쓰럽게 여길 수 있을까. 하지만 아무런 죄 없는 아이가 코로나에 걸려서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뉴스를 접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코로나 시대에 어른들이 상식적으로 처신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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