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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웃자 Feb 18. 2022

직장에서 옆사람이 뒷담화하고 욱하다

문과생 생존기

회사에서 직장동료와 업무적인 대화를 하는데 갑자기 상대방이 화를 냈다. 자기야근하면서 고생했는데 내가 퇴했다는 내용이었다. 평소에 조금 늦게 퇴근하는 편인데 왜 사실과 다른 이유로 화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순간 욱해서 맞받아칠까 했는데 그냥 넘겼다. 지금까지 나쁘지 않은 관계였고 욕하거나 선을 넘지는 않았다. 혹시 무의식적으로 말실수를 했나 잠시 고민했다. 잠시후에 그는 옆사람에게 나에 대한 뒷담화를 했다. 작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아주 잘 들렸다. 들으라고 떠들었겠지만 별 내용은 없었다. 회의 시간에 가 제출했던 안을 위주로 회의록을 작성하고 추진한다는 불만이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초안일 뿐이라고 후속 회의 때 자유롭게 의견을 내라고 공지했다. 그동안 회사 밖에서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던 사이였는데 앞으로는 적당한 거리에서 일하는 관계로 설정해야 할 것 같다. 예전에는 비슷한 상황에서 사소한 자극에도 상대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바로 화를 내지 않고 잠시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여유가 생긴 것일까.

저마다 사정이 있다. 이렇게 친절하면 좋을텐데 아닐 수도 있다.

예전 직장에서도 자주 욱하고 뒷담화를 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커뮤니케이션을 잘했는데 가끔씩 말이 너무 많았다. 오래전 일이라서 기억이 희미해 졌지만 한 가지 에피소드 선명하게 떠오른다. 어느날 아침에 그는 차 한 잔 마시자고 했다. 다른 회사에서 면접을 볼 예정인데 사내 다른 팀에서 스카웃 제의도 있어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잘 되길 바란다고 축하했다. 그날 점심 식사 때 팀장이 갑자기 그에게 기분이 좋은 것 같다고 어디 좋은 곳에 가는 거냐고 물었다. 그는 태연하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팀장의 예민한 더듬이도 그의 방어도 빈틈이 없었다. 아마 그는 여기저기 말하고 다녔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팀장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다. 나중에 그는 팀장이 능구렁이라고 뒷담화를 하는데 듣기 힘들었다. 그는 같은 사무실 상사와 욕을 하면서 싸우기도 했고 다른 사람에 대한 말을 자주 꺼냈다. 내가 없는 곳에서 나를 험담할 것 같아서 이후에는 업무적인 대화만 했던 것 같다.

걸으면 대부분 가라앉았다

왜 욱하고 뒷담화를 하는 것일까. 뒷담화에는 관심이 없지만 예전에 나도 자주 욱했다. 조선소에서 문사철 문과생으로 밥벌이하느라 자존감이 낮았던 것 같다. 작은 자극에도 자존감이 흔들려서 화를 냈다. 열심히 일하면서 공부했는데 경력과 자격이 쌓이면서 조금씩 나아진 것 같다. 나이가 들어도 욱하고 뒷담화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같이 일해야 한다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업무적으로 대화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으로부터 에너지를 받는다. 어떤 사람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다른 사람은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면서 사람을 잘 만나지 않는 것 같다. 원래 폐쇄적이었지만 점점 더 심해지는 듯 하다. 나쁜 기운을 주는 사람을 만나면 내 안에서 잘 흐르던 기운이 갑자기 어두운 곳으로 향한다. 제어할 수 없고 속수무책으로 부정적 생각에 잠긴다. 회사에서 사람을 만날 수 밖에 없다. 나는 내 계획대로 꾸준하게 하나하나 할 수 밖에 없다. 습관대로 하다보면 다시 침착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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