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텐트 같은 자기만의 방이 필요해

아빠 육아

by 웃자

누구나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한 것일까. 요즘에 첫째는 자기 집을 만드는데 열중하고 있다. 블록을 쌓아서 벽을 만들고 이불을 깔아서 눕는다. 멀쩡한 침대를 옆에 두고 자기 집에서 낮잠을 잔다. 그곳에서 밤잠은 잘 수 없다. 밤에는 장난감을 정리하기 때문이다. 매일 블록을 허물고 새로운 집을 만드는데 어느날 자기 집안에 들어가서 자동차라고 이리저리 밀고 다녔다. 아기표 캠핑카였다. 다만 문이 없어서 들어가거나 나올 때마다 엄마와 아빠가 번쩍 들어서 월담을 해야하는 치명적 단점이 있었다. 블록 대신에 콩순이 장난감을 기역자로 배치하고 식탁 의자로 틈을 막아서 집을 만들면 문이 생겼다. 마음 속으로 첫째는 천재가 아닐까 감탄하면서 "와~ 진짜 멋있다~"라고 결과만 칭찬했다. 앞으로는 오은영 선생님 책에서 읽은대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집을 만들었구나~ 스스로 만들면서 재밌게 노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라고 과정을 칭찬하자고 다짐했다.

첫째 뒷모습도 블록으로 만든 집도 비스듬히 들어오는 햇빛도 예쁘다

첫째가 정성을 다해서 집을 만들어서 그런지 누가 건드리면 엄청 싫어한다. 둘째가 집으로 다가오면 소리를 지른다. 동생을 빨리 아기띠로 안아주라고 재촉한다. 장난감 때문에 발 디딜 곳이 없어서 엄마 아빠가 장난감을 정리하자고 집으로 다가오면 울음을 터뜨린다. 그래도 장난감을 정리하지 않으면 놀다가 넘어질 수 있으니까 나중에 다시 만들자고 차분하게 설명하면 수긍을 해줘서 고맙다. 가끔씩 둘째가 몰래 집을 만지면 첫째가 눈치채고 흥분해서 동생이 뒤로 넘어질 정도로 밀어서 주의하고 있다. 동생과 어울려 놀아라고 말해도 아직은 너무 어려서 힘든 것 같다. 앞으로 둘이서 얼마나 싸울지 예상이 된다. 그래도 첫째는 먹을 것이 있으면 항상 둘째와 나누어 먹는데 서로 마주보며 까르르 웃고 껴안는 모습을 보면 잘 지낼 것 같다.

가끔씩 누워서 멍때린다

아주 옛날에 케빈은 열두살, 천재 소년 두기, 슈퍼소년 앤드류 같은 미드를 좋아했다. 아이들이 나무 위 통나무집에서 노는 모습이 부러웠다. 그때는 미국이 아이에게 저런 멋진 공간을 만들어 줄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곳이라고 생각했다. 집에서 나만의 공간을 만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방구석 장롱과 책상 사이에 공간이 있었다. 위에는 커다란 스카프를 널어서 지붕을 만들고 아래에 누워서 과자를 먹었다. 카세트 플레이어를 들고와서 노래를 틀었다. 집을 지키라고 입구에 장난감을 늘어놓았다. 부모님께서 꾸짖지 않으셨고 내 공간을 지켜주셨던 것 같다. 감사합니다. 많은 기억들이 희미해 졌는데 어떤 기억들은 생생하게 떠오른다. 지금 우리집 소파 옆에는 인디언 텐트가 있다. 할머니가 선물로 사주셨다. 금뚱이가 안보여서 찾으면 텐트에서 나올 때가 많다. 아빠도 가끔씩 인디언 텐트에 상반신만 집어넣고 멍때릴 때가 있다. 누구나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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