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에 첫째가 책을 읽어 달라고 동화책 피노키오를 들고 왔다. 아빠와 딸은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약간 연기를 하면서 읽었다. 부족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첫째는 집중해서 들었다. 둘째가 식탁 근처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소파로 기어왔다. 아빠 무릎과 책을 잡고 일어서서 방긋 웃었다. 첫째는 동생이 방해한다고 소리를 질렀다. 다같이 읽자고 타일렀다. 읽다보니 아주 옛날에 테레비에서 봤던 피노키오의 모험이라는만화영화가 생각났다.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만화영화는 전반적으로 어둡고 슬펐던 것 같다.디즈니의 피노키오와 다르게 표정도 어둡고흐물흐물 움직였다. 혼자서 힘든 일을 겪는 모습이 나오면 채널을 돌렸다. 그때도 지금도 불편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면 함께 다시 보고 싶다.
아빠는 딸에게 거짓말을 하면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진다고 말했다. "코가 길면 엄청 불편할텐데 거짓말 할거야?" 라고 물었더니 "거짓말 안할거야~" 라고 대답했다. 아빠는 딸에게 장난감만 가지고 놀고 사탕만 먹으면 당나귀가 된다고 말했다. "당나귀가 되면 좋을까?" 라고 물었더니 "싫어~" 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책도 자주 읽고 맘마도 잘 먹자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아빠가 제페토 할아버지처럼 대머리가 되어도 괜찮아?" 라고 물었더니 "싫어~" 라고 대답했다. 옆에서 아내가 여자들은 본능적으로 대머리를 싫어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 대머리가 아니라서 안도했다.어릴 때 거짓말을 많이 했다. 학원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친구들과 놀았고 문제집을 산다고 거짓말을 하고 카세트 테이프와 CD를 샀다. 그래도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지지는 않았다. 아직 첫째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는데 언젠가 거짓말을 할 때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질 거라고 말하면 효과가 있을까. 아마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믿을 때까지는 통할 것 같다.
아내의 이메일은 파란요정이다. 아내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를 보고 이메일을 만들었다. 아내의 직업은 아이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인데 영화 후반부에서 파란요정이 로봇 데이빗에게 엄마를 찾아주는 장면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원작에서 파란요정은 디즈니와 다르게 사랑과 친절의 상징은 아니었다. 사기꾼들이 피노키오의 금화를 빼앗으려고 뒤를 쫓을 때 오두막에서 파란요정을 만났다. 피노키오는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하지만 파란요정은 자신이 죽었으며 관이 도착하길 기다린다고 대답한 후 문을 닫았다. 나중에 피노키오가 장난감 나라에서 당다귀로 변한 뒤 서커스단에 팔렸을 때에도 파란요정은 관람석에서 구경했을 뿐이다. 후반부에 피노키오는 꿈에서 파란요정을 만난 후 깨어나서 거울을 보고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되는데 파란요정의 마법 덕분인지는 설명되지 않았다. A.I.에서 데이빗도 깊은 바다에서 파란요정을 만난 후 사람이 되어서 로봇의 주인이자 그를 숲 속에 버렸던 엄마와 재회하는 꿈을 꾸었을 뿐이다. 파란요정은 해리포터에 나오는 소망의 거울 같은 환상을 보여주었던 것일까. 다행히 나의 파란요정은 환상도 아니고 저멀리 모험을 떠나서 찾지 않아도 내 옆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