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와 동화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동화책을 읽다보면 아주 옛날에 들었던 이야기가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 같다. 그때는 나도 엄마 아빠 품에서 팔베개를 하고 이야기를 들었을까. 어제는 백설공주를 읽었다. 첫째는 새엄마가 무서워서 백설공주 동화책이 싫다고 말했다. 계모는 네 번이나 살해를 시도했다. 청부살인, 교살, 독살 등 방법도 다양했다. 무시무시한 악녀답게 삼세번의 법칙도 무시하더니 네번째 시도는 성공할 것같았다. 미모를 질투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정략 결혼으로 자신의 가문에 권력과 재산을 물려주고 싶어서 악행을 저지르지 않았을까. 읽다보니 아빠도 으스스했다. 동화에서 반복되는 죽음이란 단어를 첫째에게 말하기 힘들어서 쓰러졌다 같은 표현으로 대체했다. 다행히 백설공주는 사냥꾼의 동정심, 난쟁이들의 도움, 왕자의 사랑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작년에 일부 양부모가 아이를 학대하는 뉴스를 자주 봤다.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애도했다. 아기를 키우는 아빠가 되어서인지 충격을 많이 받았다. 굿네이버스 후원을 취소했다. 오년 동안 굿네이버스에 매월 소액을 후원했다. 하지만 문제의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이 굿네이버스의 지부라는 사실을 접하고 멘붕에 빠졌다. 과연 우리의 작은 후원은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몇 년 전에 일부 후원기관에서 기부금으로 집을 사고 파티를 열었다는 뉴스를 봤을 때 크게 실망했지만 굿네이버스는 다를 거라고 믿으며 후원을 지속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면서 더 이상 후원할 수는 없었다. 생각해보면 백설공주 이야기는 동화가 아니라 지금도 되풀이되는 것 같다. 원작에서 계모가 뜨거운 쇠로 된 신발을 신고 미쳐서 죽는 것처럼 그들도 악행에 걸맞는 벌을 받았을까.
작년에 첫째는 겨울왕국 애니메이션을 보고 대성통곡했다. 너무 심하게 울어서 걱정될 정도였다. 일시정지 후 껴안고 왜 우는지 물었다. 물에 젖은 엘사가 갈아입을 옷이 없고 크리스토프가 먹을 당근이 없다고 대답했다. 눈물 콧물 범벅으로 계속 울었다. 결국 끝까지 볼 수 없었다. 첫째에게 음식과 옷이 제일 중요해서 그런 것 같았다. 집에서 예쁜 옷을 입고 패션쇼를 종종 즐겼다. 자기 마음에 드는 옷을 입지 못하면 어린이집 등원을 거부했다. 양말까지 깔맞춤해야 만족했다. 집에서 하루종일 쉬지 않고 밥, 과일, 요구르트, 치즈, 비타민, 고구마, 삶은 계란, 그리고 다시 밥을 먹었다. 주말에는 배가 볼록 나오는데 어린이집에 등원하면 배가 홀쭉했다. 새벽에 깨어나서 칭얼거리면 딸기랑 바나나를 사준다고 달랬다. 그래서 그렇게 울었던 것 같은데 (새)엄마가 아기를 죽이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림형제 동화책은 유치원에 들어간 후에 같이 읽고 당분간 해맑은 동화책만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