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헨젤과 그레텔을 읽었다. 그림형제 이야기는 첫째가 무서워하는 요소들이 많아서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읽어주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침대 옆에 쌓여있던 동화책에 손을 뻗었는데 하필이면 헨젤과 그레텔이 손에 잡혔다. 잠들기 전에 둘이서 토이쿠키를 만들어서 먹었는데 과자로 만든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역시 우려했던 죽음, 살인, 식인, 학대, 등 무시무시한 내용이 나왔다. 중간에 책을 덮을 수 없어서 도망쳤다거나 쓰러졌다고 읽었다. 다행히 첫째는 예전처럼 무서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조금 전에 집에서 오븐에 토이쿠키를 구워서 만들었는데 동화책에서 오븐에 마귀할멈을 구워서 죽이다니 기괴한 상상력이었다. 그런데 정말 상상인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림형제 이야기에 계모가 자주 등장한다. 천안 캐리어 사건의 계모와 영화 식스센스에서 변기 세정제를 먹이는 계모처럼 아이들을 없애려고 시도했다. 당시에 유럽에서 기근 때문에 약자들이 희생되었던 시대상을 반영했을 수 있다. 식량이 부족하면 아내가 먼저 굶어 죽었고 남편은 살아남아서 재혼했다. 계모는 적자생존의 화신으로 아이들을 숲에 버렸다. 아마 그녀는 예전에도 가족을 버렸을텐데 마귀할멈처럼 아이들로 고기파이를 만들어 먹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그녀가 숲속 과자집의 마귀할멈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레텔이 마귀할멈을 오븐에 넣어서 죽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계모도 죽었다고 하니까 말이다. 혹시 사람 좋은 어수룩한 표정의 아빠가 엄마도 새엄마도 잡아먹은 것은 아니었을까.
아내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아빠는 연차를 사용하고 아기들과 집에 있었다. 심심한 첫째를 위해서 풀무원 토이쿠키를 같이 만들었다. 색깔 별로 반죽 여섯 개가 개별 포장되어 있었다. 냉동실에서 꺼내니까 너무 딱딱해서 십오분 정도 해동했다. 첫째는 반죽을 섞어서 바닥에 문질렀다. 머리카락과 먼지가 범벅이 되어서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빠는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명서대로 숲속 동물들 생일파티에 참석하는 공룡을 만들었다. 아기용 쟁반의 토끼를 보고 토끼도 만들었다. 어릴 때 찰흙으로 놀았던 기억이 나서 재미있었다. 오븐에서 예열이 끝났다는 경고음이 울렸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 별, 하트, 물고기를 급하게 만들어서 구웠다. 상상했던 것보다 쿠키 모양이 제대로 나왔고 맛도 좋았다. 첫째가 공룡을 먹으라고 가져왔는데 귀여워서 차마 먹을 수가 없었다. 대신에 동그라미와 물고기를 먹었다. 첫째가 공룡의 턱과 토끼의 귀를 먹었고 공룡과 토끼의 잔해만 남았다. 촉감놀이도 하고 상상력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까까를 사먹는 것보다 같이 만들어 먹으니까 좋았다. 앞으로도 종종 토이쿠키를 만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