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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웃자 Mar 25. 2022

직장동료의 이직

문과생 생존기

직장동료가 이직할 예정이다. 잠깐 옥상에서 보자고 하더니 면접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축하는 했지만 그동안 정이 들었는지 조금 섭섭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건이 비슷한 회사로 이직하는 것 같았다. 지금보다 봉급을 많이 받는다거나 복지가 좋은 것 같지는 않았다. 어디에서 일하든지 비슷하다고 솔직히 같이 일하면 좋겠다고 설득했다. 고민 끝에 결국 그는 떠날 거라고 대답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환경을 바꾸는 것도 좋을 수 있지만 어딜가나 비슷할 거라고 주제 넘게 조언했다. 똑똑하고 성실한 사람이라서 도움을 받았는데 아쉬웠다. 이제는 후임자를 채용해서 인수인계를 해야하는데 퇴사하기 전에 제대로 처리될지 모르겠다. 그는 한 달 후에 퇴사한다고 통보했는데 상사는 내부절차가 있으니까 두 달 후에 퇴사하라고 대답했다. 며칠 전에 그는 진급까지 누락되면서 미안한 마음 없이 한 달 후에 깔끔하게 그만둘 거라고 말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내게 버티지 말고 최대한 빨리 떠나라고 조언했다. 떠나는 사람의 말을 듣다보니 나의 마음도 흔들거렸다. 결국 나도 그 사람처럼 지칠 것 같았다. 게다가 코로나 자가격리 후에 몸상태가 회복되지 않았다. 기침이 멈추지 않아서 병원에 갔는데 기관지염이었다. 다행히 폐렴은 아니었다. 이직은 생각하지 않았다. 세번이나 이직했는데 회사마다 장단점이 있어서 마음에 드는 곳은 없었다. 그나마 첫번째 회사가 제일 좋았다. 대기업 공채로 입사해서 저축도 많이 했고 멘토도 만났다. 두번째 회사는 힘들었다.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서 이직했는데 텃세와 갑질 때문에 힘들었다. 세번째 회사는 삼부자가 같이 일하는 꿈이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대안으로 입사했다. 누구나 언젠가 퇴사한다. 일신상의 사유, 권고사직, 정년퇴직, 등 시기의 차이일 뿐 결국 퇴사할 것이다. 아마도 여기가 마지막 회사일 것 같다. 그동안 용케도 회사에 다녔다.

불안을 숨기려고 애쓰면서 살았다. 회사에 다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또다시 불안하다. 게다가 이제는 마흔이다. 아마도 불안은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나에게 최선의 방법은 혼자서 책을 읽으며 불안과 동행하는 것이다. 어쩌면 회사에서 상시적으로 찾아왔던 불안을 단순반복 업무로 외면했던 것보다 나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것도 나름의 동행이었으니까 똑같은 목표를 위한 다른 방법인 것 같다. 내게 맞는 길을 찾고 싶다. 나의 노력으로 나를 위해서 무엇인가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앞으로는 아이들을 위해서 심신이 안정적인 아빠가 되고 싶다. 가족이 응원해줘서 감사하다. 가족이 아니었다면 나는 예전처럼 회사에 다니면서 대안을 생각할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퇴사하든 안하든 불안과 안정적으로 동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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