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덕후의 주간 취향 : 예능 편
오랜만에 켠 TV에서는 효리네 민박이 방영 중이었다. 효리네 민박 2도 아니고 시즌 1이었다. 매번 2만 보다가 1을 발견하니 새삼 반가웠다. 나는 시즌 2보다 1을 좋아했다. 나는 왜 효리네 민박 2보다 1이 좋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했던 연예인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다는 것에서 오는 신선한 매력이 가장 크지 않을까.
1화만 봐도 알 수 있다. 효리네 민박 속 이효리와 이상순, 아이유의 모습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무척 달랐다. 오랜만의 예능에 불안해하며 감을 잡으려는 이효리가 신기했다. 내가 생각했던 이효리는 당당한 '슈퍼스타' 였으니까. 어떤 예능에도 기죽지 않고, 어떤 출연진이든 좋은 케미를 보여준 '만능 엔터테이너' 였으니까. 옛 예능에서 본 이효리와 효리네 민박 속 이효리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새벽에 요가를 가는 모습, 차분하고 정적인 모습, 차를 우려 마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하지만 변한 그녀의 모습이 나쁘지 않았는지, 효리네 민박 1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그녀에게 색다른 매력을 느낀 것이다.
덩달아 첫 예능을 찍게 된 이상순의 어색한 모습도 인간미 넘쳤다. 그뿐일까. 오랜만의 예능에 불안해하는 아내를 독려해주는 스위트함과, 봉골레 파스타를 하며 보여준 섬세한 요리 실력은 이상순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솔직하고, 부드럽지만 가끔 예능감 넘치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한다. 차가 없는 노부부 손님을 위해 공항 픽업 서비스는 물론, 손님들을 위한 캠프파이어는 예능을 떠나서 자신의 집을 찾아준 손님들을 향한 감사함을 보여주었다.
효리네 민박 시즌 1의 직원으로 배정된 가수 아이유 또한 시원시원한 고음 처리와는 달리, 덜렁대는 모습으로 친근감을 주었다. 커피 머신을 서툴게 다루는 모습, 자신보다 훨씬 큰 이불을 위태롭게 가져가는 모습, 음식을 꼭꼭 씹어 오물오물거리는 표정이라던가. 내가 생각한 아이유의 모습과 전혀 달라서 매력적이었다. 가수가 아닌 인간 이지은. 모든 것이 처음인 그녀에게 제주도 생활은 낯설어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초년생 아이유와 이효리의 케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모든 게 서툴고 어색한 아이유에게 괜찮다며 독려해주는 회장님과, 서툴지만 열심히 따라 하는 아이유의 노력은 사뭇 진지했다. 누구에게나 아이유의 모습이 있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으니까. 처음부터 잘할 순 없는 법이다. 사회 초년생은 그래서 힘들다. 처음이지만 잘 해내고 싶고, 열심히 하고는 싶은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누구에게나 이효리의 모습도 있다. 최고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내려와야 함을 느낄 때, 높은 곳에서 내려온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마주할 때가 있다. 누구에게나 욕심이 있으니까. 계속 잘하고 싶고, 내가 오랫동안 지켜온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 이효리와 아이유는 톱스타지만, 나와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평범한 인간이기도 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는 그 고민을 효리네 민박에서 보게 될 줄이야.
효리네 민박이라는 예능을 완성시킨 것은 다름 아닌 '손님들'이다. 각자 다른 이유로, 다양한 곳에서 모인 일반인들 말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모여 보통의 나날들을 보내는 모습이 뭐가 그리 특별하길래, 우리는 자꾸 효리네 민박을 보는 걸까? 비연예인이 모인 민박집은 연예인으로 가득한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윤식당, 강식당의 성공 요소이기도하다. 보통의 사람들이 식당에서 밥을 먹는 장면이 사실 특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순간이라면, 궁금할만하다. 강호동이 있는 강식당, 윤여정이 있는 윤식당, 이효리가 있는 효리네 민박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공간이자, 순간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스페인에 있는 윤식당을 찾아가서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대화를 나눌지 궁금하다. 강식당의 음식을 먹진 못하지만, 그곳을 찾은 일반인들의 모습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싶어 한다. 사람들의 반응도 신선하다. 어느 정도의 리액션이 정해져 있는 연예인과 달리, 보통 사람들의 평범하면서도 예측하기 어려운 반응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매력을 선사했다. 효리네 민박 또한 그랬다. 텐션 높은 대학생 친구들부터 나이 지긋한 노부부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지역, 다양한 직업과 관심사 덕분에 효리네 민박은 매회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내가 민박 속 손님이 되어 그들을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나는 시즌 2보다 시즌 1이 유독 좋았다. 대부분의 드라마, 영화가 그렇듯이 말이다. 뭐라고 콕 집어서 그 이유를 댈 순 없지만, 출연진들이 처음을 대하는 모습과 민박 손님들이 만들어낸 케미를 보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이효리가 이사를 하게 되면서 효리네 민박 3이 나올 확률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나는 효리네 민박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