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꿈꾸게 된 것들
아내가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은 2018년 3월, 지금까지 대략 2년 반 가량이다.
그전까지 아내는 아이가 태어나고
2년간은 오롯이 혼자 육아로
2년간의 본인 대학 편입 및 졸업으로
2년간의 가족 동반 대만 거주로 인해
우리 부부는 아이가 6살이 될 때까지 외벌이 가정이었다.
2018년,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부터 아내는 돈도 돈이지만 밖에 나가 무슨 일이든 하고 싶어 했다.
그렇게 찾은 일은 본인의 모국어, 중국어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그렇게 일을 시작한 아내는 매달 조금씩 돈을 벌어왔다. 사랑스러운 아내.
처음 몇 개월간은 통장의 잔고가 눈에 띄게 불어나거나 체감이 되지 않았던 시기였지만
퇴근이 조금씩 늦어지기 시작하던 그 달 즈음부터 어느 정도 괜찮은 금액을 벌어왔다.
저녁식사도 함께 못하는 날이 늘어나니 아내가 안쓰러워졌다.
그렇게 한 해, 두 해가 지나고
주위 아이 하나 있는 가정의 월평균 소비지출에 대략 2/3 정도밖에 되지 않는 우리 가정의 절약 습관.
나의 급여 상승.
아내의 고정수입이 맞물려 우리 가정의 통장 잔고 곡선은 가파르게 상승했어야 했건만.
2가지의 이유로 통장의 잔고는 늘 간당간당하였다.
아내가 2살 때부터 살던 허름한 2층 집이 헐리고 재개발이 되면서
그 자리에 5층짜리 빌라가 모여있는 빌라촌이 들어선다고 했다.
기존 원주민들은 한 집은 기본으로 받고 추가로 한 집을 더 받을 수 있는데
거기에는 약간의 추가금이 필요하다는 말에
나와 아내는 고민에 고민을 하다 - 앞으로 무슨 일이 있지 않은 이상 적어도 30년은 살지도 않을 집이니
결국에 사기로 결심을 하고 내 명의로 대출까지 받아 사게 되었다.
그리고 그 대출의 원금과 이자는 월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나의 주식투자 성공 지연. 차마 말하기도 부끄럽다.
언젠가는 성공할 테니 어디까지나 지연 아니겠는가.
(실패라고 하기에는 주식투자에서 주가는 장기적으로 회사의 가치에 수렴하므로 적립식으로 레버리지 효과를 보고 하는 투자철하거ㅘㅣㅁㄴ유ㅁㄴ러ㅏ혼ㅇㅣㅓㅗㅁㄴ여ㅑㅗ 죄다 내 개소리고 아직까지는 실패다.)
중간에 큰 수익을 보고 정리한 종목도 있지만, 주가 하락 시기에 견디지 못하고 섣불리 매도하고
상승 시기에는 거꾸로 하락이 무서워 손만 빨고 구경만 하다만 경우가 많았다. 전형적인 개미.
그래도 맞벌이의 힘으로 돈은 조금씩이나마 쌓여 갔다.
2년 전 들어온 임대주택 덕에 내 집 마련에 대한 고민 없이 살던 차.
최근 집값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의 길이 어려워지겠다는 생각에 우리도 얼른 집을 사야 되지 않을까 막연한 생각만 하는 돈 없는 평범한 서민이던 우리는.
우연히도 운명처럼, 처음으로 '청약홈'이란 사이트를 보던 중,
때 마침 오늘 접수가 마감되는 김포의 한 아파트에 청약 접수를 하게 되었다.
하루 만에 고민할 부분이 적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분석이라고 해봤다.
일단 평당 분양가가 천 이하라는 점.
2년 후 입주할 시기에 내가 김포로 이직을 할 수 있다는 점.
서울이 조금이나마 가까워지는 점.
좋은 점만 생각하니 고민 없이 청약 접수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5:1의 경쟁률을 이기고 당첨이 됐다.
수능 끝난 날, 대학 합격 때, 전역 당일 날의 기분이 합쳐진 기쁨이란.
나중에 알고 보니 같은 평형 타입 50여 가구 중에 2가구(우리 집 포함)만 빼고 모두 청약 포기를 했더란다.
그럼 처음부터 왜 지원할 걸까?
아마 좋지 않은 동과 층수가 마음에 안 들어 포기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2순위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해서 나머지 가구를 채웠고,
이 사람들은 청약통장도 안 쓰고 들어왔다고. 아이고 배 아파. 내 가점.
청약 당첨 후 알게 된, 분양가가 저렴할 만한, 중도 포기한 가구가 많은 이유가 있었다.
김포 외곽 중에 외곽이라는 점. 이건 뭐 강화도야? 김포야?
주위에 제조업 공장과 외국인이 많이 산다는 점.
대중교통이 별로 없어서 자차가 없으면 생활하기 불편한 점.
주위에 상가나 편의시설이 부족한 점.
뭐 단점이 있다면 어쩌랴. 있으면 있는 대로 살다 보면 적응이 되겠지.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은 첫 내 집 마련 아니겠는가.
잠자리에 누워 눈을 감으면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내 집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