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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sible Kim Nov 30. 2020

큰 바위 얼굴을 아시나요?

반에 한 두 명은 꼭 있는 친구

누구나 외모 콤플렉스 하나쯤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콤플렉스 정도는 아니더라도 외모상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나 아쉬운 부분이 조금씩은 있을 터.

애써 외면하거나 부정하다가도, 스스로 혹은 타인에 의해 갑작스레 알게 되는 콤플렉스라면 참 당혹스럽다.


외모는 둘째 치고, 난 내 머리가 크다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었다. 일단 거울 자체를 자주 보지 않았으니까.

보통 남자라면 아침에 세수할 때 한 번, 화장실에서 손 씻을 때 서 너번, 저녁에 씻기 전 한 번. 혹시나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확인하는 용도로 거울을 보지 않나. 혹시 사무실에 손거울 있는 남자 직원이 있다면 손! 아쉽게도 난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학창 시절, 주변 친구들이 화장실 거울에 서서 머리 다듬는 걸 보며 '지랄들 한다'라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거울 보기는 사치였다. 얼굴 자주 본다고 돈이 나오나? 잘 생겨지기라도 하나?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친구들은 짝짓기 전 주변을 정리하는 '극락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부러운 녀석들. 지금도 예쁜 여자 만나서 잘 살려나?

거울을 자주 보지 않는 버릇이 어찌 보면 '현실도피 오졌구나' 할 법도 한대, 그렇다고 '아~ 내 얼굴 겁나 크네' 라며 거울을 부수지 않은 게 어딘가. 늘 보는 아내의 바뀐 머리스타일을 남편이 제일 늦게 발견하듯, 나는 그렇게 나에게 익숙해져서 잘 몰랐다. 내 머리가 큰 지. 사실 말해서 그렇게 큰 것도 아니다. 구질구질하다고?


군대 훈련소에서 모자를 보급받을 때였다. 탁자에는 54에서 62까지 사이즈 별로 모자가 놓여 있었고, 시착을 한 후 자신에게 맞는 모자를 가져가는 식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중간 사이즈 정도 되는 58 사이즈를 집어 들었다. 고 하면 참 양심 없는 행동이고, 양심껏 59 사이즈를 집어 들었다. 훈련소이기 때문에 머리가 삭발에 가까웠음에도 59 사이즈는 작았다.

그리고 집은 60 사이즈. 이것도 조금 작았다. 

그리고 집은 61 사이즈. 이제야 내 머리가 쏙 들어갔다. 나눠주던 조교의 눈빛이 기억난다. '머리 크기 실화임?'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아 간 곳의 생활관에는 100여 명의 인원이 함께 있었다. 나는 운이 좋게도 일과 후 청소시간에 청소를 하는 대신 미싱기로 모자와 군복에 계급장 오바로크 치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일을 6개월 정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100여 명의 동료 중에 나보다 큰 사이즈의 모자를 가진 사람은 딱 1명뿐이라는 사실. 내가 평소에 '저 일병님, 머리 진짜 크다'라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남들은 '새로 들어온 신병. 머리 진짜 크다"라고 했을 테지. 

나와 같은 61 사이즈는 한 명도 없었고, 60 사이즈만 몇 명 있었을 뿐이었다. 그 외에는 모두가 50대 사이즈의 모자를 쓰고 있었다. 

즉, 나는 100분의 2, 상위 2%대의 대두였다니. 공부로 치면 그냥 연고대 갈 정도에 서울대도 가능할 정도. 

앞으로 살면서 상위 2%에 들어갈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이 정도면 자랑스러워하는 게 맞는가 싶다.


이후에 사실 크게 신경을 쓴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살면서 머리 크기보다 더 신경 쓰이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럼에도 몇 가지 신경 쓰는 일이 있다. 

평소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지 않는다. 암사자보다 머리가 커 보이는 수사자 같다고 해야 하나? 괜한 신경이 쓰이고 다른 사람 앞에 서면 그림자가 생길 것 같다. 여기서 더 커 보이면 좀 곤란하다. 게다가 머리카락이 조금만 더 길어질 기미가 보이면 아내는 곧바로 '대두'라고 놀리기 일쑤다. 위로는 못 할 망정 이거 아내 맞나 싶다.

그리고 모자를 잘 쓰지 않는다. 아니 못 쓴다는 말이 맞는 거 같다. 어쩌다 한 번 사볼까 하고 간 마트 모자 코너에, 놀랍게도 맞는 모자가 하나도 없을 때, 비로소 다시 실감했다. 내 머리가 크긴 크구나.  


아이가 태어날 무렵, 나는 슬슬 걱정이 됐다.

바로 유전. 어떤 유전? 머리 크기 유전.

6시간 동안 자연분만을 기다리던 아내의 주치의에게서 '자연분만이 힘들 것 같다'라고 '제왕절개 수술 동의서를 작성해 달라'는 말에

"혹시 아이 머리가 너무 커서 그런가요?"

라고 순간 물어볼 뻔했지만 참았다.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아내의 자궁벽이 너무 얇아서 자연분만 시 위험해질 수도 있단다. 아암~그럼 그렇지.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잘 자라서 이제 9살이 되었고

다행히 나의 머리 크기는 유전되지 않았다.

가끔 엄마 따라서 "아빠~ 대두래요!" 라고 놀리는 것을 보면

이제라도 유전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손발만 빼고 거의 엄마를 쏙 닮은 외모로 보건대

앞으로도 대두가 되지는 않을 듯싶다. 축하한다. 아들.


2세에게 대두를 물려주지 않은 것만으로 나의 콤플렉스는 이미 극복되었다.


오늘의 정신 승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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