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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sible Kim Dec 01. 2020

담배도 끊었는데 술도 한번 끊어봐?

그럼 담배를 다시 피우겠지.

난 식사할 때 반주를 참 좋아한다. 아무래도 향이 강하고 매운 요리를 자주 하게 되니 술이 당기게 된다.

요리하면서 간 보다가 2~3잔, 식사를 시작하면 다시 2~3잔

그렇게 매일 소주로는 반 병, 맥주로는 1L 정도를 마시게 된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수년 전에 한 신문에서, 음주의 즐거움에 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글의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렴풋이 떠올리자면.

한바탕 즐거운 술자리가 음주의 첫 번째 즐거움이라 하면

다음날 울렁거리는 속을 해결하기 위해 전날 먹은 것들을 한 번에 시원하게 게워내는 것이야 말로 음주의 두 번째 즐거움이요.

어김없이 찾아오는 숙취를 풀기 위해 해장국 한 그릇 하는 것은 음주의 세 번째 즐거움이라고. 하였다.

당시에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린가' 싶어 글쓴 사람이 술먹고 글썼나보다 했다. 글쓴이를 보니 어느 대학의 교수님이셨다. 음...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 보니 '아~ 그러네' 스럽게 꽤 수긍이 간다.

토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 시원하게 토하고 나면 편안해지는 위장의 느낌. 마치 감기가 한 번에 나아서 몸이 가벼워진 느낌 말이다.

그리고 그 빈 속을 채워주는 따뜻한 국물의 목 넘김. 그래서 이 국물에 해장술을 하는구나 싶다.


그리고 한바탕 즐거운 술자리. 그 무엇보다 사람들이 술을 찾게 되는 이유 아니겠는가.

생각해 보니 그런 즐거운 술자리를 가져본지도 꽤 오래됐다.

최근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으로 이사를 오기도 했고, 직장은 술을 마시는 분위기도 아니다.

모임을 주최하기는 부담되고, 그렇다고 누군가 날 불러 주는 일도 없다. '나만 빼고 마시는 거 아니야?'

이제 와서 코로나 시국에 술자리를 갖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게 나는 당분간은 집에서 조용히 마시는 되는 것으로 정리했다.

술을 마시면서 난 그게 좋다. 만취와 각성 상태의 아슬아슬한 그 경계.

술로 인해 몸이 무거워지고 피곤해지기 전, 무언가 머릿속과 몸을 뜨겁게 달구는 창의적 흥분상태.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 '하이텐션'의 상태가 꽤나 좋다. 현실이 시궁창 같을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말이다.  

담배는 끊을 생각을 수만 번하고 두 번의 시도 끝에 끊었지만

술은 끊을 생각조차 못 하겠다. 금연 성공 한 달 기념으로 온갖 맥주를 종류별로 사서 마셨다.


대신 다음 날이 쉬는 날일 때, 그리고 아이가 잠에 들면 마시기로 다짐했다.

이제 내 몸이 나만의 몸도 아니니 몸 생각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매일 술냄새 풍기는 아빠가 되기도 싫다. '아빠 맨날 술 마셔'라는 아들의 한마디는 소주보다 쓰렸다.


그럼 이제 아이가 자기 방에 잠든 주말의 고요한 밤.

향기 나는 양초를 하나 켜고 분위기 있는 음악에 아내와 같이 술 한 잔 하려고 해도 부를 수가 없다.

 

아내가 절대 마시지 않는 것에는 술도 들어간다.

술, 커피, 탄산음료.

거기에 담배도 안 피고 매일 만 보 걷기 운동으로 늘씬한 몸까지.

참 장수할 사람이다.


오늘은 만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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