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ssible Kim Nov 23. 2020

중고차 구매기&언박싱

여러분, 중고차 수리는 필수입니다.

살면서 참 많은 물건을 사보았습니다만

처음으로 작성한 구매기 및 언박싱 리뷰입니다.

아! 설레~

평범한 구매기

대만에서 귀국한 2018년 2월 무렵
그래도 집에 차 한 대는 있어야 되지 않겠냐 해서
없는 사정에 비싸다는 매매상사보다는 저렴한 직거래로 구입하기 위해
중고차 직거래 사이트를 뒤지다 마음에 드는 한 대를 발견했다.

지엠대우 라세티 1.6D AT

최초 등록일 2007년 10월 31일

주행거리 59000km

희망 거래가 OOO만원


이런 걸 운명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 보아하니 최초 등록일이 우리 결혼기념일과 같다. 아~ 소름~


마음에 들면 구매 후 바로 차량등록을 하기 위해

차량등록소에서 판매자 분을 만나기로 하고 약속을 잡았다.


평일 오후, 작업복을 입고 나타난 판매자분은

나와 마찬가지로 근무 시간 중 잠시 나온 듯했다.

이전 소유자가 어떤 할머니라 주행거리가 짧은 대신 차가 길이 안 들어진 느낌이다.

타이어는 작년에 교체했고 그 외에 당장 고칠 것은 없다.


차에 대해 이런저런 정보를 주고받는 도중, 어느 쪽 일을 하시냐고 서로 물어보게 되었는데

그분은 '목사' 셨다.

목사님에게 중고차를 구매하게 될 줄이야.

목사님이 타고 다니던 차니 앞으로 큰 사고는 나지 않겠지 하는 나 혼자만의 기도와 함께


몇 가지 점검을 마치고 바로 구매를 결정했다.

결정이 빨랐던 이유는 아무래도 대만으로 떠나기 전 운전하던 차종과 같기도 했고


무엇보다 가격이었는데

비선호 브랜드에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 없는 구형 차종이라 매우 저렴했다.

차값 140만 원.


요즘 애들도 몇 년치 설날 세뱃돈 모으면 살만한 가격이다.

나중에 폐차 값 40만 원가량을 생각하면 100만 원에 구매한 셈이었다. 아~ 횡재~

혹시 목사님께서 흔쾌히 허락하실까.

20만 원 깎아 주실 수 없냐고 물어본 건 지금 생각해도 참 염치없었다고 본다. 아~ 까비~


구매기 끝.


이상한 언박싱

모든 물건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고 문제가 생기게 되면 '왜 그걸 잊고 있었을까' 나중에야 떠올리며

사람을 후회하게 만드는 말들이 있다.

'저렴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싸고 좋은 차는 없다.'


3년 가까이 운전하는 동안 여러 고장과 부품 교체가 있었다.

머플러, 타이밍 벨트, 에어컨 콤프레셔, 브레이크 호스, 브레이크액, 미션오일, 엔진오일, 캘리퍼, 디스크 패드, 타이어 4짝, IAC밸브 등 도합 180만 원

도무지 안 고치고는 탈 수 없는 부분의 고장들이라 어쩔 수 없는 지출이 있었다.


총 수리비 180만 원

차값이 140만 원인데 수리비가 180원이라니

이거 일반 새 차였으면 전손처리각?


이제는 수리비가 아까워서라도 더 타야겠다는 오기가 생기게 만드는 차다.

그러던 작년 이맘때쯤 운전석 쪽 창문이 고장 나서 움직이질 않았다.

이미 수리비로 꽤 많은 돈을 쓴 데다가 운전하는데 전혀 지장 없는 창문까지 고치고 싶지 않았다.

창문을 못 여는 것이 생각보다 많이 불편하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있었던 일입니다.


우리 가족은 가을 단풍 구경하고 멀리 돌아오는 길이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야 했다.

아직 하이패스 단말기가 없었기에 현금 차로로 가려던 참이었다.

평소라면 이미 동전과 지폐를 컵홀더에 넣어 두고 준비했어야 했건만

그날은 운이 없게도 그 자리에 음료수가 있었다.

돈은 내 바지 왼쪽 주머니 속 지갑에 있었고

차는 이미 톨게이트에 진입했다. 창문은 굳게 잠긴 채로.


바지 왼쪽 주머니에 손을 넣어 지갑을 꺼내야 했다.

뒤에 기다리는 차가 많았기에 나는 평소보다 행동을 서둘렀다.  

살이 쪄서 작아진 등산바지 주머니가 깊었는지 지갑은 생각보다 꺼내기 쉽지 않았다.

손이 주머니 절반에만 들어갔다 나왔다 하기를 여러 번


그 몇 번의 시도에도 여의치가 않았고

왼손을 주머니에 더 깊게 넣으려니

왼쪽 팔꿈치가 차 문에 부딪치기까지 했다.


'아하! 어차피 창문이 고장 나서 차 문을 열고 돈을 주어야 하니

미리 차문을 열고 편하게 몸을 살짝 옆으로 틀어 주머니에 있는 지갑을 꺼내 돈을 꺼내야지.'

그렇게 차문까지 열고  어번의 시도 끝에 지갑에서 을 꺼내

드디어 수납하시는 분과 눈을 마주쳤다.

몇 초가 흘렀을까?


그분의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눈빛

뒤로 몸을 살짝 젖힌 경계 어린 모습으로 추측컨대


톨게이트 요금소 안에서 본 '변태' 운전자들 천태만상

데일리안  목용재 기자 / 박진여 기자


내가 떠나고 나서 이 인터뷰를 하지 않았을까?

'설마 내가 아니겠지' 기원하며 기사를 꼼꼼히 살펴본다.


언박싱 끝.


참고로 아직도 안 고쳤어요.

자연치유를 기대해 봅니다.

가끔 답답할 땐 문을 주먹으로 세게 칩니다.

혹시나 하고.

작가의 이전글 이사만 20번 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