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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sible Kim Nov 19. 2021

내 마음의 풍금 같은 학교

전교생 7명

안성에 위치한, 어릴 적 다니던 학교에 가보았습니다.

약간의 오르막을 오르면 학교가 나옵니다. 단층의 작은 시골 학교입니다.

지금은 폐교된 이 학교에서 유치원, 초등학교 2학년까지 다녔습니다. 

SBS 서울방송이 개국해서 슈퍼마리오란 만화를 한다고, 6번 채널을 찾던 시기쯤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만, 찾아보니 1991년 12월 9일이네요. 그 겨울이 지나고 3학년에 도시로 전학을 갔습니다. 

학교 정문

도시로 전학을 온 후, 몇 년 안 있다 폐교가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한 때 재수전문 기숙사학원으로 쓰이다가 다시, 염색체험학습장 겸 캠핑장으로 쓰이다, 최근엔 영업을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 친구들은 5명이었던 걸로 기억납니다. 여자 둘, 남자 셋. 참 단출했지요.

작은 시골학교라고 '나이테'라는 어린이 잡지에서 취재도 나오고,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납니다.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첫 부임지로 이 학교를 오셨고, 차로 20분 걸리는 읍내의 작은 자취방에 반 친구들을 초대해서 짜장면과 치킨을 사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짜장면, 치킨 맛을 자주 못 보던 아이들에게 선물로 사주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1학년 때 읍내에 처음 생긴 치킨집 후라이드 가격은 5,000원, 양념은 5,500원이었는데, 두어 달에 한 번씩 주문을 해서 먹었습니다. 너무 가끔 먹어서 5,500원이란 가격이 정말 비싼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배달이 오고, 너무나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다 늘 체하고는 토를 했던, 토를 하는 내가 원망스러운 기억이 납니다. 분하다.  

학교 전경

밤나무가 많아 밤나무골이라 부르던 동네에 있던 학교입니다. 

학교 뒤편의 나무들은 전부 밤나무들입니다. 가을이 되면 막대기 하나 들고 밤송이 까서 밤알을 한 봉지씩 담아오곤 했습니다.  밤나무 주위에는 뱀이 많이 산다는 말이 많았는데, 심심하면 뱀을 잡아서 죽이고 노는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뱀의 뱃속에는 개구리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당시에 꽃뱀이라 물리던, 나중에 알고 보니 유혈목이였습니다. 나름 독뱀이었는데, 당시에는 무섭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아마 친구들과 함께여서 였지 않나 싶습니다. 다들 집들이 멀리 있어서 평소에는 모여 놀지는 못하고 하교 후 학교에 남아 함께 놀곤 했습니다. 농사를 짓는 가정이라 포도, 사과 수확하는 시기면 늘 선물로 주고 했습니다. 

유관순, 이순신

유관순 동상은 장충단공원 동상에 있는 동상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은 광화문의 동상과 상당히 유사합니다만, 지금 다시 보니 광화문의 동상과 다르게 칼집을 왼손에, 시선은 정면을 보고 있습니다. 

세종대왕, 책 읽는 소녀상

세종대왕 동상도 광화문의 동상과 매우 유사합니다. 작은 학교에 동상이 꽤나 많습니다. 

폐교된 이후에도 학교를 지키고 있는 동상들, 세월이 지나도 나름 멀쩡해 보입니다. 

유치원 건물, 운동장

강당처럼 보이는 건물은 예전 유치원 건물입니다. 졸업식이나 각종 실내 행사를 하던 곳입니다. 

운동장에는 축구골대가 덩그러니 있습니다. 아마 새로 교체한 골대 같습니다. 예전 축구골대에는 동그란 구멍이 있어서 새들이 들어가서 쉬기도 하던 게 기억이 납니다. 학교 운동회를 하면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나와 운동장이 가득 붐비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2학년이 되니, 1, 2학년은 총 7명의 아이들만 남았고 1, 2학년 반은 통합반이 되었습니다.  

교실, 복도

교실은 당시 기억보다 상당히 작았습니다. 그때는 꽤나 넓었던 것으로 기억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6개의 교실이 있고, 교무실이 있습니다. 

당직실 및 창고

학교 뒤편에는 당시 선생님들이 숙직을 하던 곳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이곳의 선생님이어서 몇 번 가보았습니다. 아버지, 소사 아저씨, 아마 동네 사람들이 모여 화투판을 벌였던 것으로 기억이... 매번 심부름으로 동네 슈퍼는 아닌데, 가정집 같은 곳으로 막걸리, 88 담배를 사러 갔던 기억이 납니다. 셔틀막걸리, 셔틀88.

사택

학교 운동장과 바로 옆에 붙어있는 사택입니다. 이 사택 아래 다른 사택에서 1년, 이 사택에서 2년 정도 살았던 것 같습니다. 방은 2개인데, 식구 모두 한 방에서 잤었고, 화장실은 집 안에 있었으나 푸세식이었습니다. 푸세식이 무섭다고 밤이면 늘 밖에 나가, 삽으로 구멍을 파고 볼 일을 보았습니다. 에어컨은 그땐 당연히 없었고, 겨울에는 연탄보일러로 바닥은 뜨거웠으나 방안 공기는 매우 추웠던 기억이 납니다. 쥐가 많아서 끈끈이라 불리는 덫을 놓으면 항상 몇 마리씩은 잡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형편없고 부족한 환경이었으나, 행복한 시절이었습니다. 친구도 몇 없고, 놀 것도 없고, 학원도 없으니 남는 게 시간이었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 혼자 지렁이 잡아서 낚시 다니고, 매일 자전거 타고 옆 동네로 놀러 다니고 다녔습니다. 책 한 권 본 기억이 안 나는데, 지금은 책도 많이 보며 매일 아이에게 책을 읽히는 내가 대견합니다. 

여러분도 추억이 깃든 시골학교에 다녀 보신 적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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