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식물인간

두 번째 이야기

by 김정웅


1


어렸을 때부터였다고 해요.

그렇게 누군가에 곁에서 노래부르는 것을 좋아했던 것은...



2


저는 병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누군가에 곁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간호사이죠

지금으로부터 약 1개월 전이었어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을 하고 있었죠.

그날 따라 참 비가 많이 왔었는데..

이런 날은 꼭 나쁜 일이 일어나곤 합니다.


그날도 교통사고로 응급환자가 왔었어요.

새벽 4시경이었죠.

빗길에 그만 차가 미끄러지면서 중앙선을 넘어갔고

그로 인해 반대편에서 오던 트럭과 추돌사고가 났다고 해요.


매우 젊은 사람이었어요

바로 수술에 들어가서 목숨은 건질 수 있었지만 코마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어요.


네… 그 때부터 그 젊은 사람은

현재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식물인간 상태입니다.



3


아버지는 일찍이 돌아가셨다는 것 같아요

그날 연락을 받고 어머니께서 급히 오셨는데 어머니는 말을 할 수 없는 분이셨어요.


처음 몇 일동안은 저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조금도 꼼짝하지 않고 식음도 전폐한 채

병실침대에 누워있는 아들 옆에서 아들의 손만 만지고 계셨거든요.

어떻게서든 무엇이라도 드시게 하고 힘을 드리고 싶은데

정말 조금도 꼼짝을 안하셨어요.

이러다가 어머니께서 쓰러지시는게 아닐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4일이 지났을 까요.

그날은 제가 퇴근해서 쉬어야 하는 날이었지만

어떻게든 뭐라고 하고 싶어서

퇴근하지 않고 일단 어머니 옆에 앉아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해드려야 할까

어떻게 해야 힘을 드릴 수 있을까...


그러나 1시간이 넘도록 고민해봐도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가 어렸을 때의 기억이 문득 떠올랐던 것 있죠?

가사도 제대로 모르면서 그저 노래부르는게 좋아서 누군가의 곁에서 노래를 계속 불렀던 기억이요.

심지어 모르는 노래라고 해도 어디서 들은 노래면 멜로디만이라도 흥얼거리며 불렀었다니까요.


그런데 왜 이 때 이 기억이 떠올랐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제겐 좋은 기억이고 제 노래를 들었던 모든 사람들이

저를 귀여워해주고 제 노래를 좋아했던 것은 확실해요.

그들의 얼굴에 핀 미소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있거든요.


그렇게해서 저는 그 어머니 곁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어머니께서 큰 반응은 없어요.

그래도 다행라고 생각하는 건 제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매일 와서 노래를 불러드린 지 3일만에 어떤 마음의 변화가 오셨는지

미음정도는 드시기 시작했다는 거에요.



4


여전히 젊은 사람은 코마상태에 있고

아직도 그 어머니는 그 옆에 앉아서 아들만 바라보고 계시지만

저는 매일매일 계속해서 노래를 불러 드리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요. 가끔이요. 젊은 사람도 제 노래를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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