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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Jan 20. 2022

시간을 거슬러 과거의 나에게

초등(고학년)부 은상 - 박소윤

시간을 거슬러 과거의 나에게


안녕? 오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토요일이고, 오랜만에 날씨가 아주 맑아서 편지를 쓰기 딱 좋은 날이야. 이쯤 되면 호기심이 많은 너는 내가 누구인지 아주 궁금할 거야. 나는 2021년 9월 5일, 기분 좋은 가을날 펜을 들고 있는 미래의 너야. 너는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지금 나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외출을 하며, 매일 등교도 할 수 없어. 자연히 집에 있는 시간도 늘었지. 난 여전히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해서 집에 있는 시간에는 독서를 하고 있고, 생각할 시간이 늘어 너보다 생각의 깊이도 깊어진 느낌이야. 처음에는 답답하기만 했지만, 이제 적응도 되고 나름의 장점도 있다고 생각해. 지금 너에게 편지를 쓰게 된 것도 시간이 많은 장점 때문이야. 그래서 말이야, 조심스럽게 우리가 저지른 큰 실수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해.


혹시 기억나니? 그 휴대폰 사건 말이야. 아주 충격적인 일이었지. 11살이 된 지금도 그 일은 가장 잊기 힘든 사건이야. 물론 너에게는 더 생생한 일이어서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았겠지. 그때를 돌이켜보면 그건 작은 일탈이었어. 잠자리에 들기로 약속하고 어두운 방으로 들어가 부모님 몰래 핸드폰 게임을 하는 건 참 짜릿한 경험이었지. 그 후로 난 점점 이 일에 빠져 들었어. 동생들이 잠들고 나서 게임을 하니 방해도 받지 않고... 부모님도 모르시니 시간제한 없이 마음껏 게임을 할 수 있었지. 인생 처음으로, 몰래 금지된 일을 하는 짜릿함과 재미있는 게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 일을 멈출 수 없게 했던 것 같아. 그런데 꼬리가 너무 길었던 거야. 막내가 배신할 줄이야! 잠든 줄 알았던 지윤이가 자지 않고 있다가 이 사실을 엄마에게 고자질했고, 엄마는 무척 화가 나셨지. 불같이 화를 낼 줄 알았던 엄마가 오히려 쌀쌀맞은 말투로 이건 핸드폰이 잘못한 거라며 핸드폰을 밖으로 던지라고 하셨잖아. 차라리 화를 내셨다면 나았을 텐데 우리 그때 더 오싹한 기분이 들었잖아.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핸드폰을 밖으로 던지려니 무척 겁이 나더라. 그냥 얼어서 서 있기만 하니 엄마가 직접 베란다 밖으로 핸드폰을 던져 버렸지. 핸드폰이 포물선이 그리며 낙하했고, 나는 그때까지도 내 핸드폰이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없었지. 잠깐의 침묵이 엄청나게 길게 느껴졌어. 엄마가 여전히 차가운 말투로 방에 들어가 자라는 말에 번쩍 정신이 들었어.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다음날 화단에 떨어진 휴대폰을 주워 올라오며 다짐하게 되었지. "이제 부모님 몰래 하는 행동은 하지 말자!" 그런데 그게 쉽지 않더라. 그 후에도 같은 잘못을 반복해서 이번에는 쫓겨날 뻔했잖아. 엄밀히 이야기하면 쫓겨났다가 다시 들어온 거지. 이때는 추운 겨울이었고 아빠한테 혼난 거라서 더 무서웠잖아. 사실 이제 아무도 나를 안 믿어주실 것 같은 불안감이 날 훨씬 불안하게 만들었지. 과거로 돌아가 이 문제를 바로잡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일이니까 너에게 부탁할게. 제발 거짓된 행동은 하지 말자. 너는 지금 그 일을 반성하고 있겠지만, 앞으로도 종종 하게 될 거야. 네가 더 빨리 잘못을 뉘우치고 좋은 시력을 유지하길 바랄게.


현재 나는 시력이 떨어져서 밤마다 드림렌즈를 끼고 자야 하거든 번거로운데 드림렌즈라니... 더구나 부모님이 실망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는 것은 참 괴로운 일이야. 난 오로지 네가 행복하길 바라고 있어. 이 편지를 쓰며 나도 반성하고 있지. 우리 꿈을 위해, 더 멋진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자!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난 어제 편지를 마무리하고 가족과 공원에서 놀 거야. 마지막으로 부모님의 화를 풀기 위한 꿀팁을 알려주고 편지를 마무리할게. 물론 처음부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우린 그것이 쉽지 않으니, 그런 일이 벌어지면 잘못을 인정하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려. 솔직한 박소윤이 되자! 모든 박소윤 파이팅! 그럼 잘 자 편지 또 보낼게.


2021.09.05.

너의 미래, 박소윤이




2021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초등(고학년)부 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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