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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Feb 11. 2022

유리에게

청소년(고등)부 동상 - 정유빈

유리에게


유리야 안녕?


네가 나를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삼성초등학교에 다니던 정유빈이라고 해! 


이렇게 너한테 편지를 쓰는 건 처음이라서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너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너무 많아서 편지 내용이 뒤죽박죽이더라도 이해해줘.


혹시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초등학교 1학년 때 내가 전학을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너도 전학을 와서 우리는 번호도 옆 번호였고 같이 앉기도 했었잖아 그때 사실 나는 콩고분이신 너의 어머니와 너를 보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기했어. 너와 하나도 닮지 않은 너의 어머니를 보고 집에 가서 엄마께 너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 알고 보니까 너는 콩고분이신 어머니와 한국분이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서 너의 어머니와 너의 피부색이 다르다고 엄마가 말해주셨을 때 너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네가 전학 오고 얼마 뒤부터 다른 애들은 우리와 조금 다른 너를 괴롭히거나 놀리기 시작했어 나는 직접적으로 너를 괴롭히진 않았지만 놀림당하는 너를 많이 도와주지 못해서 그때의 일들이 너에게 상처가 되었으면 미안해.


그렇게 2학년이 되고 네가 전학 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너를 도와주지 못했던 것이 후회되고 너에게 정말 미안했어. 그때 너에게 사과하고 싶었는데 용기가 없어서 네가 전학 가는 날에 인사도 못 했던 게 아직도 제일 후회가 돼. 네가 그렇게 전학 간 뒤로 학교에서 다문화와 관련된 수업을 들을 때마다 네 생각이 났어. 그때 이후로 나는 다문화나 다른 나라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유니세프 같은 곳에 주기적으로 조금씩 기부도 시작했어! 특히 학교에서 아프리카에 사는 우리 또래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랑의 저금통 모으기 운동을 했을 때는 항상 반에서 동전을 제일 많이 채워갔어! 너랑은 상관이 없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국적도 다르고 쓰는 언어, 문화도 다르지만, 조금씩이라도 다른 나라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했던 것 같아! 그때 이후로 해외 봉사에 관심이 생기면서 나중에 어른이 되면 내가 해외에 직접 가서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서 도와주고 싶다는 꿈도 생겼어! 말이 잘 안 통하고 문화가 달라서 힘들지도 모르지만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요즘에 해외 봉사에 대해 알아보고 있어!


 너에게 초등학교 1학년 때의 기억은 잊고 싶은 기억일지도 몰라. 그때의 일은 지금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이렇게 편지를 써서 나는 너를 만나서 많은 것을 배우고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어 너는 지금 우리나라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나를 잊었을지도 모르지만,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내가 너를 기억하고 먼저 사과하고, 인사할게. 꼭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유리야 나는 가끔씩 우리가 다니던 초등학교를 지나갈 때마다 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 라는 생각을 해 너는 내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된 것 같아. 네 덕분에 나는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네 덕분에 다른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꿈도 생겼어!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조금씩 조금씩 노력해서 모든 문화가 평등하게 인정받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너를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내 생각들을 너에게 말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 내 긴 편지 읽어줘서 고마워.


유리야 정말 미안하고 고마워 다음에 또 편지 쓸게.


2019.10.24.

유빈이가.




2019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청소년(고등)부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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