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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Feb 11. 2022

나를 정말 사랑해주시지만, 가끔 상처도 주시는 할머니께

청소년(고등)부 동상 - 구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신 할머니께.


할머니 안녕하세요? 어느덧 무덥던 여름이 끝나고 갑작스레 겨울이 찾아온 것 같아요. 할머니는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벌써 긴 패딩 꺼내입고 맛있는 거 많이 먹으며 잘 지내고 있어요.


할머니께 편지를 쓰는 게 처음이라 많이 떨리고 설레요. 할머니게 이런 편지를 쓰게 된 이유는 할머니께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너무 행복하지만, 가끔 할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제 가슴을 후벼팔 때가 있어요. 그때의 저의 마음을 솔직히 전하고자 하여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어요. 저번 추석 때 기억나시나요? 저의 어깨를 두드리시며 저에게 “네가 첫째니까 네가 잘 돼야 동생들도 잘된다.”라고 하셨죠. 그 말은 저도 맞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할머니께서 그 말을 하신 후 저에게 네가 잘되어서 남동생 뒷바라지를 해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을 때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저에게 거신 기대가 저를 위한 기대가 아닌 남동생을 위한 기대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할머니께서 항상 저를 응원해주시고 챙겨주시는 게 전부 제 남동생을 위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할머니, 이제 저희 남,여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 성공할 수 있어요. 이 말씀을 꼭 전해드리고 싶어요. 예전부터 제가 알게 모르게 느꼈던 많은 성차별을 할머니께선 너무 오래전부터 너무 당연하게 받아오셨기 때문에 성차별에 대한 문제를 잘 모르셨던 거겠죠. 할머니께서 어릴 적부터 이런 성차별을 당연하게 받아오셨단 사실에 또 한 번 가슴이 아파요. 할머니께선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모른 채 그저 여자라는 이유로 하고 싶은 일 하지 못하시고, 집안일과 할아버지,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셨죠. 그동안 아버지께 여러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전해 들으니 순간 너무 미웠던 마음이 죄송함으로 저려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깨달았어요. 그 기대가 남동생만을 위한 것이 아닌, 저를 위한 기대였다는 것을요. 할머니께서 저를 위해 돈을 모으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너무 깜짝 놀랐고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할머니! 할머니께 효도는 제가 할거에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학교생활도 열심히 해서 꼭! 제가 할머니께 효도할 거에요. 정말 정말 사랑합니다. 저랑 오래오래 살아요. 제가 효도해드릴 때까지 제 옆에 든든한 지원군으로 계셔주세요. 언제나 사랑합니다.


2019년 10월 21일 화요일.

할머니의 든든하고 이쁜 손녀 교은 올림.




2019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청소년(고등)부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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