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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Feb 11. 2022

장애가 삶의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나의 친오빠에게

일반부 동상 - 임현아

오빠에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빠한테 쓰는 편지가 아닐까 싶어. 같은 가족인 나조차도 오빠를 장애인이라는 테두리 안에 가둬서 나와는 다른 사람으로 차별하고 동정하면서 섣부른 나만의 생각으로 그동안 오빠를 이해하고 배려해온 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와 내 행동들이 오빠에게 상처가 된 건 아니었을까. 가장 곁에서 상처를 주고 오빠 마음을 몰라주고 외면하면서 그렇게 오빠를 가족 안에서 다른 존재로 여기며 외톨이로 만들지 않았을까. 오빠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알량하게 누나 노릇을 하면서 자존심을 건드리진 않았을까. 이렇게 돌이켜 생각해보니까 모든 것이 미안하고 또 미안해. 


오빠의 머리와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속이 시원할까. 오빠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생각과 마음들을 내가 알 수만 있다면 진짜 이해라는 것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오빠의 편에서 더 많이 공감해줬을 텐데. 나도 그게 가장 답답해. 지금도 옆방에서 계속 잠만 자고 있는 오빠가 궁금해. 진짜 잠은 편하게 자고 있는 걸까. 아픈데 표현하지 못하고 잠 자는 척하고 있는 건 아닐까.


오빠의 세계가 집이라는 공간만 있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파. 오빠만의 세계에 갇혀 집 밖에 있는 세상과 사람에 대해서 두려움만 갖고 있다는 것 또한 마음이 아파.


아름다운 사계절의 풍경들, 일상생활의 소소한 경험들은 같이 느낄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그렇게 세상과 소통하고 공유하면서 활짝 웃기도 하고 화도 내보고 울기도 하고 마음껏 표현하고 얘기 나누면 참 좋을 텐데….


오빠가 제일 좋아하는 농구하는 모습도 다시 보고 싶고 ‘어떤 것이든 하고 싶어.’라고 말하는 오빠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오빠도 오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스스로가 살아있음을 느끼면서 살면 좋겠는데. 한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구분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세상이 먼저 있어 줘야 하는 것이 맞지. 맞아. 오빠 잘못이 아니야.


오빠가 갖고 있는 장애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내가 먼저, 나부터 오빠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계속 나의 오빠였던 것처럼 편견 없이 편하게 대할 거야. 나와 다른 오빠가 아니라, 나와 같은 오빠로, 오빠도 오빠와 같은 동생으로 우리 서로 그렇게 이해하고 배려하며 지내자. 그래도 세상에 하나뿐인 가족으로 만난 이 소중한 인연을 잘 지켜나가자.


하나뿐인 가족, 한 번뿐인 인생 속에서 비록 아빠는 먼저 떠났지만, 엄마, 오빠, 나랑 셋이서 하나 되어 대한민국에서 같은 마음으로 같이 잘살아 보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 있는데, 바로 ‘같이의 가치'. 결국 내가 아닌 사람은 다 다른 사람이지만 이렇게 우리 같이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오빠, 우리 계속 같이 살아가자. 같이 걷자. 이 길을.

2019년 10월 4일,동생 현아가




2019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일반부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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