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부 은상 - 최연우
안녕 친구야! 이렇게 편지로 만나는 건 거의 3개월 만이지? 요즘 이 더위에 버티고 있는 날 보면 저절로 네가 생각나. 폭염 속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네 모습이 생각나면 내가 하고 있는 학교 공부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거든. 학교 밖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워보겠다며 네가 설 자리를 찾아 떠나던 네 뒷모습이 잊혀지지 않아. 걱정되긴 했는데 마침 너희 부모님이 하시는 카페에서 일하게 되었다며? 힘들어도 네가 원하던 네 길을 찾아봐.
그래도 역시 이런 더위는 참기 힘들지? 나도 그래. 딱 15년 살아오면서 이런 끔찍한 더위는 처음인 것 같아. 근데, 그거 알아? 이 더위랑 텁텁한 모래 낀 공기, 겨울의 냉혹하고 차가운 모습이 전부 우리 때문에 생긴 거. 우리는 우리가 만든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거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면, 이렇게 한 번 해봐. 먼저 백지와 까만색 펜을 준비해. 그리고 그 백지를 까만색으로 가득 채워. 이제 다시 백지로 되돌려봐. 할 수 없지? 종이를 뒤집는 수밖에. 그게 딱 우리 상황이야. 손바닥 뒤집듯 지구가 우리를 떨쳐내고 새롭게 시작하면 스스로를 더 예쁘고 선명하고 다양한 색을 칠할 수 있는 거지.
지구는 우리의 행동으로 아프거나 죽어가고 있는 게 아니야. 우리가 지구보다 너무 작고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게 지구의 일부분일 뿐이라서 잘 모를 수 있는데 사실 지구는 우리가 다시 변하길 기다리는 거야. 그러니까 지구는 몸집이 큰 만큼 조금만 아파서 우리를 봐주는 거야. 이제 우리가 지구의 심기를 건드려서 지구가 화나게 되면 정말로 지구가 우리를 버릴지도 몰라. 무섭지?
어쨌든 덥고 습한데 학교에 앉아만 있으려니 답답하고 축축 늘어져. 사실 나는 지금 조그만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 등교할 때부터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학교에서도 내내 긴팔 겉옷을 입고 있는 거야. 나를 돌아볼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내 의지와 시간과의 싸움인 것 같아. 두껍거나 털이 있는 옷은 아닌데 역시 여름에 입고 있으니까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것 같아. 그런데 어느 정도 지나니까 나도 적응되고 반 친구들도 에어컨의 심각성을 다시 느껴. 여름에 긴팔 옷을 입고 있어도 죽을 정도는 아닌데 왜 우리는 무언가를 파괴하면서까지 지금보다 더 편한 것을 얻으려 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야. 그래서 우리 반은 체육하고 나서 그 잠깐 빼고는 에어컨을 틀지 않아. 멋있지? 난 내가 이 정도 효과를 부를 줄은 몰랐어. 너는 어때? 너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니? 참! 카페 내에서 더 이상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너희 카페는 빨대도 잘 내어놓지 않는다며? 그러면 불평하는 손님도 많겠다. 힘들지? 그래도 우리가 조금 불편해야 다시 지구가 화를 식힐 수 있어.
얼마 전에 거북이의 코에서 빨대를 빼내는 영상을 봤어. 내가 피를 무서워하긴 하지만 그 영상만큼은 끝까지 보게 되더라. 그러면서 보는 내내 눈물이 나오는 거야. 왜 저 조그만 생명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통받고 두려움에 떨어야 하지? 그런데 더 충격적이었던 건 생각보다 답이 너무나도 가까이 있었다는 거야. 그 영상을 봤으면서도 어느새 내 손에 들려있는 플라스틱 컵과 빨대에 너무나도 놀랐어. 네가 알다시피 나는 동물을 사랑하고 모든 인간이 자연을 멋대로 쓸 거라면 동물도 인간의 책임 중 하나라고 생각해. 그래서 이 영상을 보고 난 후에 인간의 이기심이 곧 더 많은 책임이 인간에게 요구되도록 만들 텐데 왜 우리는 그걸 모르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며칠 동안 열심히 생각해봤어. 우리는 그동안 너무 편했던 거야! 나조차도 내가 흘려버린 기억 속 무언가가 지금의 변화를 만들었다는 것을 몰라 생각만 해왔던 거지. 정말 무섭지 않니? 나는 내심 누군가의 탓으로 떠넘기고 싶어 했던 것 같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차마 머릿속의 그 ‘내 탓’을 인정하지 못했던 거지. 죄책감을 감당하지 못할까 봐. 그런데 말이야, 내가 이 상황에서 침묵 속에 죄책감이라는 어둠이 눈을 가릴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한다면 그게 마음이 더 아플 것 같은 거야. 그래서 이제 마음먹었어. 아직 이 생각을 나 혼자 한다는 게 마음이 무겁긴 하지만, 더 큰 걸 바라기 전에 나부터 고치려고.
우리의 아이들이 별을 보며 깨끗한 땅에 누워 노래하고 뛰놀 모습이 너무 설레고 아름다울 것 같지 않니? 꼭 내 미래만이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 그 아이들의 미래까지 지켜주고 싶어. 그래서 난 하루빨리 지구에게 미안해하고 조금만 더 불편할래. 무겁지만 내 컵을 들고 다니고, 덥지만 자연의 바람에 땀을 식히고, 힘들지만 원하는 곳에 데려다 줄 내 다리를 믿을래. 너도 함께 할 거지?
우리는 지구를 못 쓰게 되었다고 해서 버리지 못해. 그러니까 더 아끼고 소중히 해야 하는 거야. 우리가 발을 붙이고 살 이곳을.
불평하지 않는 아이가 되어 더 불편해도 불안하지 않은 내일을 볼 수 있을 때에 만나. 안녕!
2018년 8월 18일 토요일
아직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한 연우가
2018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손편지부문 청소년부 은상